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v. Ripple Labs 판결문 정리 [프레스토랩스 리서치]
2023년 7월 13일, 많은 투자자들이 기다려왔던 SEC v. Ripple 소송에 대한 약식 판결이 나왔습니다. 뉴욕 남부 지방법원의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원고(SEC)의 약식 판결 신청은 기관 판매 부분에 대해서는 인용되지만, 그 외 부분에 대해서는 기각된다"라고 판결하며, 기관 판매에 대한 부분은 SEC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그 외 부분에 대해서는 Ripple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의 토큰의 증권성 판단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거 작성하였던 "크립토의 증권성"에 이어 이번 SEC v. Ripple에 대해 토레스 판사가 정확히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그리고 이번 판결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SEC vs 리플 소송 배경
2011년과 2012년 초에 Arthur Britto, Jed McCaleb, David Schwartz는 현재 XRP Ledger로 알려진 블록체인의 소스 코드를 개발했습니다. $XRP는 XRP Ledger의 작동을 위해 필요하며, 1000억 개의 $XRP가 고정된 공급량으로 생성되었습니다.
2012년에는 Britto, Larsen, McCaleb이 리플(Ripple)을 설립했습니다. 세 명의 창립자는 200억 개의 $XRP를 보유하였으며, 800억 개의 $XRP는 리플에 제공되었습니다.
2020년 말까지 Ripple은 500~800억 개의 $XRP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2013년부터 2020년 말까지 Ripple은 다양한 방식으로 $XRP를 판매 및 유통하였습니다. 이 판매와 유통은 기관 판매, 프로그램 판매, 기타 유통, 그리고 Larsen과 Garlinghouse의 개인적인 판매 등을 포함합니다.
$728.9 million of $XRP in these Institutional Sales (기관 판매)
$757.6 million of $XRP in Programmatic Sales (프로그램 판매)
Ripple recognized revenue of $609 million from its distributions of $XRP to individuals and entities in exchange for services (기타 유통)
Larsen sold $XRP on digital asset exchanges programmatically and made at least $450 million from his sales (Larsen과 Garlinghouse의 판매)
하지만 리플은 이러한 판매 과정에서 Form 10-Q, Form-10K, Form 8-K 등의 EDGAR filing을 하나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2020년 12월 22일, SEC는 리플이 Securities Act of 1933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증권법 위반혐의로 고소하였습니다.
"크립토의 증권성" 요약
SEC v. Ripple 판결을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앞서 작성한 "크립토의 증권성"을 요약해보았습니다.
"크립토"는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증권법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크립토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투자 계약 (Investment Contract)"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며, 이를 판단하기 위해 Howey Test가 사용됩니다. Howey Test는 총 4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2번과 4번, 즉 제 3자의 노력으로 인한 수익 기대에 해당하는지가 대부분의 크립토 증권성 논란의 논쟁점입니다.
