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학생인권조례 손질되나…논란 재점화

尹, "교권 침해 불합리한 조례 개정 추진"…학생인권조례 겨냥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심사 앞둬…"학생인권·교권 함께 존중돼야"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시행 중인 충남도의 학생인권조례가 재차 폐지 또는 개정될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9월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교단에 누워 휴대폰으로 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영상이 공개돼 학생인권조례 폐지 여론이 형성된 데 이어 서울 서초구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여당이 해당 조례를 교권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 대대적 손질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 지자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자치 조례'는 충남을 비롯해 전국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학생의 자유와 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핵심 원인이 됐다는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해당 조례 재정비를 지시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충청권에선 충남이 유일하게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2020년 조례 제정을 추진할 때에도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빗발치면서 찬반 논쟁이 이어져 왔다.

지난 3월엔 충남도의회에 충남인권조례·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주민조례안 오프라인 서명이 접수돼 현재 수리 여부에 대한 심사를 앞둔 상태다. 청구가 수리되면 30일 이내에 도의회 의장 명의로 조례안을 대표 발의하게 되며, 해당 상임위인 교육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표결을 거치게 된다.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의 경우 충족 기준인 1만 2016명을 훌쩍 넘은 2만 141명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교단에 누워 교사를 촬영하는 영상이 SNS를 통해 공개돼 교권침해 논란이 촉발된 바 있다.

이에 더해 강남 서초구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교권 회복에 대한 당위성이 높아지면서 충남 학생인권조례의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충남 천안의 중등교사 문모(26) 씨는 "학생인권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교권은 한 없이 낮아지고 있고,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아동학대라는 명분 하에 조례를 역이용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함을 목적으로 하는데, 교사에게 정당한 교육적 지도에 대한 무력감을 주는 등 오히려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하고 있어 폐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정이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붕괴에 대한 책임 회피용으로 사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권과 학생 인권이 1대 1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충남 교육계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교사들이 할 수 있는 훈육을 아동학대의 관점으로 보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태도인데, 정부가 이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며 "학생 인권과 교권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장해야 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교권 회복 방안에 골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