‘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착수 보고 때 “대안, 원안보다 낫다”…업계 “이례적”
여전히 제기되는 의문점
지난해 5월 민간용역사 제시
“용역사는 을, 이런 주장 못해
국토부가 힌트 줬을 가능성”
국토부 “통상적인 절차” 반박
지난 23일 국토교통부가 누리집에 공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자료를 보면 이 고속도로는 2017년 1월 국토부 국가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되면서 국책사업으로 추진됐다.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후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됐는데 2021년 4월 예타 통과 전까지 종점은 모두 양서면이었다.
당시 예타 보고서에는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후 주무부처 공문서에 ‘대안’이란 문구가 나온 것은 지난해 1월 작성된 ‘서울~양평 고속국도 타당성 조사(평가) 추진 방안’ 자료에서다. 여기에는 주요 과업 중 첫번째로 ‘최적의 대안 노선 검토’를 적시하고 있는데, 이 자료가 나오기 전까지 국토부가 대안의 필요성을 검토했다는 문서는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24일 “예타 보고서 한 줄 때문에 대안을 검토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환경성,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통상적인 절차로써 대안 제시를 타당성 조사 때 넣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타당성 조사 업체로 선정된 민간 용역사 동해종합기술공사는 지난해 3월 보고한 착수계에서 착수일로부터 4개월 뒤 노선을 선정해서 보고한다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첫 대안 노선은 5월 열린 착수보고서 때 먼저 나왔다. 보고 시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24일이다.
업계에서는 일종의 상견례인 착수보고 자리에서 원안보다 낫다는 주장으로 대안을 제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국토부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 민간 설계업자는 “착수보고 때 내놓는 대안은 말 그대로 예타안과 함께 비교 검토하겠다는 정도인 것이지 이번 건처럼 예타안보다 낫다는 식으로 쓸 수가 없다”면서 “용역사는 을 중의 을인데 예타가 통과된 안을 뒤집고 50여일 만에 새로운 안을 말할 곳은 없으며, 이런 경우는 국토부에서 미리 대안과 관련한 힌트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원하는 IC를 설치하려는데 예타안 종점 주변은 터널, 교량 등으로 꽂기가 힘들고 물리적으로 가능한 곳이 여기(대안)밖에 없었다”며 “위성을 보면 바로 (대안 지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국토부가 대안 노선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한 시기는 지난해 7월이다. 양평군과 하남시 등 관계기관에 예타 통과안을 묻는 협의가 진행됐다. 이때 양평군은 강하IC 신설을 포함해 노선 3개안을 제시했다. 3개안을 담은 공문은 양평군 안모 국장이 전결 처리했다. 이를 놓고도 야당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안씨는 전진선 현 양평군수(국민의힘)가 취임한 지 6일 만에 도시과장에서 도시건설국장으로 승진했고 승진 19일 만에 양평군의 대안 노선 제시안을 국토부에 보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계기관에서 공문이 왔을 때 누가 공문을 작성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관계기관에서 받은 의견을 바탕으로 분기점과 도로 시점부를 검토했다. 이후 동해종합기술공사는 지난해 11월 타당성 조사 중간보고서에서 강상면안을 ‘최적안’으로 적시했다. 이후 또 다른 용역업체가 진행한 전략환경평가에서 강상면은 대안1로 제시됐고,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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