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중국발 ‘브러싱 스캠’
지난 주말 전국을 긴장케 했던 수상한 소포의 정체는 중국발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브러싱 스캠은 가짜 주문을 내고 제품 리뷰를 달아 특정 제품이 아마존, 알리바바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단에 오르도록 하는 사기 수법이다. 이 용어는 중국어 ‘솨단(刷單)’에서 왔다고 한다. 솨(刷)는 ‘쓸다’ ‘닦다’란 뜻으로 브러싱(brushing)으로 번역됐지만, 편법으로 취득한다는 의미도 있다. 즉 주문서[單]를 편법으로 취득하는 사기라는 뜻이다. 중국 업체가 이 수법을 사용해 대만을 경유하는 우편을 이용해 빈 껍데기 소포를 대량으로 한국에 보낸 것으로 의심된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엔 이런 브러싱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성행한다고 한다. 가정주부, 학생, 투잡을 뛰는 회사원들이 일당 50~200위안(9000~3만6000원)을 받고 고용돼 요청을 받은 회사의 제품 매출량을 늘리기 위해 가짜 주문서를 발송한다고 한다. 심지어 가짜 주문서를 그럴듯하게 낼 수 있는 온라인 훈련도 50~99위안을 받고 진행한다. 합법적인 근거를 남기기 위해 실제로 물품도 발송한다. 하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빈 껍데기 혹은 씨앗처럼 가벼운 내용물을 넣는다. 지난 2020년 미국·캐나다·브라질·호주에서 벌어진 정체불명의 씨앗 소동은 중국발 브러싱 스캠으로 드러났다.
▶중국에서 이런 사기가 횡행하는 것은 최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측은 단속 강화와 처벌에도 불구하고 미 증시 상장 직전인 2013년의 경우, 120만명의 판매자가 5억건의 거래를 위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만명의 조력자를 고려할 때 이것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알리바바는 미 증시 상장 전에 미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수차례 자료 요구를 받았다.
▶브러싱 스캠은 아마존, 이베이 등 다른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에서도 골칫거리다. 아마존에선 2020년 6월 이후 온라인 사기가 500% 증가했다고 한다. 영국의 비영리 소비자 매체는 영국 내 100만여 가구가 브러싱 스캠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했고, 뉴욕소비자보호부도 관련 위험성을 경고했다.
▶브러싱 스캠은 소비자의 솔직한 평가인 리뷰가 중요해지면서 생긴 역설적 현상이다. 한 시장조사 전문 기업의 조사에 따르면 지인이 추천한 제품이라도 10명 중 6명은 소비자 리뷰를 확인하고 구매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앞으론 현관 앞에 배달된 우편물도, 쇼핑몰의 리뷰도 마음 편히 볼 수 없는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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