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젊은 남성’ 골랐나? 조씨·정유정 공통점은 “결핍에 대한 분풀이” [뉴스+]
과잉살상·태연함도 정유정 사건과 닮아
“힘들어서 그랬다” 사이코패스 가능성↑
20년 뒤 출소하면 53세…“대책 없다” 지적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들은 주로 ‘나보다 약해보이는 사람’을 표적으로 삼는다. 저항력이 낮아 범죄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여성, 고령자, 체구가 작은 사람 등 약자를 고르는 것이다.
그런데 신림동에서 칼부림을 벌인 조모(33)씨가 공격한 4명은 사망한 20대 남성 1명과 30대 남성 3명으로 모두 자신과 비슷한 젊은 남성이었다.
왜 조씨는 무차별 살인 대상으로 젊은 남성을 선택했을까.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불행하게 살기 때문에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의 범행을 살펴보면 그가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던 ‘남들’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갖고 있는 또래 남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공격을 하다가 저지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정하고 남성들을 공격했다”면서 “20,30대 남성에 대한 상상할 수 없는 개인적 분노가 분명히 있었고, 이 분노가 어느 순간에 트리거가 돼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조씨가 젊은 남성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본인이 평균적인 젊은 남성에 비해 직장도 없고, (교제하는) 여성도 없고 이러다 보니까 결국 사회적으로 적응하고 여자친구도 있는 사람들을 보복의 대상, 분풀이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며 “이런 경우에는 자기의 처지와 가장 비슷한 사람을 노리게 돼 있다”고 분석했다.
조씨의 범죄는 사회적 분풀이를 위해 같은 성별의 또래를 살해했다는 점에서 최근 한국 사회를 경악시킨 부산 또래살인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승 박사도 “조사가 더 필요하지만 조씨도 개인적인 분노,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 시기, 질투가 만들어 놓은 범죄로 보인다”고 밝혔다.
◆과잉살상과 태연함…‘닮은 꼴’ 두 살인
신림동 칼부림 살인과 정유정 또래살인 사이에는 ‘결핍에 대한 분풀이’ 외에도 몇 가지 공통점이 더 발견된다.
피해자 몸에 많은 자상을 입히는 등 잔혹성을 보인 것도 공통점이다. 조씨에 의해 사망한 20대 남성 사촌형이 국민청원에 올린 글에 따르면 피해자는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칼자국과 상처’가 있었다.
정유정에 살해된 피해자도 마찬가지였다. 승 박사는 “정유정도 흉기를 준비해서 피해자에게 100여번 자상을 입히는 등 ‘과잉 살상’을 했다“면서 “이번 사건도 똑같다. 분명히 과잉 살상이고 목적 지향적으로 준비해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법도 질서도 심지어는 경찰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 이것만큼 반사회적인 태도는 없다”면서 “범죄자 중에서 가장 극도로 반사회적인 사람들에게서만 나타날 법한, 심지어는 연쇄살인범도 이렇게까지 태연한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승 박사는 “두 범행의 유사함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거의 데칼코마니 같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 살인범도 출소…“고민 필요”
조씨는 2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이동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너무 힘들어서 저질렀습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이 있었던 게 제가 너무 잘못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반복해서 죄송하다, 반성한다고 말한 그는 정말 죄를 뉘우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조씨가) 중간중간에 한숨을 쉬면서 결국 자기 처지를 피력했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진정어린 사죄를 해야하는 대목에서 저런 식으로 자기 어려움만 호소하는 것이 진정한 반성이 맞느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조씨가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높은 점수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흉기로 난도질을 하는 이런 사람을 어떻게 할 것이냐”며 “사실상 현존하는 형사정책적인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무기징역을 선고하더라도 결국은 출소하는 시스템인데 33세인 조씨를 20년 뒤인 53세에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서 “이런 종류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운영하는 게 올바른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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