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급한데 대출문턱 높아"… 휴대폰깡 내몰리는 20대 [이자 7000원도 버거운 청년들]

박문수 2023. 7. 24. 18:1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월세, 가스비, 수도요금, 전부 두세 달 밀려 100만원 빌리려고 했는데 연체된 고지서를 챙기지 못해 50만원 빌렸습니다. 6개월 뒤 한 달에 이자 3700원씩 밀리지 않고 내면 50만원 더 빌려준다니 다행이죠."

2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A씨(27)는 "관악구에 살고 있지만 예약이 가장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당장의 생활비가 없어 힘겨웠는데 오후엔 돈이 들어온다니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금서비스·대부업 대출도 못 받아
소액생계비대출로 급한 불 껐지만 2금융 대출 좁아진 저신용·저소득층
불법 사금융 몰리는 풍선효과 우려
2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박문수 기자
'내구제대출'을 내건 불법사금융업체 상담원에게 상담받아보니 '어떤 조건도 묻지 않은채 당일 최대 220만원을 융통해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오픈채팅방 화면 갈무리
"월세, 가스비, 수도요금, 전부 두세 달 밀려 100만원 빌리려고 했는데 연체된 고지서를 챙기지 못해 50만원 빌렸습니다. 6개월 뒤 한 달에 이자 3700원씩 밀리지 않고 내면 50만원 더 빌려준다니 다행이죠."

2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A씨(27)는 "관악구에 살고 있지만 예약이 가장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당장의 생활비가 없어 힘겨웠는데 오후엔 돈이 들어온다니 살 것 같다"고 말했다. A씨가 보여준 저신용자의 대출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에는 어느 지역 센터가 예약이 몇 주 걸리는지 알려주는 게시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경기 안양시 안양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만난 B씨(32)도 "올해 초까지는 대리운전 일을 해 월수입이 300만원은 됐는데 최근 대리 '콜'이 거의 없어 수입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당장 밥 사 먹을 돈이 없어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인터넷 카페에서 소액생계비 대출제도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모아둔 돈→현금서비스→대부업체→서민금융센터

지난 6월 30일 기준 A, B씨처럼 소액생계비대출을 받기 위해 센터를 방문해 심사받은 이는 6만6083명에 이른다. 이 중 자격조회 등 심사를 통과해 대출승인을 받은 유효신청건수는 6만3538건(96.1%)이다. 차주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소액생계비대출제도가 시작된 3월 64만원, 4월 60만원, 5월 62만원, 6월 61만원으로 집계됐다. 중복집계된 신청사유 총 3만3554건을 살펴보면 △주거비(2만485건) △의료비(1만422건) △교육비(2647건) 순으로 많았다.

A씨는 "일단 급한 불을 끈 만큼 네일아트 일을 배워 빚을 갚겠다"며 "6개월 후에 빌릴 돈으로는 학원비를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A씨는 고교 졸업 후 카페 아르바이트, 식당 등 초단기 일자리를 전전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6개월간 일한 카페가 문을 닫자 다른 일을 구하지 않고 모아둔 돈으로 생활했다. 생활비가 떨어지자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고, 대부업체도 찾았지만 대출받지 못해 센터를 찾았다.

한 센터 관계자는 "생활비가 급한 저신용·저소득층이기 때문에 정부나 '서민금융' 대출을 사칭한 일부 불법사금융의 광고링크에 혹해 '왜 대출이 50만원밖에 안 되는지 따져 묻는 경우'도 하루에 1~2건 있다"고 전했다.

서민금융진흥원에 접수된 서민금융 사칭건수만 2021년 513건, 2022년 1224건으로 올해 6월까지 총 2533건에 달한다.

■'내구제대출?' 휴대폰깡, 여전히 성행

실제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조달 부담이 커진 제2금융권은 신규 대출을 옥죄고 있다. 이로 인해 급전이 필요한 일부 서민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금리가 일종의 대출 풍선효과를 일으키는 모습이다.

대학생 C씨(22)는 "입대 전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놀다 보니 카드값이 불어나 '내구제대출(휴대폰깡)'을 받았다"고 했다. '나를 구제하는 대출'의 준말인 내구제대출은 △저신용자 △미필자 등 대출이 필요하지만 대출이 어려운 이들을 겨냥한 불법 사금융이다. 내구제대출을 받으면 자신 명의의 휴대폰을 개통한 뒤 이를 사용하지 않고 불법업자(브로커)에게 판매해 현금 150만~250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

실제 포털에서 '내구제대출'을 검색해 들어간 오픈채팅방에서 J모바일 측에 휴대폰깡을 문의했다. 상담원은 '오후 4시 전까지 신청할 경우 6시 이후 220만원까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금융감독원이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앤캐시·리드코프 등 상위 10개 등록 대부업체가 지난해 하반기 개인을 대상으로 신규 대출한 액수는 전년동기 대비 47.3%(5004억원) 감소한 5570억원에 그쳤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