돈을 투자한 것이다 (It is an investment of money)
투자로부터 수익을 얻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There is an expectation of profits from the investment)
투자한 돈은 공동 기업에 있다 (The investment of money is in a common enterprise)
수익은 발기인 또는 제3자의 노력으로부터 나온다 (Any profit comes from the efforts of a promoter of third party)
그 어떠한 기초 자산에 상관 없이 Howey Test에 해당한다면 투자 계약으로 판단되며 증권법의 규제를 받습니다. 예시로 오렌지 농장을 소유한 업체가 오렌지 농장을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다시 재임대하여 임대 수익과 재배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분양을 제공하는 행위는 투자 계약이며 증권법의 규제를 받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위의 판결로 인해 오렌지 농장 자체가 증권으로 판단된 것은 아닙니다. 만약 동일한 오렌지 농장을 다음 주인이 실제 농사를 짓기 위해 구매한다면, 그것은 투자 계약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증권법의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SEC v. LBRY 판결에서도, 발행 시장에서 수익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사는 행위는 하위테스트에 해당하여 투자 계약으로 판단되어 증권법의 규제를 받지만, 이로 인해 $LBC 자체가 증권은 아니며 후속 거래에서 $LBC를 순전히 유틸리티 목적으로 샀다면 그 행위에 대해서는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판결문 분석
"앞서 언급한 이유로 SEC의 약식 판결 신청은 기관 판매에 대해서는 인용되며, 그 외에는 기각된다. 피고의 약식 판결 신청은 프로그램 판매, 기타 유통, Larsen과 Garlinghouse의 판매에 대해서는 인용되고, 기관 판매에 대해서는 기각된다"
Institutional Sales (기관 판매)
Howey Test 1: 돈을 투자한 것이다 (It is an investment of money)
리플측은 기관 판매를 통해 돈을 받은 것은 인정하였지만 돈을 지급한 것과 투자의 목적을 가지고 지불한 것, 즉 "investment of money"는 "merely payment of money"와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판례로 보았을 때, 돈을 단순히 지불했더라도 ("provided the capital" 및 "put up their money") 하위테스트 1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Howey Test 2: 투자한 돈은 공동 기업에 있다 (The investment of money is in a common enterprise)
리플은 기관 판매로 얻은 자금을 다양한 자회사의 명의로 보유하였으며, 이러한 자금은 회사의 운영에 사용되었습니다.
더욱이, 모든 기관 투자자들은 동일한 자산인 $XRP로 보상을 받았으므로, 기관 투자자들의 수익과 리플의 수익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이를 하위 테스트 2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Howey Test 3: 타인의 노력에서 나오는 투자 수익에 대한 합리적 기대 (A reasonable expectation of profits to be derived from the entrepreneurial or managerial efforts of others)
이번 리플 소송 역시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은 3번 하위테스트의 적용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리플의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캠페인, 기관투자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기관 판매로 얻은 수익을 XRP Ledger의 발전에 쓰고, 이를 통해 $XRP의 가치 상승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해를 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다양한 인터뷰와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예시로 들며, 리플이 하위테스트 3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Programmatic Buyers (프로그램 판매)
Howey Test 1: 돈을 투자한 것이다 (It is an investment of money)
기관 판매와 동일
Howey Test 2: 투자한 돈은 공동 기업에 있다 (The investment of money is in a common enterprise)
기관 판매와 동일
Howey Test 3: 타인의 노력에서 나오는 투자 수익에 대한 합리적 기대 (A reasonable expectation of profits to be derived from the entrepreneurial or managerial efforts of others)
기관 판매와는 달리 법원은 프로그램 판매가 하위테스트 3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주요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 중 하나는 프로그램 판매의 경우 구매자가 돈을 지불하는 대상이 누구인지(blind bid/ask transactions) 알 수 없다는 점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또한, SEC의 주장인 "리플은 사람들이 XRP를 투기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다"에 대해서도 판례를 인용하며, 한 쪽이 투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투자계약 증권이 되는 것은 아니며, 상대방의 노력으로 인한 수익 기대가 있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Other Distributions (기타 유통)
기타 유통에서는 직원 보상이나 새로운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한 보상으로 제3자에게 토큰을 배포하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Howey Test 1: 돈을 투자한 것이다 (It is an investment of money)
기타 유통에 대해서는 기관 판매에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provided the capital"이나 "put up their money"와 같은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직원이나 제3자가 돈을 투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위테스트 1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Larsen's and Garlinghouse's Offers and Sales (Larsen과 Garlinghouse의 판매)
Howey Test 3: 타인의 노력에서 나오는 투자 수익에 대한 합리적 기대 (A reasonable expectation of profits to be derived from the entrepreneurial or managerial efforts of others)
