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친일 행적’ 삭제…보훈부 “법적 근거 없어”

[앵커]

고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기록에 올라가 있던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가 오늘 삭제됐습니다.

국가보훈부는 문구 게재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광복회 등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이수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자, '6.25 전쟁영웅'으로 불리는 고 백선엽 장군.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군 토벌대로 악명 높은 간도특설대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어, 대통령 직속 기구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습니다.

2020년 백 장군이 별세하자 현충원 안장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오갔고, 결국 안장은 허용됐지만 현충원 홈페이지에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기재됐습니다.

국가보훈부가 오늘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이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보훈부는 "해당 문구는 법적 근거 없이 기재됐고, 유족 의견을 청취하지 않는 등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지난 2월 백 장군 유족이 삭제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데 따른 것입니다.

이에 더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그동안 백 장군에 대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지정 자체도 문제가 많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박민식/국가보훈부 장관/지난 6일/cbs 뉴스쇼 : "그런데 저는 제가 공부를 해보면 해볼수록 이분(백선엽 장군)은 친일파가 아니에요. 제가 제 직을 걸고 이야기를 할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정부위원회의 결정 내용을 부정하는 것은 정치적 판단일 뿐이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 "정치적 목적을 통해서 결국은 역사가 왜곡되고 나아가서 독립 선현들에 대한 활동이 모독이 되기 때문에 이런 점이 대단히 개탄스러운 거죠."]

광복회도 성명을 내고 "국민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성급한 판단"이라며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하며 원상복구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수민입니다.

영상편집:조완기/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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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waterming@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