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집 근처 마트서 칼 2개 훔쳤다... 신림 살해범, 그날 동선

서보범 기자 2023. 7. 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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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신림동 '묻지 마 칼부림' 사건 범인 조모씨가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소준섭 판사는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를 받는 조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상훈 기자

경찰은 24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묻지 마 칼부림’ 사건 당일 범인 조모(33)씨의 동선을 공개했다. 사건 당일 조씨는 인천의 자택을 출발해 서울 금천의 할머니 집을 거친 뒤 사건 현장인 신림역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에 사용된 칼도 훔쳤다.

그래픽=양진경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1일 낮 12시 3분쯤 인천 자택에서 택시를 타고 12시 59분쯤 서울 금천구의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택시비를 내지 않고 도주해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할머니 집에 한 시간가량 머물다 나온 조씨는 오후 1시 57분 인근 마트에서 칼 2개를 훔친 뒤 택시를 타고 신림역으로 갔다. 이때 타고 온 택시 역시 돈을 내지 않았는데, 훔쳤던 칼 중 1개를 두고 내렸다고 한다. 오후 2시 7분 훔친 칼을 갖고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 내린 조씨는 이후 3~4분 사이 행인 4명에게 칼을 휘둘렀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할머니에게 ‘왜 그렇게 사느냐’는 질책을 듣고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지난 2010년 신림동의 술집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소주병으로 폭행해 집행유예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오는 26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은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 유포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조씨를 ‘조선 제일검’으로 칭하며 범행을 두둔한 2차 가해 등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다.

이날 사건 당시 범인 검거 동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경찰이 소극적으로 행동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4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흉악범인 조씨를 바로 제압하지 않고, 존댓말을 써가며 달랬다는 이유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해 범인 조씨와 마주친 경찰은 “이리 오세요”라고 말했다. 조씨가 흉기를 쥔 채 다가오자 “칼 버리세요” “알았어요, 들을게요”라며 조씨를 달랬다. 칼을 버린 조씨가 계단에 걸터앉은 뒤에도 경찰은 물리력 행사 없이 존댓말을 써가며 체포했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경찰이 흉악범에게 과도하게 친절했다는 반응이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정모(29)씨는 “어느 나라 경찰이 피 묻은 칼을 쥔 채 피범벅이 된 범인을 향해 공손하게 존칭을 사용하나”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53)씨는 “칼을 쥔 채 경찰을 향해 다가왔는데도 왜 강경 진압을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흉악범이 단호하게 제압되는 모습을 보며 경찰에 대한 신뢰를 가진다”며 “인질 협상을 하는 것도 아닌데 흉기를 든 범인에게 부드러운 어조를 사용하고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대응은 경찰은 무능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검거 당시 매뉴얼에 따라 행동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면 테이저건 등을 사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심하게 저항하지 않으면 언어적으로 통제하고 수갑으로 제압하게 돼 있다”고 했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반말이 오히려 피의자를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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