Larsen과 Garlinghouse의 판매 역시 법원은 프로그램 판매와 동일하게 판단했습니다. Larsen과 Garlinghouse는 다양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XRP를 판매했으며, 이로 인해 XRP를 구매한 사람이나 XRP를 판매한 사람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3번 하위테스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 많은 투자자들이 단순히 이번 사건을 기관 vs 소매 혹은 발행 vs 유통을 통한 증권성 판단으로 보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 핵심은 하위테스트에 해당하는지, 특히 하위테스트 2번 과 4번에 해당하는 제3자의 노력으로 인한 수익 기대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증권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특정 프로젝트에서, 본인들이 거래소에서 크립토를 팔 것이고 이를 프로젝트의 개발을 위해 사용한다고 소통을했다면, 위 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판매 역시 제3자의 노력으로 인한 수익 기대가 있다며 투자 계약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이번 사건을 거래소에 팔면 비증권, 발행시장에서 팔면 증권으로 보는 시각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 외 주목해야 할 포인트
Defendants'"Essential Ingredients" Test
하위테스트는 1940년대에 만들어진 판단기준이기 때문에, 투자계약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특히 크립토 자산을 판단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따라 리플측은 이번 소송 과정에서 하위테스트 외에도 투자계약에 필요한 3가지 요소인 "Essential Ingredients"라는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하위테스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여 Essential Ingredients 테스트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The Nature of the Institutional Sales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기관 판매의 성격은 리플이 $XRP를 소비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판매했다는 결론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기관 투자의 계약서를 보면 $XRP의 거래량에 따라 락업 및 리세일의 구조가 변하는 계약도 존재하였으며, 일부 계약서에는 "solely to resell or otherwise distribute . . . and not to use [XRP] as an [e]nd [u]ser or for any other purpose"와 같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계약 구조는 $XRP를 상품이나 화폐로 보는 것이 아닌 리플사의 노력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계약임을 뒷받침한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약식 판결 이후
이번 SEC v. Ripple 소송의 판결은 약식 판결로, 약식 판결 신청은 사실 관계에 대한 진정과 중요한 쟁점이 없을 때 재판부의 법률적 판단만 필요한 경우 이루어집니다.
만약 SEC가 항소를 결정할 경우, 항소법원 그 다음 대법원으로 이어지며, 일반적으로 항소심은 1년 반 정도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리플의 경우에는 약식 판결로도 3년이 걸렸기 때문에 항소 절차에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SEC의 항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부는 추가 증거를 채택할 수 없고, SEC가 항소심에서 패소할 경우 불리한 판례가 생겨 다른 재판에 모두 적용될 가능성을 우려하여 항소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은 증권법의 목적과 반대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있어 SEC가 항소심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SEC의 항소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Key Takeaway
SEC가 아직 항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단순히 SEC v. Ripple 사건만으로 토큰의 증권성과 향후 방향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크립토의 증권성"에서 언급한 대로, 이번 판결은 크립토 자체를 증권으로 보지 않았으며, SEC가 주장하는 embodiment theory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은 SEC v. LBRY 판결과 유사한 판결로, 제3자의 노력으로 인한 수익 기대를 가지고 토큰을 구매하는 행위가 투자계약으로 간주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어지는 2차 판매 및 자산 자체를 증권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이번 SEC v. Ripple 케이스만 놓고보면, "blind bid/ask transactions"이 핵심 요소로 작용한 만큼 앞으로 SEC가 거래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토큰의 증권성에 대한 이슈로 인해 거래소에서 상장을 거부하거나 상폐를 한 과거의 행동으로부터 거래소가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기관 투자 및 프라이빗 라운드에서의 판매 방식에는 변화가 필요해 보이며, 많은 토큰 프로젝트들이 초기 자금 모집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크립토라는 자산은 거버넌스, 유틸리티, 오픈소스 등 전통적인 시장에서 존재하지 않던 자산군이므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합니다. 비록 이번 SEC v. Ripple 사건에서 Ripple이 제시한 "Essential Ingredients" Test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크립토의 속성을 고려한 시도들이 필요합니다.
이번 SEC v. Ripple 사건을 통해 많은 투자자들이 단순히 기관 판매와 발행 시장에서의 판매는 증권으로 간주되고, 프로그램 판매와 유통 시장에서의 판매는 비증권으로 간주된다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크립토의 증권성을 판단할 때는 기관/소매 혹은 발행/유통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제3자의 노력으로 인한 수익 기대가 있는지 여부에 초점을 두어야 증권성 여부가 판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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