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상화된 기후위기, 농업 보상 기준 현실화해야
집중호우로 올해도 전국 농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현재 여의도 면적(290㏊)의 121배인 3만5068㏊에서 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닭과 돼지 등 가축 폐사도 88만3000마리에 이른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비가 남부 지방을 다시 강타하면서 24일 전남에서만 논과 밭 1290㏊가 추가로 침수됐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호우, 이상기온으로 농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올봄에도 이상 저온 현상으로 4만5000㏊ 농지에서 냉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8∼14일엔 갑작스럽게 우박이 떨어져 3279㏊에서 낙과 등 피해가 발생했다.
재해가 발생하면 농민에게는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피해를 보상한다. 농업시설과 농경지, 농작물, 가축 등이 가뭄·홍수·태풍·대설 등으로 피해를 입으면 구체적인 조사를 거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다. 그러나 보상 액수가 턱없이 적은 데다 피해 인정 기준도 까다로워 “완전히 망해야 그나마 쥐꼬리 보상을 받는다”는 얘기가 농민들 사이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농기계는 보상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고, 비닐하우스 등이 완파돼도 복구비는 기껏해야 절반 정도를 지원받는다. 가뭄으로 파종을 못하거나 꿀벌 집단 폐사로 인한 양봉 농가 피해는 법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해 인정조차 안 된다. 농가가 개별적으로 재해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지급받으면 정부의 재해복구비를 받을 수 없어 농민들이 보험 가입을 꺼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후위기로 과거에 없던 병충해 발생도 늘었다. 극한 날씨에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농민들의 건강권도 위태로워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에너지·산업 구조와 이를 바탕으로 대량 소비를 해온 도시인들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 피해는 도시인을 비롯한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 기후위기로 식량안보도 위협받고 있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44.4%, 곡물자급률은 20.1%에 불과한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가격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회엔 재해에 따른 농업 피해 보상을 현실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국회와 정부는 농민들의 애로 사항을 경청하고 관련 법안 통과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차제에 기후위기가 농업 및 식량 주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종합적인 조사와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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