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IAEA 보고서, 일본발주 연구용역 수준이다

2023. 7. 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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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SOCIETY]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가 최선인가?

[백혜숙 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강행하려 한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올바른 해법을 제시해도 아랑곳없다.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죄악이다. 인류를 향한 도전이다. IAEA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은 '정치적 결정이니 이를 뭐라 판단하지 말라'는 투로 윽박지른다.

일본이 던져준 자료만으로 맞춤형 보고서를 냈으니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미세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다는 이미 병세가 깊다. 인간이 지구에 끼친 해악은 기후위기로 되돌아오고 있다. 혹독한 대가다. 여기에 방사성 물질이 가세할 판이다.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바다는 온전히 보존돼야 한다.

일본 정부, 핵오염수 해양투기계획을 재검토해야

7월 16일 일본 <교도통신> 보도에 의하면, 일본 국민의 80%, 즉 5명 중 4명은 일본이 올여름에 강행하려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일본 정부의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또한 87%는 소문으로 인한 어업인 등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이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통합적인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필자는 지난 7월 10일~12일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방일단' 일원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모두의 바다를 함께 지키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본정부, 도쿄전력,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대한 항의행동에 나선 것이다. 일본 현지 정치인, 전문가, 시민사회와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세계 언론을 통해 대한민국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반대 여론을 알리고자 3일 동안 활약했다.

유의미한 성과 중 하나는 일본 주재 외신기자회견에서 한・일 국회의원들이 공동선언을 한 것이다. 선언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오염수 투기가 해양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으며 방출될 방사성물질의 총량도 밝혀지지 않았다. 둘째, 2015년 일본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이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및 후쿠시마현어업협동조합에 '관계자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행하지 않는다'고 문서로 한 약속이 무시되고 있다. 셋째, 현세대뿐 아니라 양 국민의 미래세대를 위해, 일본 정부에게 해양투기계획의 재검토를 촉구한다.

또 하나의 성과는 한국 어민 네 명이 동행하여 "해양투기가 1~2년도 아니고 30년 동안 이루어진다면 우리 어업은 붕괴될 것"이라며,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한국 어민들의 실상을 알려 호응을 얻은 데 있다. 일본시민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하여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막아내기로 한 것이다.

방일단은 일본원자력시민위원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탱크 보관 지속, 몰탈고화(시멘트로 굳히는 방식)라는 구체적인 대안을 공유한 뒤 해양투기를 강행하려는 일본 정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거리 행진에 나섰다. 도쿄전력부터 경제산업성, 외무성, 총리관저까지 이어진 행진을 통해 양 시민사회는 강력히 항의했다.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국제원자력기구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IAEA, 일본의 들러리로 전락했다

