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5건 중 1건은 '화풀이'

정유민 기자 2023. 7. 2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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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고찰 및 성향 분석' 논문에 따르면 조 씨처럼 가정불화 등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범죄를 계획하는 '화풀이에 의한 범죄'는 21.9%에 달했다.

해당 논문을 작성한 안상원 광운대 범죄학 박사는 "조 씨의 사건도 전형적인 화풀이 범죄에 해당된다"며 "이 범죄는 흉기를 수회 사용해 살인 등 중범죄로 이어지며 범죄를 합리화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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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동기 범죄 논문 살펴보니]
경찰, 1월 관련 TF 구성했지만
명확한 기준·통계·예방책 없어
사건 발생하면 대응 논의 수준
"심층적 관점서 분석·연구 필요"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조 모 씨가 2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을 벌인 범인 조 씨의 진술이다.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상대로 벌인 조 씨와 같이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 5건 중 1건은 화풀이에 의한 범죄로 파악됐다. 이상동기 범죄란 개인의 부정적인 정서, 심리적 원인, 정신장애 등으로 인해 공격성이 표출되는 범죄다. 조 씨 범행 이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상동기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범죄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고찰 및 성향 분석’ 논문에 따르면 조 씨처럼 가정불화 등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범죄를 계획하는 ‘화풀이에 의한 범죄’는 21.9%에 달했다. 해당 논문은 2003년부터 2020년 사이 판결문을 분석한 것으로 이상동기 범죄는 △이유 없는 범죄 △화풀이에 의한 범죄 △정신병에 의한 범죄로 분류된다.

해당 논문을 작성한 안상원 광운대 범죄학 박사는 “조 씨의 사건도 전형적인 화풀이 범죄에 해당된다”며 “이 범죄는 흉기를 수회 사용해 살인 등 중범죄로 이어지며 범죄를 합리화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사회 불만에 근거한 현실 불만 표출형 범죄”라며 “자신의 사회에 대한 불쾌 감정 호소가 범죄 동기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 새 충격적인 이상동기 범죄가 반복되자 경찰에서도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1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나 정의, 통계·예방책 등은 없는 실정이다. 학계에서도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고 뚜렷한 분류 기준이 없는 탓이다. 현재 해당 TF에서는 이상동기 범죄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기능별 대응을 논의해 대처하고 있는 수준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동기가 검찰 수사 단계에서야 파악되는 경우도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3자가 보기에 동기를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석과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불평등이 심화됨에 따라 다양한 범죄 양상이 나타나기에 예방을 위해서는 범죄 자체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 유무’ 등 범죄자의 개인적 이력과 범죄의 잔혹성만 조명될 경우 유사한 범죄는 언제든지 일어나면 피할 수 없는 범죄로 남기 때문이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묻지마 범죄는 없다”며 “특이 범죄자들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등 심층적인 연구가 있어야 무차별 범죄의 예방책도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도 “미국에서는 이러한 범죄에 대해 대통령 위원회에서 몇 년에 걸쳐 조사와 연구를 한다”며 “국가 정책의 우선적인 어젠다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신림역 일대를 자주 다닌다는 남성 김 모(28) 씨는 “자주 다니는 길이라 더 충격적”이라며 “작정하고 달려들면 피할 방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인근에서 거주했던 김 모(27) 씨도 “대낮 대로변에서도 잔인한 사건이 발생할 정도인데 막을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건장한 남자들도 범죄 표적이 되는데 남성보다 물리적 힘이 약한 여성으로서 더 무서움이 크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 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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