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 전 백재권 공관 방문 사실은 왜 숨겼나

조현호 기자 2023. 7.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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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5개월 전 "역술인 참여 가짜 의혹 공무원 국민 모독"
한겨레 "풍수지리 자문요청, 천공 이슈여서 얘기한 것" 대통령실 관계자 인용 보도
TV조선 "야당 부정확한 의혹, 여당 풍수학자 끌어들여…다 한심"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 천공이 아닌 풍수학자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가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보러 왔다는 경찰 수사 결론이 보도되면서 이전에 이 사실을 왜 알리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또한 역술인이 아닌 풍수학자가 관여한 것은 괜찮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KBS가 지난 21일 <뉴스9> 단독 보도를 통해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이후 파장이 이어졌다. 특히 경찰이 지난 4월 공관 CCTV를 모두 분석한 뒤, 천공은 없다고 중간 발표했을 때나 그 이후에라도 천공이 아닌 백재권 겸임교수의 존재는 언급하지 않다가 언론보도를 통해서야 알려지게 됐다.

대통령실은 5개월 전인 2월3일 역술인 천공이 공관에 다녀갔다는 주장을 편 부승찬 전 대변인과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뉴스토마토 기자들, 한국일보 기자들을 향해 “'역술인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였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가짜 의혹을 제기한 것은 공무원들과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은 악의적, 반복적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고 확산하는 행위에 대해서 일관된 기준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수차례 밝힌 바 있다”며 “'천공이 왔다고 들은 것을 들은 것을 들었다'는 식의 '떠도는 풍문' 수준의 천공 의혹을 책으로 발간한 전직 국방부 직원과, 객관적인 추가 사실확인도 없이 이를 최초 보도한 두 매체 기자들을 형사 고발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대통령실 역시 천공이 아닌 풍수학자인 백재권 겸임교수가 다녀간 사실을 지난 21일 이전까지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TV조선이 지난 22일 메인뉴스인 뉴스9 뉴스야 코너에서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서 천공이 아닌 풍수학자 백재권씨가 관저 이전 후보지를 둘러본 내용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한겨레는 24일자 5면 기사 <대통령실 “천공이 아니라서 말 안 했다”…풍수가 존재 함구 논란>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청와대 이전 티에프에서 전통문화·풍수지리학 관점에서 (관저를) 보기 위해 백 겸임교수에게 (자문을) 요청한 적 있고, 견해를 들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백 겸임교수는 대통령 관저로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추천했지만, 실제로는 외교부 장관 공관이 최종 낙점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관계자가 “(관저 선정에) 여러 사람 의견을 들었고, 천공이 이슈가 됐기 때문에 그 부분만 (아니라고) 얘기를 하면 됐다. (백 겸임교수가) 특정되면 얘기했을 텐데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았냐”고 했다고 전했다.

TV조선도 지난 22일 저녁 메인뉴스인 <뉴스9> '뉴스야' 코너에서 '대체 풍수학자는 왜 공관을 방문한 거냐'는 앵커 질의에 정민진 기자가 “대통령실과 당시 방문 과정에 관여했던 여권관계자 설명을 들어보면 '청와대이전TF에서 전통문화인 풍수지리학적 견해를 듣기 위해 풍수지리학계의 권위자인 백 교수의 방문을 요청한 건 사실'이라며 '다만 관저 위치는 경호와 안전, 이전 비용, 집무실과의 동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 기자는 “백재권씨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관저로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은 외교부장관 공관을 선택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의견이 참고만 됐지 반영은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라고 말했다.

정 기자는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이전 관련 자문위원이었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풍수상 관저를 옮기라고 조언했고, 김정숙 여사가 원했다고 말해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거세게 비판한 적이 있다”며 “이번엔 그 반대 상황에 놓이게 된 건데, 부정확한 근거로 '천공 개입설'이란 잘못된 의혹을 제기한 야당이나, 또 대선 내내 무속 논란에 홍역을 치르고서도 국가중대사에 굳이 풍수학자를 끌어들인 여권 모두 국민 입장에선 한심해보일 뿐”이라고 양당을 모두 비판했다.

▲한겨레 2023년 7월24일자 5면 머리기사.

백재권씨가 당시 육참총장 공관을 둘러보고 자문 의견을 주는 등 국정운영 정책 결정 과정에 얼만큼 관여했는지 의문으로 남아있다. 경찰이나 대통령실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 발표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론은 KBS 첫 보도 이후 잇달아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냈다.

KBS는 21일 <뉴스9> '단독 천공 아닌 풍수학자가 관저 후보지 방문'에서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지난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건 천공이 아니라 백재권 씨라고 잠정 결론 내린 거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다”며 “CCTV 분석 과정에 청와대 이전 TF 소속이 아닌 인물이 찍힌 건 확인했지만, 천공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고 첫 보도했다. KBS는 “경찰은 당시 공관에서 근무한 군 관계자 등 참고인들도 조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공관을 방문한 인물은 백 씨라는 진술을 확보한 거로 전해졌다”며 “경찰은 다만 백 씨를 직접 조사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YTN도 21일 메인뉴스 <뉴스나이트> '천공 닮은 풍수지리가가 관저 방문?...경찰, 정황 포착'에서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 CCTV를 살펴본 결과, 천공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난 4월 공식적으로 밝혔다”며 “그런데 이후 경찰은 방문객들과 군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다른 인물이 육참총장 공관을 찾은 정황을 포착했다. 풍수지리가이자 관상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라고 보도했다. YTN은 특히 “백 교수는 과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청와대 이전 작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경찰은 백 교수가 당시 청와대 용산 이전 TF 팀장이었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부팀장이던 김용현 경호처장 등과 함께 방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방송했다.

