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추모 속 분노 ‘들끓는 교단’…지금 우리 학교는?

[KBS 대전]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서 교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고인에게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이렇게 해당 학교 교사들의 증언을 전했는데요.

어떤 이유로 숨진 건지 정확한 이유는 앞으로 조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져야겠지만, 전국의 교사들은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는 고인의 고통이 남 일 같지 않았던 겁니다.

대전에도 지난 20일 대전교육청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는데요,

이런 추모 분위기 속에 교사들의 분노가 들끓는 이유.

실제로 교육부에 접수된 교권침해 심의 건수는 코로나19 상황이었던 지난 2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왔습니다.

또 지난 5월 대전교사노조가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는 대전 지역 교사 4명 가운데 3명이 교권을 침해 당했다고 답했는데요,

실제 사례도 들어보시죠.

[김현희/전교조 대전지부장 : "당장 어제만 해도 새벽 1시에 학부모가 전화해서 학생의 방학 과제에 대해서 항의성 질문을 퍼부어서 굉장한 심적 고충을 호소한 선생님이 계셨고요. 한 저학년 학생이 '선생님이 나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을 했는데 학부모께서 아이의 말만 듣고 퇴근 시간 이후였는데도 당장 학교로 돌아오라고 협박을 하셔서…."]

출근길에 자신의 집에 들러 아이를 깨워 달라,

왜 선생님만 삼다수 가져와서 마시냐.

아이들에게도 줘라.

아이 생일인데 왜 생일 축하한다고 말 한마디 안 해 주냐.

최근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권 침해 조사 사례 가운데 교사들이 들은 말을 추려본 건데요.

"우리 아이의 마음이 상했다"는 항의도 적지 않아 교사들 사이에서는 '내 아이 기분 상해죄'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또 '아동학대처벌법'을 악용하는 학부모도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 학부모들의 의견도 들어봤습니다.

[강영미/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회장 : "선생님한테 직접 연락해서 항의한다든가, 사전에 연락 없이 학교를 갑자기 방문해서 학습 분위기를 망친다든가 그런 거는 어쨌든 선생님의 교권도 침해 당하는 거지만, 학생들 학습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잖아요. 그래서 따로 민원을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교원의 정당한 학생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말아야 한다” "교권을 침해한 학생은 생활기록부에 남기고 교육지원청별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국회에서도 '교권 보호'를 위한 법안 발의가 이어졌고, 정치권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교권 강화'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교사가 공감하고 있지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교권은 상대적으로 추락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게만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현희/전교조 대전지부장 : "교권과 (학생)인권은 절대로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교사들이 교실에서 제대로 수업과 교육 활동을 할 수 있어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생들의 인권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합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훌륭하고 착한 아이들을 만나 가슴 벅차고 행복했던, 선물 같았던 1년이었다" 이번에 숨진 교사가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반 학부모들에게 보낸 손편지 내용입니다.

임용된 지 겨우 1년을 조금 넘겼던 20대 청년 교사.

그에게 '행복했고, 선물 같았던' 학교가 생의 마지막 장소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남겨진 이들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KBS 지역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