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 vs “수십 년째 도로”…농가 속앓이
[KBS 제주] [앵커]
한 마을 농민들이 수십 년째 드나들던 길이 막혀 농사를 짓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최근 이 땅을 사들인 토지주는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안서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커다란 돌들이 길목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성인 키만큼한 돌들이 쌓여 있습니다.
최근 이 땅을 사들인 토지주가 정비 공사를 한다며 통행을 막고 있는 겁니다.
38년째 이 길을 다니며 백향과 농사를 짓는 김성만 씨는 길 건너편 비닐하우스에 가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를 토로합니다.
한창 수확을 해야 할 시기지만 250 미터 가량 거리에 차가 드나들지 못하면서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토지주가 일부 돌을 치웠지만 건너편에 세워둔 화물차는 바깥으로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성인 두 명이 힘껏 밀어도 움직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농로로 쓰이던 이 길이 질퍽하게 변하면서 20 미터도 채 가지 못해 차 바퀴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약 3천3백㎡에 재배하고 있는 백향과는 수확 시기를 놓쳐 썩어가고 있습니다.
[김성만/백향과 농가 : "무조건 법으로 가라고 그러는데 법으로 가려면 최소한 6개월, 판사가 판결하기까지 1년 갈지도 모르는데 지금 농산물이 그때 되면 엄청난 몇억 피해를 보는데."]
이 농로는 1988년 도로로 지정됐습니다.
1962년 독지가들이 식수 제공을 위해 마을 안쪽에 용천수 부지를 기부 채납하면서 주민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오중배/전 마을이장 : "마을 사람들이 기부채납하면서 비문도 있는 걸로 알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원만히 해결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갖거든요."]
하지만 토지주는 자신의 법인 명의 땅으로 정당한 재산권 행사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토지주는 도로 정비 과정에서 돌을 골라낸 것일뿐 일부러 길을 막은 건 아니라면서, 사전에 농장주와 협의에 나섰지만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제주도는 사유지 내 비법정 도로의 경우 토지주와의 합의가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지역 내 도로 20만여 필지 가운데 절반 가까운 44%가량이 개인이나 법인 소유 사유지인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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