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뇌출혈로 초등생 숨져…학교·병원의 ‘구멍난 응급의료’
[KBS 대전] [앵커]
이번 사건을 취재한 김예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숨진 여학생이 초등학교 6학년이죠.
머리가 아프다고 보건실에 갔고, 뇌출혈로 쓰러져 2주 만에 숨졌다고요?
[기자]
네, 지난달 30일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숨진 학생은 두통을 호소하며 쉬는 시간 학교 보건실을 찾아갔습니다.
보건교사가 체온을 쟀을 땐 열이 높지 않아 우선 누워서 쉬라고 얘기했다는데요.
바로 다음 시간, 보건수업이 있어서 학생을 잠시 지켜본 뒤 다른 교실로 이동했고, 학교 응급지침에 따라 보건수업을 하는 교실의 담임이 대체보건교사로 보건실을 맡게 됐는데요.
이때 학생이 교실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교사가 학생을 엘리베이터 앞까지 데려다 줍니다.
혼자 엘리베이터를 탄 뒤 곧바로 휘청대며 주저앉거나 쓰러지면서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는 모습이 CCTV에 찍혔습니다.
대체교사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학생의 우는 소리를 듣고 담임에게 전화할 정도였는데요.
뒤늦게 담임이 학생을 엘리베이터에서 데리고 나왔고 부모가 도착해 학생의 상태를 살피는 사이 119에 신고했습니다.
학교 보건실을 찾은 뒤 구급차에 오르기까지 무려 50분이 걸렸는데 학생은 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고 긴급 수술 뒤 2주 만에 숨졌습니다.
[앵커]
어린 나이 학생이다 보니 뇌출혈을 의심하긴 힘들었겠지만 학생이 많이 힘들어했던 만큼 학교가 조금만 더 빨리 대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보건교사노조도 오늘 성명을 통해 수업 부담 없이 학생을 지켜봤다면 대처가 빠르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입장을 밝혔더군요.
[기자]
네, 학교에 유일하게 근무하고 있는 의료인이 보건교사잖아요.
수업이 없었다면 보건교사가 학생을 옆에서 계속해서 지켜볼 수 있었을 거고, 그랬다면 학생이 점차 악화되는 걸 더 빨리 알아채서 병원에 이송할 수 있었을 거란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현재 보건교사들은 보건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미세먼지나 약물 오남용, 마약과 성폭력 예방을 비롯해서 점차 갈수록 보건 교육의 범위가 넓어지고 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보건교사가 아픈 학생들을 돌보는 데 집중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수업이 있을 땐 쉬는 시간 몇 분 동안 여러 학생들을 잠깐씩 봐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전국보건교사노조는 보건교사들이 응급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 학교의 대처도 아쉽지만 대전지역 어린이 응급의료 체계도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주 보도한 내용인데 이 학생 어렵게 구급차를 탄 뒤에 또다시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느라 한 시간을 허비했다고요.
[기자]
네, 119 구급차에 타고 병원으로 출발하기까지만 30분이 걸렸습니다.
구급대원이 학생의 증상을 설명하며 이송할 병원을 찾았지만, 대전 시내 5곳의 대형 병원에서 모두 받을 수 없다고 답한 건데요.
결국, 구급대원이 다른 지역까지 전화를 돌려 세종시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으로 이동시간까지 포함하면 학생이 두통을 호소한 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이 걸린 겁니다.
대전 시내의 대형병원 다섯 곳 모두 "당시 소아를 치료할 의료진이나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 3월, 대구에서는 10대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진 뒤 어린이 응급 체계에 대한 걱정과 대책이 쏟아졌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현재 어린이 전담 응급의료센터는 수도권에 6곳, 비수도권에는 4곳뿐이고 대전에는 한 곳도 없습니다.
권역 응급의료센터인 충남대병원마저도 소아과 전공의가 없어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지역 어린이 응급체계의 문제점, 계속 취재해 전해드리겠습니다.
김예은 기자 (yes2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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