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안 쓴 여배우 포스터는 불법"…이란, 영화제 개막 금지

문화부 장관, 9월 개막 영화제에 금지 명령 …"현행법 위반"
이란단편영화협회 "히잡 착용 의무화 이전 이미지 활용"
협회 "우리는 항상 검열 장벽을 허무는 데 앞장서 왔다"

[서울=뉴시스] 이란 정부가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를 활용했다는 이유로 영화제 개막을 금지했다고 23일(현지 시간) AFP 통신은 보도했다. 사진은 제13회 'ISFA 영화 페스티벌' 포스터. (사진=ISFA 홈페이지 갈무리) 2023.07.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양정빈 인턴 기자 = 이란 정부가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 배포했다는 이유로 영화제 개막을 금지했다.

AFP통신은 23일(현지 시간) 이란 현지 언론 IRNA통신을 인용, 이란 문화부 장관이 이란단편영화협회(ISFA)가 오는 9월 테헤란에서 개최할 예정인 제13회 ‘ISFA 영화 페스티벌’에 대해 개막 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영화제 홍보 포스터에 히잡을 쓰지 않은 배우의 사진이 쓰여 현행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이란단편영화협회는 1982년 이란 영화 ‘아즈데게르드의 죽음’에 출연한 여배우 수잔 타슬리미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정면을 바라보는 사진을 포스터에 담았다. 이란에서 히잡 착용이 의무화된 1983년 이전에 찍은 이미지를 40여년만에 포스터로 활용한 것.

이를 본 이란 문화부 장관은 크게 분노했고, 법 위반으로 간주해 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ISFA 측은 이 포스터를 공개하면서 "이란 국민이 정당한 요구 사항을 달성하기 위해 어렵고 고통스러운 길을 가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제가 열린다"며 "우리는 항상 검열 장벽을 허무는 데 앞장서 왔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의 영화제 금지에 협회 측이 어떤 입장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서에 붙잡혀갔다가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으나 당국은 시위 참가자를 고문, 사형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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