▲KBS가 지난 21일 뉴스9에서 대통령 관저 이전 후보지를 방문한 이가 천공이 아닌 풍수학자 백재권씨라는 내용을 단독 보도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영상 갈무리

JTBC는 22일 <뉴스룸> '풍수지리가 '관저 사전 답사' 공방'에서 “대통령 관저 선정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역술인 천공 대신 풍수지리 전문가로 알려진 백재권 사이버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가 방문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며 “백 교수는 지난 대선 전인 2019년부터 윤 대통령 등 대선주자에 대한 주장과 언급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한 바 있다”고 방송했다.

MBC도 같은 날짜 <뉴스데스크> '“대통령실 해명해야” “억지 무속 프레임”'에서 백 겸임교수가 '같은 값이면 명당을 좀 생각하고 들어가라 이 말이다. 그러면 똑같이 노력을 했을 때, 똑같은 시간을 투자했을 때 돌아오는 어떤 재물이나 성과가 겁나게 크다'라고 한 영상을 소개하면서 “백 씨는 과거 윤 대통령 부부는 물론,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부도 만났다고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채널A도 같은 날짜 <뉴스A> '풍수논란' '“천공 아니라 백재권”…풍수 논란 재점화'에서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사전 답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풍수지리 전문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대 겸임교수의 방문 정황을 포착했다”며 “관저 후보지였던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간 게 백 교수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란 것”이라고 보도했다. 채널A는 “당시 방역 지침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백 교수의 길게 뻗친 흰 수염을 보고 헷갈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방송했다.

▲YTN이 지난 21일 저녁 메인뉴스 뉴스나이트에서 대통령 관저 이전 후보지를 방문한 이가 천공이 아닌 풍수학자 백재권씨라는 정황을 경찰이 포착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나이트 영상 갈무리

SBS는 지난 21일 <8뉴스> '“천공 아닌 풍수 전문 교수가 관저 둘러봐”'이라는 단신 뉴스에서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부지를 둘러봤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면서도 “서울경찰청은 대통령 관저 부지를 둘러본 사람은 역술인 천공이 아니라 외모가 비슷한 풍수지리학 전문가인 백 모 교수인 것으로 결론짓고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간략히 처리했다.

정치권에서는 아예 백 겸임교수의 방문을 기정사실화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미신을 국정까지 끌어들인 것은 윤석열 정부”라며 “지난해 3월 역술인의 육군총장 공관 방문 의혹을 괴담이자 선동이라 주장하더니, 경찰수사 결과 풍수가 겸 관상가 백모 씨가 윤한홍 의원과 공관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지금까지 대통령실은 미신 의혹에 백모 씨는 쏙 빼고 진실을 숨기는 것에 급급했다”며 “그러다 이제는 백모 씨를 역술인과 다르다며 미래예측학 박사라고까지 소개한다”고 지적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24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풍수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정하는 잣대냐”고 반문했다. 대통령실이 백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면서도 '천공이 아니라서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한겨레 보도 내용을 두고 강 대변인은 “(이런) 궤변을 해명이라고 내놓았다”며 “무속은 안 되도 풍수는 된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강 대변인은 “사실을 은폐해놓고 이토록 뻔뻔할 수 있다니 어이없다”며 “백 교수는 무슨 자격으로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들어갔느냐”고 말했다.

▲채널A가 지난 22일 뉴스A에서 대통령 관저 이전 후보지를 방문한 이가 천공이 아닌 풍수학자 백재권씨라는 경찰 조사결과 내용에 대해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 관저 결정은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공적 영역의 일”이라며 “국가 중대사를 풍수지리에 의지한 것 자체로 위험천만한 발상이고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비판하기는 했지만 백 겸임교수의 현장 방문과 자문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강민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22일 논평에서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계 최고 권위자로 청와대이전 TF는 백 교수의 풍수지리학적 견해를 참고 차 들은 바가 있으나 최종 관저 정은 경호, 안보,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고 심지어 백 교수의 의견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며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민주당은 여전히 무속에 의존해 국정 운영을 한다는 식으로 왜곡과 선동을 일삼고 있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반박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관저 이전 후보지를 방문한 사람이 천공이 아닌 백재권씨라는 사실을 대통령실이 쏙 빼고 진실을 숨기는데 급급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에 미디어오늘은 24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책임자,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게 △백 겸임교수의 육참총장 공관 방문 사실여부 △왜 4월 중간발표와 그 직후 백 겸임교수 존재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는지 △백 겸임교수에 자문만 들었을 뿐이고, 백 교수가특정되지 않아 공개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한겨레에 한 것은 맞는지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 풍수지리학자 의견을 듣는 게 부적절하지 않은지 △백 겸임교수가 방문한 것이 맞다면 고발된 부승찬 김종대 뉴스토마토 한국일보 기자 등이 허위임을 알고도 유포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 등을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로 질의했으나 오후 6시 현재까지 답변을 얻지 못했고,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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