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원 대표 “0.3% 돌봄노동자 특권 유지하란 말이냐” 반박

한 의사 ‘비판 기고문’에 “감성 적신 주장”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 대표이사가 한 일간지에 서사원과 자신을 겨냥한 비판 기고문을 올린 의사를 향해 24일 “사실 확인 없이 감성에 적신 주장은 동네 사랑방에서나 하시라”며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사회서비스원은 민간 공급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어르신·장애인·영유아 등에 대한 돌봄서비스를 공공(각 시·도)이 직접 제공하고자 전임 문재인정부 때 만들어진 기관이다. 전국 사회서비스원 중 인력과 조직 측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사원은 제1노조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와 번번이 충돌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말엔 시의회에서 올해 예산 168억원 중 100억원이 삭감되며 존폐 위기를 맞았다. 시의 반대로 유보금 사용이 묶인 가운데 오는 9월 예산이 고갈될 전망이라 문자 그대로 풍전등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지난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종합재가센터 휴업거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유산’이란 꼬리표가 붙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돌봄서비스를 공공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시 출연기관이다. 올해 예산 3분의 2 삭감과 노조와의 갈등 등으로 존폐 기로에 서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이런 상황에서 노조와 진보 성향 시민사회계는 연일 서사원과 황 대표 때리기에 나섰다. 얼마 전엔 강원도 왕진의사라는 양모씨가 한 일간지에 기고한 ‘우리는 가족이 아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서사원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그(황 대표)의 요구를 거칠게 표현하면 이런 말이다. ‘최저임금 정도만 받고 똥기저귀는 갈아주세요!’”라고 힐난했다. 양씨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가족이라면서 그 가족을 돌보는 노동은 싸구려 취급하는 세상”이라고도 분개했다.

황 대표는 이에 ‘0.3% 노동자의 특권 유지가 전체 노동자의 권리 보호가 될 수는 없다’는 반박문을 내 “두 번을 읽었는데 의도나 주제를 쉽게 찾지를 못 했다”며 “글 안에 절절 넘쳐나는 감성이 주제 파악을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2021년도 서사원의 ‘민간 곤란 서비스’ 실적이 11.2%에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월급제인 서사원의 돌봄노동자는 전체의 0.3%도 안 된다.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일을 하는데 99%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받고 고용 불안과 생활 불안에 허덕이는 반면, 0.3%는 일을 적게 해도 따박따박 월 223만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0.3%의 특권층인 서사원 돌봄노동자, 그들이 향유하는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최저임금 선상에서 고통받는 전체 돌봄노동자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보다는 수가체계의 현실화, 보건복지부의 임금 권고지침 개선, 민간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및 관리 감독, 시급제에서 기본생활이 보장되는 성과월급제로의 전환 등이 돌봄노동자가 ‘싸구려 취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맞섰다. 그는 “허위사실 유포에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하는 것도 생각해 봤으나 설익은 사회활동가의 어쭙잖은 치기쯤으로 넘어가 주겠다”고도 적었다. 

다음은 황 대표의 반박문 전문.
 
‘우리는 가족이 아니다’라는 강원도 왕진의사 양창모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두 번을 읽었는데 의도랄까 주제랄까 쉽게 찾지를 못했습니다. 과문(寡聞)한 탓인가? 그것도 이유겠지만 글 안에 절절 넘쳐나는 감성(感性)이 ‘주제 파악’을 어렵게 하네요.
 
세 번의 도전 끝에, “새로운 가족인 돌봄 노동자를 우리 사회가 감싸 안아야 한다”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120% 공감되는 주장이지요.
 
허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의 민낯을 모르고 감성팔이로 밀어붙인 님의 글에 몇 가지 하자가 보여 일삼아 보수 공사를 해드리고자 합니다.
 
‘서사원의 돌봄 노동자는 최저임금보다 시간당 1606원을 더 받는다’고 했습니다. 아마 이런 산식에서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생활임금(10,766원)-최저임금(9160원)=1,606원] 알맹이는 모르고 포장만 보고 하는 말이지요.
 
2021년 서사원의 전일제(하루 8시간 근무) 돌봄 노동자는 220명 으로 월 223만원을 받습니다. 이 중 60%는 하루에 3.83시간 이하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심지어 14%는 2.68시간 이하입니다. 민간 시급제(11,000월/h)로 환산하면 전자는 88만원 후자는 62만원을 받습니다. 서사원 돌봄 노동자는요? 서비스를 적게 하든 많게 하든 223만원을 받습니다. 많게는 160만원에서 적게는 130만원을 더 받는 셈입니다.
 
