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강남 납치·살해' 이경우, 북파공작원 출신"…재판서 공개(종합)
檢 "이경우 북파공작원 출신인 것 아나" 물어
이씨 "황대한에게 1월 제안 받고 감시·미행"
범행 계획할 당시 통화 녹음파일 법정서 재생
"일 하나 해라" "주차장서 납치" "X되면 날라야"
친척 거처까지 파악…살해 암시 대화도
[서울=뉴시스]김진아 박현준 신귀혜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납치·살해 사건의 공범들이 범행을 공모할 당시의 통화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녹음파일에는 공범들이 피해자 친척 거처까지 오가며 미행과 감시를 일삼고, 범행 계획을 논의한 대화가 고스란히 담겼다.
또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경우(35)가 과거 '북파공작원'이었다는 사실이 검찰의 질문을 통해 알려졌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승정)는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경우 등 7명의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강도예비죄 혐의를 받아 공동피고인으로 기소된 이모(23)씨가 증인석에 앉았다.
이경우의 대학 동기인 황대한(35)의 지인인 이씨는 황대한의 제안으로 이 사건 초반 피해자를 미행·감시하다 범행 직전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과거 황대한이 운영하던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했으며, 이를 통해 연지호(29), 이경우 등과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검찰 신문에서 이씨는 범행 약 2개월 전인 올해 1월께 황대한으로부터 "코인을 뺏자는 얘기를 들었다. 운전만 하면 된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코인 탈취 방법으로 "(황대한이) 이경우에게 (피해자의 폰을) 넘긴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따라가서 기회가 있으면 납치해 차에 태울 것'이라는 얘기, '차량 뒷부분에 충돌해 내리면 그때 납치하겠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법정에서 이씨와 황대한·연지호의 통화 녹음파일을 재생했는데, 여기에서 황대한은 이씨에게 '일 하나 해라. 헛소리 안하고 받을 수 있어'라고 묻자 '어떤거요.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범행을 계획하는 공범들 간 적나라한 대화도 다수 공개됐다.
연지호가 '(미행에 사용한) 차 때문에 X나게 스트레스 받을 것 아니냐' '갑자기 여권 얘기를 하는 게 수상하더라'라고 하자, 이씨는 '그냥 강제로 (납치를)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주차장에서'라고 답했다.
또 연지호가 '나는 (범행을) 안 걸리고 1억을 받을래. (발각 시 국외로) 나가야 돼. 평생 못들어 온다'고 하자, 이씨는 '살인이란 증거가 없잖아요'라고 받아쳤다. 이 대화에서 연지호는 'X된 것 같다하면 바로 날라야지'라고도 말했다.
검찰이 '살인이란 증거가 없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라고 묻자 이씨는 "잘 모르겠다. 헛 나온 말인 것 같다"고 했다. 또 '살인이란 말을 꺼내고 연지호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피해자들을 살해한다는 것을 안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범행 공모 후 이씨는 피해자 최모(48)씨의 사무실·거주지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 그의 친척이 거주하는 양평 별장 등을 파악했으며, 연지호·황대한과 함께 1~2월 수차례 미행·감시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양평 일대에서 이들이 범행을 실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도 녹음파일을 통해 공개됐다.
연지호는 '우리의 중요 목표는 최OO(피해자)야. 최OO를 X쳐야 하는 거' 'X발. 설날에 양평 갔던 날이 너무 아쉽다 솔직히. 애XX 있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못했잖아'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이에 이씨가 'X되고 싶지 않다'고 답하자 연지호는 '그럼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피해자가 자녀와 동행한 상황에서 범행을 하지 못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씨는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녹취록에는 연지호가 이씨에게 '렌트 후에 대전으로 넘어가면 땅 파서 바로 하려고 했거든'이라고 말하는 등 살해를 암시하는 표현도 다수 나왔는데, 이에 대해 이씨 측은 "아니다. 영화처럼 협박하려고 했다"고 부인했다.
다만 이씨는 과거 황대한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이후 위축돼 어쩔 수없이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편 이날 검찰의 이씨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경우가 북파공작원이었다는 내용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씨는 검찰이 '연지호, 황대한이 납치·강도 범행을 직접 하려고 할 때 주도적으로 지시한 게 이경우였던 것 맞느냐'고 묻자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검찰은 '혹시 이경우가 북파공작원 출신이란 것 아느냐'고 물었고, 이씨는 "네"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이경우가 북파공작원 훈련을 받았으면 직접 하면 되는데 왜 안 나왔는지 알고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이경우는 범행 제안, 계획, 지시를 했고 납치, 살해 등을 실행한 것은 연지호·황대한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경우 등은 가상화폐 투자 실패를 이유로 지난 3월29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최씨 주거지 부근에서 최씨를 납치한 후 마취제를 주사해 살해하고 다음 날 대전 대덕구 야산에 암매장 한 혐의, 이를 계획·협조한 혐의를 받는다.
사실혼 관계인 유상원(50)·황은희(48) 부부는 이경우에게 범행 착수금을 지급하는 등 살인을 청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부부는 2020년 10월 최씨 권유로 가상화폐 '퓨리에버코인(P코인)' 1억원 상당을 구매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30억원을 투자했으나, 이듬해 초 P코인 가격이 폭락하며 손실을 입자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 부부가 시세조종을 했다고 투자자들을 선동해 2021년 3월 강남의 한 호텔에 이들 부부를 감금하고 비트코인 4억원 상당을 빼앗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는 지난해 7~8월 이들 부부로부터 최씨의 자산 규모를 듣고 범행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부는 이를 받아들여 같은 해 9월 이경우에게 범행 착수금 7000만원을 지급했고, 이경우는 황대한을, 황대한은 연지호를 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이씨와 연지호, 함께 기소된 이경우의 아내 허모(36)씨만이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간호사로 알려진 허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최씨 납치에 쓰인 마취제를 빼내 이경우에게 건넨 강도방조·절도·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에서 유일하게 불구속 기소됐다.
주범으로 지목된 이경우 측은 강도 등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살인 모의, 사체유기 등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황대한 측 역시 사체유기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살인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8월10일 공판에서 연지호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parkhj@newsis.com, marim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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