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격돌하는 머스크 트위터 vs 저커버그 스레드 | 메타의 ‘스레드’ 닷새 만의 1억 명 가입…테크 거물 신경전 가열
“저크는 약골이다(Zuck is a cuck).”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7월 9일(이하 현지시각) 트위터에서 한 사용자의 게시물에 이 같은 댓글을 달았다. 저크(Zuck)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약칭이다. 이 사용자가 “일론은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고, 저크는 브랜드의 목소리를 보호한다”며 머스크를 추켜세운 게 발단이었다. 머스크는 여기에 눈금자 이모티콘과 함께 “성기 크기 대결을 제안한다”는 원색적인 댓글을 추가로 달며 저커버그를 도발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머스크가 저커버그를 직격한 배경을 두고 7일 5일 메타가 출시한 새로운 소셜미디어(SNS) ‘스레드(Threads)’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스레드는 트위터 같은 텍스트 기반의 SNS다. 게시물당 글자 수는 500자까지, 동영상은 최대 5분까지 게시할 수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 가입자는 기존 가입 정보로 스레드에 손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다. 트위터에서 수천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까지 잇따라 스레드에 계정을 열고 있다.
덕분에 스레드는 출시 닷새 만인 7월 10일 가입자가 1억 명을 넘어섰다. 이는 오픈AI의 채팅형 AI(인공지능) 챗GPT보다 빠른 속도다. 챗GPT는 두 달 걸렸다. ‘쇼트폼(짧은 영상)’으로 대박을 터트린 틱톡은 9개월, 인스타그램은 2년 반이 걸렸다. 이 기세라면 스레드의 트위터 추월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위터 가입자 수는 2억3780만 명(작년 7월 기준)이며, 월 활성 이용자(MAU)는 3억5000만 명(올해 6월 기준) 수준이다. CNN은 “트위터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스레드를 ‘트위터 킬러’라고 평가했다.
머스크가 스레드 흥행 ‘일등 공신’
스레드가 흥행 가도를 이어 갈수록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갈등은 더 고조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올해 6월 말부터 설전(舌戰)을 이어 가고 있는데, 이때도 스레드가 ‘트리거(방아쇠)’였다.
시작은 6월 21일 한 트위터 사용자가 머스크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메타의 스레드 출시 소식을 전하며 “스레드가 진짜 트위터의 라이벌이 될까”라고 물었고, 머스크는 “전 지구가 조만간 아무 대안도 없이 저커버그 손가락에 지배당할 것”이라며 이를 비웃었다. 다른 이용자가 “그(저커버그)가 주짓수를 한다는데 조심하라”고 하자, 머스크는 “나는 철창 싸움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저커버그는 당장 발끈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결투할) 위치를 보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머스크는 “진짜라면 해야지”라며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고 답했다.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은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팔각형 철창 경기장을 말한다.
이러한 두 사람의 설전에 전 세계가 주목하면서 역설적으로 스레드가 널리 알려지게 됐다. 저커버그는 7월 10일 스레드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특별한 홍보 활동도 하지 않았는데 이토록 많은 사람이 가입한 것이 놀랍다”는 자축의 글을 올렸는데, 사실은 머스크가 스레드의 노이즈 마케팅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운영 정책에 불만을 품은 기존 트위터 이용자들이 스레드로 대거 옮겨간 영향도 있다. 머스크는 작년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서비스 유료화를 위해 이용자의 게시물 열람 횟수를 제한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 정지됐던 극우 인사들의 계정을 풀어주면서 이용자와 광고주들의 불만을 샀다. 메타는 이 점을 이용했다. 스레드 개발 목적은 처음부터 트위터에 불만이 있는 이용자와 광고주를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스레드의 기본 골격이 트위터와 유사한 이유다.
머스크 “부정행위 안 돼”⋯저커버그에게 소송 예고
스레드 출시로 트위터는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스레드 출시 다음 날인 7월 6일부터 이틀 동안 트위터의 트래픽은 전주 대비 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1%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작년 10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후 직원 75%를 대거 해고했는데, 해고자 중 일부가 메타로 옮겨가 스레드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는 스레드를 출시한 메타에 법정 소송을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세마포르에 따르면, 트위터는 스레드 출시 후 사내 변호사 명의로 저커버그에게 스레드가 트위터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경고 서한을 보냈다. 관련 보도가 나온 뒤, 머스크는 7월 7일 자신의 트위터에 “경쟁은 좋지만, 부정행위(cheating)는 안 된다”고 적었다.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트위터 기능을 개편해 기존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 2.0’이라는 장기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암호화된 다이렉트 메시지(DM), 장문 게시글, 디지털 뱅킹 등이 핵심 내용이다. 특히 머스크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앱을 통해 서로 돈을 이체하고 예금 이자를 벌 수 있는 기능을 구상하고 있다. 스레드가 발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는 만큼, 머스크도 트위터 2.0 플랜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Plus Point
“농담 아니다”…머스크·저커버그 격투기 대결 성사되나머스크와 저커버그의 신경전이 격화하면서 온라인 해프닝으로 여겨졌던 두 사람의 격투기 대결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7월 1일 NYT는 두 사람의 대결이 ‘농담이 아닐 수 있다(May Be No Joke)’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UFC의 데이나 화이트 회장이 두 사람의 대결을 성사시키기 위해 물밑 조율을 진행 중이다. 화이트 회장은 NYT에 “두 사람과 늦은 밤까지 통화했고, 둘 다 대결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맞붙을 경우 흥행 수입이 격투기 사상 최대 규모인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두 사람이 UFC의 옥타곤에서 대결하면 1인당 유료 시청료(PPV)가 100달러(약 13만원), 전체 흥행 수입은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최고 흥행 경기인 2017년 복싱 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UFC 선수 코너 맥그리거의 대결을 뛰어넘는 규모다. 당시 PPV는 80달러(약 10만4000원), 흥행 수입은 6억달러(약 7800억원)였다.
도박사들은 실제 격투가 이뤄진다는 가정하에 저커버그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6월 22일 스포츠 베팅 플랫폼 오즈페디아에 따르면, 북미 온라인 도박 사이트 베팅을 종합한 결과 도박사들이 예측한 저커버그의 승리 확률은 83%였다. 저커버그는 최근 2~3년간 주짓수를 배웠고, 올해 5월 지역 대회에 나가 입상하기도 했다. 나이도 저커버그(39세)가 52세인 머스크보다 13세 어리다. 다만 체급은 머스크가 유리하다. 머스크는 신장 186㎝, 체중 85㎏인데, 저커버그는 171㎝, 70㎏이다. 머스크는 한 팟캐스트에서 “어릴 때 유도, 가라테, 태권도를 배웠고 최근 주짓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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