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안 된다"는데 종결 처리…검찰 수사로 밝혀야 할 것들
어제(23일) 충북 경찰은 참사 당일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을 틀며, 출근자 3명이 물에 잠기는 오송읍을 돌아다니며 조치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일선 현장 실무자의 노고가 담겨있었지만, 오전 7시 58분에 '지하차도를 막아달라'는 신고는 들어왔었고, 경찰이 그 현장에 없던 것 또한 분명합니다.
당시 경찰 내부에서 어떤 지시가 오갔던 건지가 검찰 수사의 핵심인데, 이 내용은 정영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전 7시 14분, 비가 쏟아지는 오송읍 거리를 순찰차는 돌아다닙니다.
차량을 통제하고 고립된 주민을 수색하기 위해 오갑니다.
오전 7시 58분, 참사 현장이 위험하다는 최초 신고가 들어옵니다.
'미호천교가 넘치려고 한다. 궁평지하차도 통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112상황실은 이 신고를 순찰차 태블릿PC로 전송합니다.
장소는 궁평2지하차도로 정확히 특정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각, 현장 경찰관은 다른 지역에서 도로를 통제하고 구조 신고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7시 58분 신고'가 태블릿PC로 전송이 안됐다고 진술했습니다.
[민관기/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 : 순찰차에만 전송이 안 됐다. 실제로 근무자들도 인지를 못 했다고 하고요.]
실제 오전 8시 1분, 현장 경찰관은 '수신이 전혀 안되고있다'는 무전을 합니다.
112 상황실은 신고 내용을 태블릿PC로만 전송한 뒤 따로 전화나 무전은 하지 않습니다.
상황실 직원은 '신고 지점에 도착한 걸로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윤성철/충북경찰청 지역경찰계장 : 근처에 가면 도착한 거로… 여기여도 이런 데 가 있으면 도착한 거로 생각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오전 8시 13분, 112 상황실은 '7시 58분 신고'를 처리 종결 입력합니다.
국조실과 검찰은 이 대목을 '출동하지 않고도 거짓 보고했다'고 지목했습니다.
태블릿PC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112 상황실은 왜 따로 연락하지 않았는지, 무슨 근거로 신고 종결 처리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오전 9시 갑자기 닥친 검찰 수사관들을 보며 경찰관들은 착잡해 했습니다.
특히 하위직 경찰관들이 억울해 했습니다.
참사 당일 오송 파출소 근무조 3명은 오전 내내 106건 신고를 처리했습니다.
경찰 수뇌부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지원이나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는데, 또 '우리만 죄인인거냐'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앵커]
일선 현장 실무자뿐 아니라, 윗선에서는 또 어떤 지휘가 있었는지도 당연히 살펴봐야겠죠. 오늘 압수수색은 어디를 집중적으로 했습니까?
[기자]
지금도 검사 3명과 수사관 12명이 10시간 넘게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112 상황실과 재난 대응을 맡은 경비과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앞서 보도드린 참사 당일 '오전 7시 58분' 신고 처리 내역은 물론 사고 전날 대비 태세가 어땠는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전날부터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적절한 준비를 했느냐는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정영재 기자, 오늘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 사이 충돌도 있었다고요?
[기자]
네, 검사가 112상황실장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고성이 오가면서 경찰은 채증 카메라를 사무실로 들여보냈습니다.
검사는 "관련자들을 검찰청으로 출석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례적인 충돌인데요.
주어진 여건에서는 최선을 다 했다는 경찰과 해야 할 조치를 안 한 것이라는 수사기관이 강하게 맞부딪친 걸로 보입니다.
(화면제공 : 충북경찰청)
(영상디자인 :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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