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송대리인, ‘포항지진은 자연재해’ 주장 논란… 시민단체, 해명·사죄 촉구
2017년 11.15일 발생한 경북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건립에 따른 '촉발지진'이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이뤄진 가운데 정부 소송 대리인이 '포항지진은 자연재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쳐 논란이 일고 있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지난 20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 소송대리인이 '포항지진은 자연재해'라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며 "지진피해 포항시민을 두 번 울리는 정부에 공식 해명과 사죄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2019년 3월 20일 정부조사단 발표와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특별법 제정, 진상조사위원회 활동까지 종료돼 포항지진에 대한 정부의 책임소재는 더 이상 입증할 필요조차 없다"며 "하지만 피고 대한민국 정부가 소송대리인을 통해 ‘포항지진은 자연재해’라고 억지 주장하는 것은 현재까지 정부가 실수한 그 어떤 책임보다 더 큰 귀책 사유가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송대리인은 정부가 그간 스스로 ‘정부조사단’을 꾸려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해당 부처가 공식적으로 시인했던 내용을 법정에서 번복했다"며 "이는 엄청난 피해로 상처 입은 시민들을 위로하지는 못할 망정 극도로 인내하는 시민들을 자극하는 것으로 정부와 국가의 존재 이유조차 모르는 정부 책임자에게 석고대죄를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범대본은 "포항지진피해 위자료청구 소송은 2018년 10월 15일 최초로 제기된 이래 회원 1만 7000명을 포함해 총 5만여 명에 이르는 포항시민의 10%가 동참하고 있다"며 "하지만 나머지 90% 즉, 45만 명의 포항시민들이 소송에 동참할 수 있는 소멸시효는 2024년 3월 20일까지 불과 8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지난 4년 9개월 동안 증거신청 한번 제출하지 않던 피고 대한민국이 '포항지진은 자연재해'라고 주장하면서 9가지 증거를 무더기로 신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범대본은 "피고 대한민국은 지난 5월 3일과 6월 30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이노지오테크놀로지, 포항시청 등 다수의 기관에 대해 소송고지를 해 줄 것도 법원에 신청했다"며 "이에 법원으로부터 소송고지를 받은 다수의 피고보조참가자들이 뒤늦게 소송에 참가하면서 각각의 단체가 개별적으로 '포항지진은 자연재해다' 또는 '포항지진은 지열발전 물주입과 관계없다'는 등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범대본은 "피고 대한민국 소송대리인이 행하는 일련의 행위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의도적으로 지연해 소멸시효를 넘김으로써 나머지 90%의 포항시민들이 위자료청구 소송에 동참할 수 없도록 하는 치졸하고 악의적인 ‘소송지연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역설했다.
앞서 정부는 2018년 국비 20억 원을 들여 국내외 전문가들로 포항지진에 대한 정부조사단을 발족했다.정부조사단은 2019년 3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은 촉발지진'이라는 조사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산자부 차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조사단의 발표 내용을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감사원도 2020년 4월 지열발전에 대한 산자부 등 관계기관의 책임소재가 분명하다는 내용을 발표했다.이후 국회는 포항지진특별법을 제정했고 이 법에 따라 국무조정실에서 위원회를 구성해 포항지진 진상조사를 실시·발표했다.지진피해 시민에게는 물적 손실분에 대해 보상까지 마친 상태다.
세계의 유수한 과학저널인 사이언스도 2018년 4월 '포항지진은 유발된 지진'이라는 논문을 실었고 미국지구물리학회도 같은 해 미국에서 열린 가을 미팅에서 같은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모성은 범대본 공동 대표는 "피고 대한민국 정부는 소송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소송대리인을 즉각 교체하기를 촉구한다"며 "국민들로부터 정의롭지 못한 정부, 존재의 가치가 없는 국가로 낙인찍히지 않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한편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 직후 결성된 순수 시민단체다.포항지진 원인규명 및 피해시민의 배·보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올 7월 현재 제5기 집행부가 활동하고 있다.
포항=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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