오염수는 지금도 매일 발생하고 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쌓여있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137만 톤(t)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12년 동안 모아둔 이 오염수를 희석해서 30년에 걸쳐서 바다에 투기하겠다고 하는데, 바다에 버려질 양은 137만 톤의 2배 이상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오염수가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2018년 IAEA 전문가 그룹은 오염수 처분에 대해 △해양 방출(34억 엔) △수증기 방출(349억 엔) △수소 방출(1000억 엔) △지하 매설(1624억 엔) △지층 주입(3979억 엔) 이 다섯 가지 방안 가운데 해양 방출과 수증기 방출(오염수를 끓여서 수증기로 날려버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태평양도서국포럼 과학자 자문단 위원인 페렝 달노키 베레스 교수(미국 핵물리학자)는 미국 정부가 1950년대 오염수를 처리한 사례를 들어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내진 저장 탱크에 장기 저장해 방사성 물질이 계속 반감기를 거치며 붕괴할 때까지 기다리는 안과 함께 제시된 게 콘크리트 제작에 오염수를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사람 접촉이 없는 교량 건축에 쓸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돈이 안 드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7월 4일 발표한 IAEA 최종보고서는 해양투기 외에 다른 대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일본이 요청한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의 바다 방류 관련 국제 안전 기준의 적용 검토'에 국한되었다. 정작 중요한 오염수를 걸러낼 알프스는 검토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앞으로 30년 이상 사용된다는 알프스다. 설계 수명과 성능 검증은 고사하고, 알프스로 몇 번의 재정화 처리를 해야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또한 가장 우려되는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고려 대상에도 없었다. 먹이사슬을 통한 방사성 물질의 생물학적 농축은 인류를 위협하게 된다. 어업이 붕괴될 것은 뻔한 이치인데, 보고서엔 이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 이렇듯 IAEA의 이번 최종보고서는 핵오염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더불어 IAEA 최종보고서는 '도쿄전력'이 수행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인접 국가 국민에 대한 추정 피폭량이 무시할 만하다고 단정해버렸다. 그러면서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이 발주한 연구용역 수준의 보고서’는 예견한 그대로 '답정너'였다. 눈먼 자들의 도시로 치닫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IAEA 그로시 사무총장은 일부 매체 인터뷰에서 일본의 해양 방류가 유일하거나 최선의 방식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것은 정치적인 결정이고, 정치적 결정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토록 과학적이라 주장했던 IAEA 최종보고서는 결국 정치적인 결정을 위한 보고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해양투기 외에 다른 좋은 대안이 있음에도 일본은 자국의 안위를 위해 해양 생태계 파괴라는, 인류를 도발하는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빌뉴스[리투아니아] 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바다는 온전히 보존돼야 한다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는 생명의 마지막 보루이다. 그런데 바다를 질식시킬 만큼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현재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간한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 보고서(2016년)에 따르면,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한 해 약 800만 톤에 이른다. 자연분해 되지 않는 미세플라스틱 최대 51조 개가 해양을 떠다닌다. 영국 국립해양연구센터에 의하면,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5년 전인 2018년보다 18배 높아졌으며, 해수 입방미터당 최대 188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직경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환경단체들은 이 입자가 마치 자석처럼 바다 속 유해 화학물질을 표면으로 끌어당겨, 결국 화학물질이 흡착된 미세플라스틱이 바다에 떠다니거나 해양생물 체내로 흡수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해양 속 미세플라스틱 위험성에 대한 예방은 그것을 자연으로 최대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이제는 바다에 방사성 물질까지 가세할 형편이다.

우리 생명과 생태계의 기반은 공기, 땅, 그리고 바다다. 방사능과 석유화학물질은 자연계의 자정능력을 훼손시키고 생명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땅의 오염은 지하수와 하천수의 오염원이 되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바다의 오염은 전 세계 인류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자연이 언제까지 인간을 용서할 것인가. 푸르고 잠잠해 보이는 바다 밑 거대한 해양 지각판이 마침내 꿈틀댄다면 어떨까. 지진과 거대한 쓰나미를 일으켜 지구를 정화시킬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든다. 자연과 생태계 앞에 우리 인류는 겸손해져야 한다.

일본에서 언제까지, 또 얼마나 많은 오염수가 나올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저준위든 고준위든 모든 핵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려고 기를 쓰고 있다. 눈에 보이는 원전 사고 흔적을 지우려 한다.

해양투기 강행은 안 된다. 일본 정부에게도 간절히 호소한다. 당장 자기만 살겠다며 현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 모두의 바다를 죽이는, 인류 공멸의 길을 선택하지 않길 바란다.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는 상수가 되었고, 자연재해 예방은 불가능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대가 되고 있다.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신생대 제4기의 '인류세( Anthropocene)'가 논의되고 있다. 정녕 인간은 지구에 해악만 끼칠 텐가. 사고 원전 핵오염수 및 핵폐기물 재처리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려는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

▲녹색연합 회원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정수기를 소재로 활용한 '누구도 마실 수 없는 핵오염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백혜숙 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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