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로울 것 없는 ‘양평 자료’ 공개, 정부 밀어붙이겠단 건가
국토교통부가 지난 23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노선 변경과 관련된 자료 55건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일가 땅과 인접한 양평군 강상면으로 종점을 바꾼 핵심 의혹이 풀릴 새로운 내용은 없고, 그간 국토부 설명과 배치되는 자료도 섞여 있다.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료 공개 이유를 밝혔다. 의혹투성이인 국토부안대로 다시 밀어붙이겠다는 건지 묻게 된다.
국토부 자료는 지난해 3월 용역업체가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지 두 달 만에 대안 노선을 처음 언급했다고 했고, 그 두 달 후인 7월 국토부 의견 수렴 때 ‘양평군이 남한강 남측(강상면안)으로 노선 변경을 요청했다’는 게 주된 골격이다. 이미 정부가 공개한 사안들이다. 반대로, 자료엔 훨씬 앞선 지난해 1월 국토부의 타당성 조사 추진 방안 공문서에 ‘최적의 대안 검토’란 문구가 있었다. 국토부는 ‘관행’이라고 했을 뿐 노선 변경을 왜 검토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공개 자료가 대안 노선 거론 후에 만들어져 국토부가 김 여사 일가 땅 쪽으로 종점 변경을 결론짓고 사후 합리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국토부에 제출된 ‘용역업체 중간보고서’ 자료엔 노선별 총사업비가 원안 1조7695억원, 대안이 최대 2조590억원이라고 돼 있다. 예산 규모가 원안보다 2895억원(16.4%)이나 늘었다는 이 결론은 “대안 노선 시 140억원 더 들고 교통량은 6000여대 더 늘어나 경제성이 높다”는 국토부의 그간 주장과 배치된다. 국토부가 이 용역업체 결론을 검토한 흔적은 자료 어디에도 없다.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에 해당될 수 있다.
원희룡 장관은 ‘백지화 선언’ 17일 만인 24일 “더 이상 정쟁 대상이 되지 않도록 검증받겠다”고 자료 공개 이유를 밝혔다. 국토부는 “백지화 선언은 일종의 충격 요법”이라고 했다. 백지화도, 사업 재추진 시사도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충격 요법이라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국토부 자료에서도 교통·물류망을 우선해 짠 고속도로 노선이 예타 후 김 여사 일가 땅 쪽으로 기울어진 특혜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야당과 전문가들의 문제제기를 가짜뉴스라 해놓고, 대뜸 백지화로 정쟁·혼선을 키운 건 원 장관이다. 국회는 진상규명에 속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원 장관에게 반복된 월권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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