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넘어진 데서 또 넘어진 ‘수해 관재’, 꼬리자르기만 반복 말라

기자 2023. 7. 2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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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하루 앞둔 24일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파면 결정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검찰이 오송 지하차도 수몰 참사와 관련해 충북경찰청과 청주 흥덕경찰서, 충북도청, 청주시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북소방본부 등 관계기관 10여곳에 대해 24일 동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이 전담수사본부를 차렸지만, 참사 당시 부실 대처가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때도 늑장·부실 대응 책임이 있는 경찰은 ‘셀프 수사’를 하다 검찰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때도 꼬리 자르기식으로 실무자만 처벌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고위직 인사들은 책임을 피해나갔다. 오송 참사도 이태원 참사 때처럼, 재난 예방·대응에 실패하고 수사까지 또 부실해질까 우려스럽다.

이 장관의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선고가 25일 이뤄진다. 헌재에서는 지난 2월 국회가 탄핵소추한 이 장관이 재난 예방 조치 의무를 다했는지, 참사 후 적절한 대응 조치를 했는지 법적으로 따지게 된다. 이 장관은 159명이 목숨을 잃은 후에도 “폼나게 사퇴하고 싶다”며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버텨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장관이 책임을 모두 떠안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잘못한 자는 처벌받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며 이 장관의 파면을 요구했다. 제대로 예방·대처하지 못한 사회적 재난의 책임을 주무장관에게 묻는 건 온당하고, 국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국가의 역할을 바로 세우는 전기가 될 수 있다. 헌재는 엄중히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24일 “호우 피해로 인한 재난 때 도로통제 1차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법에 규정돼 있으며, 이 규정이 맞다”고 말했다. 수몰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를 제때 정확히 통제하지 못해 수사 의뢰된 경찰 수장으로선 책임 회피·축소에만 급급한 부적절한 발언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 후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후속대책은 유명무실했다. 이태원 골목에서 먹통이던 재난대응 체계는 오송 지하차도에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피해자 유족에겐 정부도 경찰도 지자체도 다 국가일 뿐이다. 한 기관에서라도 안전 예방·대응이 적절했다면, 오송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재난당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수사는 윗선을 봐주며 겉핥기로 끝나서는 이런 관재(官災)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오송 참사는 책임소재를 가려 중대시민재해로 엄벌해야 한다. “그때 책임을 엄중히 물었어야 했는데…”라는 이태원 참사 유족의 한탄이 또다시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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