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컬래버노믹스 <17>] 황금 콤비는 왜 스타일이 다를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콤비(combination)’라는 말을 자주 쓴다. 콤비란 무슨 뜻일까. ‘어떤 일을 하기 위하여 두 사람이 짝을 이루는 일 또는 그 두 사람’이다. ‘위아래가 다른 천으로 된 양복 한 벌’도 콤비라고 부른다. 세상사를 보면 콤비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요즘은 위아래가 같은 천으로 된 양복보다 콤비를 더 많이 입는다. 콤비의 일상화 시대다.
황금 콤비라는 말도 있다. 호흡이 아주 잘 맞는 단짝을 말한다. 그런데 황금 콤비는 묘하게도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기보다 특성이 서로 다른 조합일 경우가 더 많다. 예전에 양훈, 양석천 두 코미디언이 ‘뚱뚱이’와 ‘홀쭉이’로 짝을 이뤄 큰 인기를 얻었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희극배우 스탠 로렐(홀쭉이)과 올리버 하디(뚱뚱이)의 한국판 모델이라는 평을 받았다.
서수남, 하청일 두 가수도 마찬가지다. 서수남씨는 187㎝로 장신이고 하청일씨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여서 꺽다리와 땅딸이 역할을 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기를 끌었고 코믹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국 지명을 모두 갖다 붙인 ‘팔도유람’이라는 노래와 동물 소리를 흉내 내는 ‘동물농장’이라는 노래는 특히 큰 인기를 얻었다. 서로 다른 개성을 살려서 황금 콤비가 된 사례다.
역사적인 황금 콤비 사례는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추리소설 ‘셜록 홈스’ 시리즈에 나오는 탐정 셜록 홈스와 그의 친구 존 왓슨 콤비다. 작가는 셜록 홈스라는 인물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왓슨이 사건 해결 과정을 글로 정리해서 세상에 발표하는 형식을 취한다. 오늘날까지 영화로 제작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셜록 홈스’ 시리즈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사립 탐정 홈스와 친구인 왓슨이 명콤비를 이뤄 풀어가는 게 매력의 핵심이다. 두 사람은 성격, 재능,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영국 소설의 효시로 알려진 ‘로빈슨 크루소’에는 주인공과 함께 명콤비 프라이데이가 나온다. 배가 난파해 홀로 무인도에 남게 된 주인공의 생존기를 다룬 작품인데, 식인종에게 잡아먹힐 뻔한 현지 부족민을 구해 하인으로 삼는다. 이 사람의 이름을 프라이데이(Friday)라고 붙인 것은 구출한 날이 금요일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원시인 특성이 있는 프라이데이에게 연장 만드는 법과 각종 기술을 가르치고 심지어는 종교까지 갖게 만든다. 마침내 두 사람이 콤비를 이뤄 밀림에서 생존할 뿐만 아니라 식인종인 원시인과 악당들을 물리치고 살아남는다. ‘로빈슨 크루소’라는 작품은 이 두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명콤비 이야기다. 한 사람은 현대 문명을 아는 영국인이고, 한 사람은 원시적인 섬 원주민이니 역시 엄청난 캐릭터 차이가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데 최소 조합이 바로 ‘두 사람의 짝’이다. 기본 중의 기본은 남녀가 부부로 한 쌍을 이뤄 사는 것이다. 사회생활의 기본도 두 사람의 짝이 중요하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는 누구와 단짝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회사에서는 오너 경영자와 전문 경영자가 황금 콤비를 이루면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 대통령과 총리, 장관과 차관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황금 콤비를 이루면 큰 성공을 거두지만, 서로 반목하고 갈등 관계에 빠지면 반드시 실패한다.
협업의 기본도 ‘두 사람의 조합’에서 시작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비슷한 성향끼리 만나면 황금 콤비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개성과 강점이 서로 다른 사람끼리 만나서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짝을 이뤄야 황금 콤비가 탄생한다. 협업을 잘하려면 나와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과 짝을 이뤄야 한다. 처음부터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유유상종하는 인간은 큰 성과를 낼 수 없다. 동서양 인류 역사의 소중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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