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빈도 폭우에 제방 붕괴, 수영장 400개 물 덮쳤다
[뉴스데스크]
◀ 앵커 ▶
기록적인 폭우, 47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막대한 피해를 낸 이번 장맛비를 보면서 기후변화가 초래한 재난의 정도와 빈도 모두 달라졌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뉴스데스크는 현실로 닥친 기후재난의 실체가 어느 정도인지, 그에 대한 대비는 또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고민해 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 첫 순서로, 충격적인 참사와 대규모 피해의 원인이 된 제방 붕괴 문제를 짚어볼 텐데요, 이번 장마로 무너진 제방이 전국 320여 곳에 달했습니다.
기후환경팀 현인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금강으로 흘러드는 충남 청양군 지천입니다.
지난 15일 밤 11시 30분.
아파트 6층 높이의 제방이 무너졌습니다.
무너진 곳으로 초당 400톤씩 급류가 밀려와 마을을 집어삼켰습니다.
높이 15m, 길이 50m 제방구간이 무너져 내리면서 약 150만 톤의 물이 쏟아져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올림픽 수영장 400개가 넘는 양입니다.
전봇대만 남고 모든 게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전수병/청양군 청소1리 이장] "여기가 다 잠겼죠." <제 키보다 높았어요?> "키 높이가 뭐야, 저 건물이 다 (잠겼어요.)"
충남 논산천 제방 붕괴 당시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입니다.
새벽 5시 40분쯤.
높이 11.5m, 길이 50m 구간의 제방이 무너졌습니다.
초당 90톤씩 25만 톤의 물이 마을을 덮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임시 복구로 터진 둑은 막았지만, 폭우 수준의 장맛비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마 기간동안 전국에 제방 붕괴는 무려 322곳, 그중 249곳이 충청과 경북에 집중됐습니다.
제방이 무너진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됩니다.
첫째 제방의 설계빈도를 뛰어넘는 극단적인 폭우입니다.
[권현한/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이런 하천들은 80년 빈도로 보통 설계가 돼 있습니다. 그 얘기는 80년에 한 번 정도 평균적으로 홍수가 난다라는‥"
그러나 청양과 논산에 쏟아진 비는 이틀간 최고 544mm에 달했습니다.
200년에서 1300년에 한 번 올 확률의 극한 폭우였습니다.
[권현한/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충남 연무읍 등) 특정 지점에 대해서는 1천 년 빈도를 넘게 (비가 내린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고요."
기록적인 폭우는 관측 기록으로도 확인됩니다.
올해 장마기간 전국 평균 강우량은 이미 600mm를 넘어 기상관측 이후 신기록입니다.
지난 50년을 반으로 잘라, 1998년 이전에는 시간당 70mm 이상의 극한 폭우가 전국에서 7번 관측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25년 사이에는 22회로 3배나 늘었습니다.
[손석우/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MBC 재난자문위원)] "전반적인 강수량 증가보다 극단적인 강수량 증가가 더 뚜렷합니다. 그래서 비가 내릴 때 더 많이 내리고요."
또 한 가지 원인은 제방 자체의 결함입니다.
취재팀이 확인한 제방들은 모두 강물이 월류하기 전에 붕괴했습니다.
청양군 제방은 수위가 제방보다 1m, 논산천은 4m나 낮은 상황에서 무너졌습니다.
[권현한/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붕괴한 곳은) 상대적으로 약한 취약 지점이었던 것 같고요. 그쪽으로 물이 스며들면서 제방이 (터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제방 관리부터 철저히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수준의 제방으로는 극한 폭우를 막을 수 없고, 그렇다고 제방을 수백 년 강우빈도에 맞춰 모두 뜯어고칠 수는 없습니다.
[권현한/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인구가 많이 밀집돼 있거나 또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같은 경우는 좀 더 기준을 높여서 막을 필요가 있고요. 한정된 예산 가지고 모든 걸 할 수가 없으니까."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선 조기 경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방이 무너지기 전에 먼저 홍수특보가 발령되는데,
[최명복/청양군] <물이 순식간에 들어왔어요?> "순식간에 들어왔어. 방심했으면 여기도 다 죽었어."
새벽이나 한밤중이라도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피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MBC뉴스 현인아입니다.
영상취재: 허원철 / 영상편집: 송지원 / 타이틀: 정연규 / 영상제공: 충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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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허원철 / 영상편집: 송지원 / 타이틀: 정연규
현인아 기자(inna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07070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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