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타지 다른 듯 닮은 부조리 고발

이복진 2023. 7. 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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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 높은 넷플릭스 ‘D.P.2’·디즈니플러스 ‘무빙’
군대서 벌어진 사건 담은 D.P.2
초능력 가진 사람들 이야기 ‘무빙’
세계관·소재·설정 등 다 다르지만
폭력·편견 지적… 밝은 미래 꿈꿔

억압과 폭력, 비상식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도 판타지(희망)를 이야기하려 하고, 초능력이 난무하는 판타지 세상 속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현실)를 담고 있는 작품들. 넷플릭스 ‘D.P.2’와 디즈니플러스 ‘무빙’에 대한 한 줄 평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붐을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와 콘텐츠 왕국 디즈니에서 만든 OTT 디즈니플러스가 신규 오리지널 시리즈를 내놓는다. 넷플릭스 ‘D.P.’의 두 번째 시리즈 ‘D.P.2’, 디즈니플러스의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이다.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D.P.2’는 7월28일, ‘무빙’은 8월9일)에 공개되다 보니 비교 대상이 되는 건 당연. 게다가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대중은 더욱 두 작품을 비교하고 있다.

다만 둘은 세계관이나 소재, 설정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D.P.2’는 군대에서 벌어진 사건을 담았으며, ‘무빙’은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전자는 현실을, 후자는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 작품은 결국 현실 부조리를 고발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면서도 닮았다.

‘D.P.2’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의 이야기로, 2021년 8월27일 공개돼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국방부에서 해명자료를 낼 만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시즌2는 시즌1에서 발생한 조석봉(조현철) 일병 사건 후 흩어진 103사단 헌병대 수사과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특히 시즌1 6회 마지막 발생한 김루리(문상훈) 일병의 총격 사건이 그대로 이어진다.
억압과 폭력, 비상식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도 판타지(희망)를 이야기한 넷플릭스 ‘D.P.2’ 넷플릭스 제공
이러한 연결성을 표현하기 위해 시즌2는 1회가 아닌 7회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시즌1에서 다뤘던 ‘하나도 바뀐 게 없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예컨대 내무반 동료들을 쐈던 김 일병은 헌병들에게 둘러싸인 채 자살을 시도하고, 그런 그에게 어머니가 “괜찮아”라고 말하며 위로한다. 거기에 마음이 흔들린 김 일병은 어머니를 끌어안고 흐느낀다. 그들에게 법무실장 구자운(지진희) 준장이 나타나 “어머니, 김루리 일병 벌 받을 거 받되 한 치의 억울함도 없게 그렇게 재판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개선된, 변화한 군의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했다. 구 준장은 법무장교 서은(김지현) 중령을 이용해 김 일병이 집단 괴롭힘을 당했던 사실을 감추고, 김 일병의 일탈로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 그게 실패하자 어쩔 수 없이 김 일병과 그의 어머니를 위로한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정해인은 “‘D.P.2’는 전 시즌에 이어서 아직 못다 한 이야기,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다”며 “체포조 준호와 호열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부딪히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반면 ‘무빙’은 초능력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초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초능력을 가진 부모 세대에는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김성균이 출연하며 그들의 능력을 물려받은 아이들은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이 연기한다. 그리고 이들과 마찬가지로 남다른 비밀을 가진 전계도는 차태현이, 대한민국 곳곳에 숨어 있는 초능력자들을 찾아 제거하는 의문의 존재 프랭크는 류승범이 맡았다. 이들은 비행 능력을 비롯해 어마어마한 괴력, 빠른 스피드 등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를 숨긴 채 살아야만 했으며, 그들의 자식 또한 부모와 같은 능력을 가졌지만 초능력을 숨겨야 했다. 그 능력을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단체) 때문이다.
초능력이 난무하는 판타지 세상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현실)를 담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무빙’ 디즈니플러스 제공
이에 대해 원작 웹툰을 그리고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각본을 쓴 강풀 작가는 지난 20일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크리에이터 토크에서 “‘무빙’은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며 “무한 재생 능력 장주원, 초인간적인 오감 능력 이미현, 비행 능력 김두식 등 모든 인물은 세상을 구하겠다는 대의보다 내 가족, 친구, 연인 동료처럼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이런 정서의 인물이 한국형 히어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즉 ‘무빙’은 마블의 아이언맨이나 DC의 배트맨, 슈퍼맨 등과 같이 사명감을 가지고 외계 세력이나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가 아니다.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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