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강화 속도내는 정부·정치권…인권조례 손질로 불똥
대전 교육계도 공감대…교권 침해 3년 새 192건 달해
학생인권조례 손질 예고… 교육계 "근본적 원인 아냐"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가 사망하며 불붙는 교권강화 논의에 정부와 정치권이 칼을 빼 들었다.
정부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 범위와 방식 등을 담은 고시를 마련하는 한편, 학생인권조례 개정과 중대한 교권침해 사안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한 원인으로 지목,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교권침해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는 의견과 충돌하면서 찬반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24일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 사건과 관련, 추모 분위기가 이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전교육청 정문 앞 마련된 추모공간은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북새통을 이뤘고, 이날 오전에는 설동호 대전교육감이 방문해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지역에서도 수업시간 도중 학생들에게 욕설과 협박으로 시달리는 것은 기본, 피해를 호소하는 교사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례도 허다하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권침해 사례는 2021년 66건에서 지난해 70건으로 증가했고, 올해 이달 20일 기준 56건이 발생하는 등 192건에 달한다. 교육당국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분쟁조정을 마련했지만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이 이를 방증한다.
교권 보호라는 국민적 공분이 일자 정부와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교사노동조합연맹에서 교사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학생 인권만을 주장해 교원의 교육활동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 더 침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생활지도 범위·방식을 규정한 교육부 고시안을 8월까지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와 함께 피해 교원 요청 시 교권보호위원회 개최·가해학생 즉시 분리 등을 통한 교권보호를 지원, 중대한 침해 사항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 면책법안 통과 등을 제시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 손질 여부를 재차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학생인권조례로 수업 중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게 곤란하고, 사소한 다툼 해결도 어려워 교사의 적극적 생활지도가 크게 위축됐다"며 "교육청과 협의해 불합리한 학생인권조례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 지자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교권침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겨냥한 셈이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는 서울과 경기, 광주, 전북, 충남, 제주, 인천 등 7개 시·도에서 시행 중이다. 과거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을 한 명의 인격체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조례를 과하게 해석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교권이 추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 원인이 학생인권조례에 있지는 않다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에서도 교권침해 사례가 잇따르고, 이번 사건의 본질을 인권조례 찬반으로 흐리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지역 교육계는 서이초 교사 사망 경위를 조사하는 동시에 교사를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하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더욱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전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인권조례 찬반은 정치적 이념에 따라 나뉘긴 하지만 지금 교사들이 울분을 토하는 건 학부모의 갑질로부터 교사가 보호되지 않는다는 점과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지킬 수 있는 입법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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