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사법개혁안 반대하는 이스라엘 시민들, 예루살렘은 `폭풍 전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초강경 우파 정부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처리를 하루 앞두고 예루살렘이 폭풍 전야입니다. 이스라엘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시위가 예상되면서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크네세트(의회)가 첫 번째 '사법 정비' 법안의 2∼3차 투표를 하루 앞두고 이날 최종 토론에 들어간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의회 인근에서 본격적인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나흘간의 행진 시위를 마치고 전날 예루살렘 의회 인근 사커 공원에 텐트촌을 차린 수만 명의 시위대는 이날 오후 텐트촌에서 의회까지 행진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시위대는 의회에서 밤샘 시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앞서 시위대는 예루살렘에서 약 64.4㎞ 떨어진 해안 도시인 텔아비브에서 37도가 넘는 기온에도 장장 나흘 동안 걸었지요. 시위 행렬 길이만 3㎞를 넘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입니다.
사법 정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기차 편 등을 이용해 속속 예루살렘으로 모여들면서 시위대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이외에도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텔아비브에서는 사법정비에 찬성하는 우파 인사들의 집회도 열리고 있습니다.
사법 정비 입법에 저항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의 복무 거부 선언도 계속 확산하면서 반정부 시위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전날 1만 명의 예비군이 복무 거부 선언에 동참한 데 이어 이날은 정보부대에서 활동 중인 약 1000 명의 예비군이 사법 정비에 반대하며 복무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전직 군 참모총장, 전직 경찰청장, 전직 모사드 국장 등도 네타냐후 총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예비군들의 집단행동을 옹호했습니다.
하지만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복부 거부 선언을 한 예비군들에게 업무 복귀를 촉구하고, 복귀하지 않은 경우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스라엘 우파 연정은 24일 크네세트에서 이른바 '사법 정비'를 위한 첫 번째 법안인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입니다. 법안은 2∼3차 독회(讀會)를 통과하면 법률로 굳어집니다. 법안에는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주요 결정을 '합리성' 판단에 따라 사법 심사로 뒤집을 수 있는 대법원의 권한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연정 측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행정부의 권한을 일반 공무원인 판사가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을 막아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입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야권과 법조계, 시민단체는 이 법안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훼손하고 독재를 유도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앞서 회원 수 80만 명의 최대 노동운동 단체인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도 정부와 야권에 이날 오후 4시까지 사법 정비에 관해 합의하라고 제안했지요. 그러나 연정 측은 이 제안을 거부하고, 법안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도 완강합니다. 심박 조율기 삽입 시술을 받은 네타냐후 총리는 입원 중 발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여러분이 보듯 내 상태는 아주 좋다. 우리는 (사법 정비) 입법을 마무리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 합의를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크네세트에서 진행될 법안 투표에 어떤 일이 있어도 참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히스타드루트 측은 총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야권도 이날 정당 대표 회의를 열어 사법 정비 입법 저지를 위한 다음 실행계획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변호사협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즉시 대법원에 취소 청원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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