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모로코의 쓰레기장에서 촬영, 냄새 때문에 피로감 쌓여" [인터뷰M]
영화 '비공식 작전'에 출연한 하정우를 만났다. 하정우는 흙 수저 출신 외교관으로 20개월 전 실종된 외교관의 생존 신호가 담긴 전화를 받은 뒤 성공하면 미국 발령이란 조건을 걸고 비공식 작전에 자원해 홀로 내전 중인 레바논으로 향한 '이민준'을 연기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은 지 벌써 5년이 지났다는 하정우는 "중간에 코로나 때문에 또 늦어져서 지난해 초에서야 겨우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수리남'으로 기자들과 만나긴 했지만 영화로 관객을 만나는 게 오랜만이라 마치 첫 영화로 관객을 만날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더라."라며 오랜 시간 묵혀온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 소감을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수리남' 때문에 도미니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뒤 바로 이어 이 영화로 모로코까지 반년 넘게 해외에서 지내다 보니 마치 군대 다녀온 느낌이 든다는 하정우는 "군대 다녀왔다는 느낌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뭔가 해냈다, 졸업했다는 느낌에 가깝다. 어떤 한 챕터가 끝난 것 같은 복합적인 심정이다."라며 장기간 해외 촬영에 대해 이야기했다. "도미니카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음식이나 시설 등 편의적인 부분은 괜찮았는데 아파트 경비가 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모로코는 치안이 자유로운 대신 전기를 조금만 쓰면 두꺼비집이 내려가거나 뜨거운 물이 안 나오고, 이슬람 국가라 돼지고기를 못 먹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라며 지역별 특징을 이야기했다.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하긴 했지만 모로코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한 '비공식 작전'은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야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 낸 캐릭터, 낯선 공간이 주는 신선함과 두려움으로 새로운 비주얼을 선사했다.
하정우는 "실제 인물이 엄청난 고난을 겪은 비극적인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영화의 초반에 희극적인 상황이 보이는데 그 상황을 어느 선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를 정하는 게 힘들었다. 촬영 일주일 전까지도 김성훈 감독과 이야기하며 표현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했었다."라며 약간의 유머가 들어간 캐릭터의 설정이 쉽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그의 고민은 의외로 현장에서 쉽게 해결이 되었다고. "시나리오에서는 훨씬 더 딱딱하고 드라이하게 적혀있었는데, 처음 '판수'(주지훈 분)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리허설하면서 1차원적으로 장난치거나 가볍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 상황 자체가 블랙코미디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걸 기준으로 재미를 주자는 이야기를 했다."라며 주지훈과 현장 리허설을 하며 자연스럽게 톤 앤 매너가 정리되었다고 했다.
모로코에서의 촬영에 대해 이야기하며 하정우는 말이 좀 더 빨라졌다. "위험한 동네이기도 했고 보는 그대로 대기할 공간이 없었다. 아래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건물 위에서 쓰레기를 던지기도 했고 주지훈은 유리병에 맞을 뻔하기도 했다. 제작진에서 동네 청년을 섭외해 현장 분위기를 정리하자는 묘책을 냈고, 그렇게 지역 청년들에게 완장을 채우고 나니 현장이 좀 정리가 되더라."라며 낯선 환경에서의 촬영이 얼마나 쉽지 않았는지를 밝혔다.
모로코는 할리우드 영화들도 많이 촬영하는 곳이기에 협조가 쉬울 줄 알았다는 말에 그는 "김성훈 감독이 고른 지역이 다 위험한 지역이었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아름답고 좋은 곳에서 많이 찍었는데, 저희가 촬영한 곳 중 한 군데는 쓰레기 매립지여서 냄새가 너무 심했고 현기증이 나기도 했다. 그런 냄새를 맡고 있는 게 너무 피로감이 쌓여서 피곤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었다. 그런 곳만 골라서 촬영한 게 너무 끔찍했다."라며 로케이션의 비밀을 공개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했던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들개에게 쫓긴 이후 밤새워 걸어 '판수'와 만나는 장면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경계도 없는 돌산 도로를 2시간 올라가서 찍었던 보람이 있더라. '민준'의 피곤함과 절묘하게 대조되었다."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설산의 대풍경이 펼쳐진 장면을 기억에 남는 장소로 꼽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이건 분명 외국에서 찍었다'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의외로 국내 촬영분이라 놀랍기도 했다. 하정우는 "들개에 쫓겨 차에 들어가는 장면, 건물에서 매달리는 장면들은 다 국내에서 찍었다. 들개는 잘 훈련된 개들이라고 이야기 들었는데 촬영하면 할수록 개들의 눈빛이 야생으로 변해서 정말 물리면 큰일 나겠다 싶어 필사적으로 뛰었다. 평택에서 7회차 정도 촬영한 장면인데 평택에서의 밤이 너무 무서웠다. 건물은 옥천에서 촬영했는데 그때 매일이 폭염주의보였다. 뜨거운 더위에 가죽 재킷을 입고 전깃줄에 매달려 찍느라 너무 힘들었다."라며 알고 봐도 한국이라 믿기지 않았던 장면을 이야기했다.
'비공식 작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모로코에서의 카 체이싱이었다. 그는 "주지훈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카 체이싱을 찍어야 했다. 배우들 허리를 잡아주는 히든 안전벨트를 메기는 했지만 진짜 안전벨트는 멜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저는 겁이 났었다. 주지훈의 운전 때문이 아니라 오래된 차량이라 에어컨이 안 나왔고 브레이크 페달이 밀려서 차를 탈 때마다 예민하고 긴장하게 되었다."라며 차량 액션을 소화한 소감을 밝혔다.
몸을 쓰는 연기를 많이 펼친 하정우는 "요즘은 과격한 운동보다 스트레칭을 더 신경 써서 한다. 부상 방지를 위한 운동을 주로 하고 준비운동을 더 길게 하는 편. 점점 나이가 들어가며 액션 연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라며 액션을 할수록 쉬워지지 않고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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