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수급자 4명 중 1명, 일할 때 세후소득보다 실직 후 돈 더 받아

실업급여액, 2012년 3.4조에서 2022년 10.9조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 하루 6만1568원

정부·여당이 실업급여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실업급여 수급자 4명 중 1명은 일을 할 때 받은 세후 소득보다 실직 후 받은 실업급여액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된 실업급여 액수도 최저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10년 새 3배로 늘어 10조원이 넘었다.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시민들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업급여 액수가 2012년 3조4418억원에서 지난해 10조9105억원으로 217% 늘었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같은 기간 112만8000명에서 163만1000명으로 45% 증가했다.

실업급여액이 늘어난 것은 2019년 급여 보장성이 강화되고, 문재인 정부 때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됐기 때문이다. 현행 실업급여 제도는 퇴직 전 3개월 간 평균 임금의 60%를 지급하지만, 이 금액이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하한선도 따라 올라가는 구조다.

고용부에 따르면 현재 수급자의 73.1%가 ‘최저임금의 80%’라는 하한선을 적용받고 있다. 하루(8시간 기준) 실업급여 하한액은 2013년 3만4992원에서 올해 6만1568원으로 10년 만에 75.9% 증가했다. 그 결과 지난해 실업급여를 받은 수급자의 27.9%, 하한액 적용자의 38.1%가 일할 때 받았던 세후 근로소득보다 많은 실업급여를 받았다. 지난해 최저 월 실업급여는 184만7040원이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세후 월 근로소득 179만9800원보다 많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기간 요건도 주요국보다 짧다. 한국은 실직 전 180일(약 6개월)만 일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다. 다른 선진국들은 보통 두 배 수준인 12개월의 근무 기간 요건을 채워야 한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취업과 실업을 단기간 반복하며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지난해 10만2321명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실업급여 제도를 개선해 실직 근로자의 구직 의욕을 높여 재취업을 촉진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 제도를 개선하는 법안에 대해 “정부와 여야가 낸 각각의 개정안 내용이 거의 똑같다”며 “정부와 여야의 개선 방향이 보기 드물게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 법안들은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는 급여액을 삭감하고 대기 기간을 연장하며, 단기 이직자를 양산하는 사업주에게 고용보험료를 추가 부과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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