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어린이에게 더 가혹…재난 약자, 어떻게 보호하나

문별님 작가 2023. 7. 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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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코로나19 이후 더 깊어진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큰 숙제인데요. 


특히 어린이를 비롯한 취약계층이 재난 속에서 받은 상처와 치유 방안을 모색한 책이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필에 참여한 김희진 변호사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세요.


6명의 전문가가 모여서 팬데믹 상황에서 일어난 불평등 문제를 기록하셨습니다. 


그 배경이 궁금한데요.


김희진 변호사 

코로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이 경험한 가장 거대한 감염병 재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팬데믹이 확진자나 사망자 수로만 그 피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재난은 분명 불공평하게 누군가의 삶에 다가왔습니다. 


책 서문에 소개된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육류 포장 공장을 계속 가동하라라는 행정명령이 있었는데, 그곳의 비위생적이고 그리고 밀집된 노동환경은 행정명령이 발동된 지 2주 만에 2주도 지나지 않아서 노동자의 60%가 코로나에 감염되는 결과로 나타났고요. 


필리핀에서는 일하고 있는 여성 가사 노동자들이 절반이 직장을 잃었습니다. 


또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던 경우에도 고용주들이 집에 머물면서 일터는 더 힘들어졌고, 때로는 각종 폭력에 노출될 위험도 커졌습니다.


더 취약한 이들에게 더 큰 위기로 나타났던 팬데믹의 영향은 한국도 다르지 않았고, 책을 같이 집필한 이들은 그 시간들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김승석 교수님의 제안으로 2주 장애, 비정규직, 그리고 여성과 아동 분야에서 활동하고 공부해왔던 이들이 같이 모였고, 관련된 자료들을 같이 분석하고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구성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경험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그들의 "시좌"에서 말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책으로 만들어 지식을 생성해낸 이 책이 언젠가는 다시금 닥칠 재난에 좀 더 잘 대비하는 걸음, 길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바이러스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라는 말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인데요. 


그렇다면 팬데믹이 우리 사회에 준 영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희진 변호사 

K방역이라고 하죠.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공이라는 플랜카드도 붙었었습니다. 

철저한 역학조사, 그리고 동선 추적으로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했다라고 평가되고 있는데요. 


그때에도 비판은 있었습니다. 


지나친 개인정보 침해 그리고 과도한 사생활 침해, 특히 재택근무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경우들이 있었죠.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학교는 문을 닫고 놀이터는 폐쇄되고 외부 활동은 제한되면서 아이들은 갈 곳을 잃었고 그 와중에 집과 일터에서 돌봄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던 여성들, 돌봄 노동자들, 이주민들은 돌봄 노동 연령의 취약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고 장애인들은 사실상 시설에 감금되기도 했죠. 


그들은 더 위태로운 삶의 경계로 내몰렸다는 사실, 현실입니다.


서현아 앵커 

변호사님께서는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아동이 겪은 문제를 집중해서 살펴보셨죠.


김희진 변호사 

이 책에서 말했던 아동은 어린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만 18세 미만의 시기를 말하고 있는데요. 


아동기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급격한 발달이 일어나는 때이고 또 성인이 된 이후의 삶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전대미문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우리 사회는 사방 팔방이 막혔다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는데요.


예컨대 등교가 계속 미뤄지다가 갑작스럽게 온라인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충분히 준비되었다고 볼 수 없죠. 


그만큼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기가 어려웠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들이나 장애 아동들은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데 기계 작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조손 가정이나 또 외부의 자원이 굉장히 제한된 이주민 가정이나 혹은 취약한 일터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재택근무조차 어려웠던 보호자들 이들의 가정에서 아이들은 더 큰 교육 공백에 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는 지식을 학습하는 곳만은 아니죠.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관계를 맺고 또 갈등을 조절하면서 사회화 과정을 학습해 갑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또 굉장히 축소되었습니다.


하물며 한국은 등교 재개 결정도 고등학교 3학년이 가장 먼저 시작되었죠.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저연령 아동들이 먼저 학교를 가도록 조치를 취한 것과 굉장히 대조적인데요. 


또 한편 만 3세는 발달의 임계점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외출과 만남 자제가 가장 강력하게 권고되었고 반드시 마스크는 써야 했고 영유아가 보는 세상은 이전과 굉장히 다르게 반쪽짜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종 복지관 그리고 지원 서비스 등도 다 멈추는 때가 있었죠. 


장애아동의 어려움은 훨씬 가중되었고요.


팬데믹은 다양한 상황에 있는 아동 청소년이 세상을 바라보고 또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기회를 박탈했고 그 대가는 우리 사회가 한동안 앞으로 계속 부담해야 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다면 이렇게 아동을 중심으로 재난 불평등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김희진 변호사 

아동의 시선이 우리 사회에 없다라고도 평가할 수 있겠는데요. 


방역 지침은 성인 그리고 국민 그리고 비장애인 남성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죠. 


더 취약한 이들의 어려움이 외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방역지침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소아들 어린이들은 자주 열이 납니다. 


이 열이 나는 건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합병증이 올 수도 있고 또 여타 질병이 원인이 되어서 더 큰 다른 질병으로 급변할 위험도 크기 때문에 잘 지켜봐야 하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코로나로 인한 증상은 감기나 비슷한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었습니다.


열이 나면 병원에 갈 수 없었던 상황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고 어떤 병원에서는 아이는 물론이고 동거 가족들이 3일 전부터 열이 나지 않았다라는 점이 확인이 되어야지 병원에 올 수 있다는 내부 지침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었고 재택 치료를 받던 영유아가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었는데 갈 병원을 찾지 못해서 헤매다가 사망하는 사례도 보도되기도 하였습니다.


소아 환자의 의료 접근권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등교 재개 결정도 또 다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등교를 다시 시작할 것이냐 말 것이냐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있었는데 그때 학생 당사자의 의견 청취는 없었습니다. 


교육당국은 교사와 학부모 의견만 들었었죠.


우리 사회는 정책 전반에서 아동의 당사자성을 인식하지 않는 한계가 있는데 팬데믹 시기에 그러한 태도는 아동을 더 소외시켰고 때로는 현재와 그리고 미래의 잠재된 위험을 더 크게 만드는 결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결국은 이런 아동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점이 불평등을 야기시켰다는 건데 그렇다면 이를 짚어보면서 우리 사회는 앞으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김희진 변호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누구를 가장 먼저 구조해야 하는지 어린이, 장애인, 노인, 여성 더 약한 이들을 먼저 구조하는 것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이건 상식이죠. 


하지만 팬데믹 시기에 이 상식은 작동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더 취약한 이들을 사회의 경계로 내몰고 침묵하게 만들었었는데요, 그리고 그만큼 더 쉽게 잊혀졌고요.


김희진 변호사 

그 대가는 앞으로도 분명 계속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지난 시간을 기록한 이 책이 다음의 재난을 준비하는 데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 또한 기록과 분석을 충분히 담아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아동도 개인 정보와 프라이버시의 주체라는 것, 그리고 이주민도 이 사회의 노동자라는 것, 장애인도 지역사회에 기반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여성의 돌봄 노동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 이런 것들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다음에 재난 정책은 더 포용적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현존하는 한 차별과 불평등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소한 지나왔던 재난을 경험, 지나왔던 재난을 기억하려는 노력은 다음에 재난 속에 차별을 좀 더 줄여나가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재난은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가 있습니다.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동안의 경험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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