시간당 1,606원을 더 받는다고요? 다른 말로는 월 33만원을 더 받는다는 의미인데요. [1,606(원)×26(일)×8(시간)=334,048(원)] 그것도 백보 양보해서 민간 노동자가 한 달에 26일 동안 하루에 8시간 꼬박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가정한 겁니다. 말도 안 되는 거 아시죠!
 
특별히 힘든 일을 하겠지? 하고 토를 달 수도 있겠네요. 숨도 안 쉬고 대답은 “아닙니다”. 어렵고 힘든 일을 소위 민간 곤란 사례라고 합니다. 21년도 서사원의 민간 곤란 서비스 실적은 11.2%!!! 이게 뭡니까? 그러고도 누구는 공공돌봄 기관이라 합니다. 어이가 출타하실 노릇이지요. 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감성을 뺀, 사실에 근접한 주장도 하나 있더라고요. 돌봄 노동자 99%가 민간업체에서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맞습니다. 하나 덧붙이면 이분들은 모두 시급제입니다. 많이 열악하지요. 월급제인 서사원의 돌봄 노동자는 전체의 0.3%도 안 됩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99%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받고 고용불안과 생활불안에 허덕이는 반면 0.3%는 일을 적게 해도 따박따박 월 223만원을 받습니다. 고용안정은 물론 정년퇴직 후에도 촉탁직으로 3년간 계속 근로할 수 있고요. 이런 불평등하고 불균형적인 구조를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것도 국가 세금으로 만들어 놓은 구조를 말입니다.
 
0.3%의 조건을 99%로 확산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네요. 제 대답은 역시나 “아닙니다”. 마라톤에 페이스메이커가 있습니다. 기록을 좀 더 끌어올리기 위해 한발 앞서 뛰는 동료쯤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발만 앞서야지 저만치 멀리 달아나 버리면 쫓아갈 엄두가 안 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물정 모르는 왕진의사 빼고는 이 업계에서는 다들 알고 있습니다. 서사원이 전체 돌봄노동자의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것쯤은.
 
0.3%의 특권층인 서사원 돌봄 노동자, 그들이 향유하는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최저임금 선상에서 고통받는 전체 돌봄 노동자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그보다는 수가체계의 현실화, 보건복지부의 임금 권고지침 개선, 민간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및 관리 감독, 시급제에서 기본생활이 보장되는 성과월급제로의 전환 등등이 집중 모색되어야 합니다. 님이 말하는 돌봄 노동자가 “싸구려 취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속에서 서사원의 기능과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고요.
 
이전의 제 글을 보고 “거칠게 표현하면, 최저임금 정도만 받고 똥기저귀는 갈아주세요”라고 느꼈다는 님의 이해력! 거칠어도 너무 거칠었습니다. 남의 글을 자기 입맛대로 재단(裁斷)했네요. 이런 작태를 호도(糊塗)라고 하지요
 
취임 이후 서사원에 대한 다작(多作)의 고해성사를 한 탓에 어떤 글인지 모르겠으니 꼭 집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님의 주장대로라면 백배사죄하겠습니다.
 
허위사실 유포에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도 생각해 봤습니다. 허나 선입견에 사로잡히고 감성을 주체하지 못하는 설익은 사회활동가(?) 왕진의사의 어쭙잖은 치기(稚氣)쯤으로 넘어가 주는 아량이, 저에게 아직 남아 있더군요.
 
제발 부탁입니다. 사실 확인 없이 흠뻑 감성에 적신 주장일랑은 동네 사랑방에서나 하시고 대한민국 유수의 일간지 지면에는 삼가시기 바랍니다. 많은 국민들이 오해를 합니다.
 
또 하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밥상 위에 수저를 놓고 먹을 것을 챙기는 사람은 “나, 우리, 자식들은 아니다”라고 하셨네요. 틀린 말입니다. 아직도 연로하고 병 드신 부모님 곁을 지켜드리는 자식들이 주위에 적지 않답니다. 자신의 불효경험(不孝經驗)을 일반화하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효(孝)를 실천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님의 말씀에 섭섭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