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금리인상기 부채축소 기회 잃었다

2023. 7. 2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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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금융부동산부 금융팀장

1년 전 2.25%를 기록했던 기준금리가 현재 3.50%까지 올라와있다. 1년 만에 1.25%포인트(p) 인상됐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인상 이후 계속 동결됐다. 최근 1년간의 상승폭은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됐다.

지난해 초 1%대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는 상반기에 서서히 상승했지만 하반기부터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작년 7월과 10월에는 두번의 빅스텝(0.50%p 인상)을 밟았고, 11월과 올해 1월 연달아 베이비스텝(0.25%p 인상)을 밟으며 3.5%에 도달했다.

1월 인상을 마지막으로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언제든 다시 인상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반복했다. 4차례 연속 동결이 결정된 지난 13일에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당분간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금통위원 전원이 최종금리가 3.75%가 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말한 것과 차이가 없다.

이 총재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고 내다본다. 연내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나온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향후 통화정책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적 옵션을 확보하려는 차원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반적으로 7월 금통위는 이전에 비해 매파적 스탠스가 완화됐다"고 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지난 1월 인상을 끝으로 종료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현재 인하 가능성을 급격하게 반영해서는 안 된다는 정도의 단순 경고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주택가격의 급락이나 금융기관 부채의 연체율 상승 등 금융안정 위협요소가 확산되며 한은의 인하결정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위기 속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1062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 증가세로 돌아서 3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6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잔액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가계대출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늘어났다. 6월 은행 주담대 증가 폭은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7월에도 가계대출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5700억원으로 6월 말(678조2454억원)보다 3246억원 늘었다. 역시나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가 9389억원 불어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금리인상 국면이 마무리됐다는 판단에 따라 주택 매수 심리가 회복되고, 아파트 가격도 상승 조짐이 나타나면서 주택 관련 대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5~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사상 최대인 2%p까지 벌어지게 된다.

금리차 확대는 외국인 자본 유출 등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가 높은 쪽으로 투자 자금 등이 이동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은 입장에서 섣불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도 힘들다. 가계는 물론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나타날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기에도 가계부채를 줄이지 못한 것이 뼈아프게 느껴진다. 은행들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한 금융당국이 책임이 크다.

지난해 10월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상단 기준으로 7%대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 주담대 고정금리는 현재 5% 중반대로 내려와 있다. 하단 기준으로는 3%대 금리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으로 한은의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늘어나는 가계대출이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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