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 아우성 터진 리딩방... 대표는 “손절하든가 믿고 따라오든가”

한예나 기자 2023. 7. 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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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 한 달 체험기

“현재 42만원 정도 수익이 났어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20분 만에 진짜 외식값 벌었네요.”

지난달 19일 오전 약 150명이 모인 한 ‘주식 리딩방’의 대화 내용이다. 카카오톡(카톡)에 개설된 이 방을 운영하는 ‘이대표’에게 사람들은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날 이대표가 추천한 2종목이 3~5%의 수익이 났기 때문이다. 장이 열리고 1시간이 채 되지 않고 생긴 일이었다.

기자는 지난달 14일 5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벌어졌을 때, 온라인 주식카페가 연루됐다는 말을 듣고 비슷한 성격의 주식 리딩방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기 위해 이곳에 입장을 신청했다. 소위 리딩(leading·선도)이란 개인 투자자가 일정 금액을 내면 실시간 문자나 인터넷 방송 등으로 매수, 매도 종목을 알려주는 주식 투자 서비스를 가리킨다.

◇포모족 몰린 주식 리딩방

이 리딩방은 한 유사 투자 자문업체가 회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VIP 종목을 5일간 무료로 추천해드립니다”며 개설한 1주일 무료 체험방이었다.

입장 절차는 간단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이름과 번호를 입력한 뒤 ‘이번 주 급등 예상주 무료받기’ 버튼을 클릭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업체 측에서 전화가 왔다. 그는 “다음주 월요일 장 중에 종목을 추천해주고, 매수와 매도 신호를 별도로 줄 테니 거기에만 잘 따라해주면 된다”고 했다.

기자가 “1주일 완전 무료는 맞냐”, “무조건 결제해야되는 거 아닌 것 확실하냐”고 물으니 “절대 아니다. 일주일 저희 실력 보여드리는 거니 그 이후 결정하면 된다”고 했다. 이 방에선 이대표란 사람이 종목명, 매도가, 비중 등이 적힌 메시지를 보내며 매도·매수신호를 줬다. 그런데 무료 체험 1일 차에 첫 번째, 두 번째로 추천한 종목 2개가 연달아 수익이 난 것이다.

이대표는 무료 체험 회원들에게 ‘수익 인증’을 해달라고 했다. 이에 일부 사람들은 ‘빨간색’으로 수익이 난 화면을 캡처해서 올렸다. 3~5% 수준의 수익이라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회원들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특히 최근 주식 시장이 뜨거워지자 ‘포모(FOMO·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 같은 두려움) 증후군’을 호소하며 “나도 투자로 성공하고 싶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한 달 후…15~30% 하락에 아우성

하지만 리딩방의 훈훈한 분위기는 한순간이었다. 이대표가 추가로 매수 신호를 준 종목 일부는 1개월이 훌쩍 지난 현재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방이 개설될 당시 “1~3거래일 정도 보유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지만, 하락 종목이 나타나자 계속 방을 운영했다.

일부 추천 종목이 10% 넘게 하락하자 사람들은 아우성이었다. “너무 무섭게 내립니다” “손실이 너무 커요 전부” “도와주세요.” 한 투자자는 “20% 넘게 마이너스(-)인데 상한가를 쳐도 본전 아닌가요”라며 불만을 표했다. 24일까지도 “대표님 더 떨어지는데 어떡하죠” “바닥이 어디일까요”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대표는 “금일 하락에 속으면 미련한 개인투자자가 되는 거다” “수익으로 가는 과정인데, 불안하신 분들은 지금 손절하시고 나가도 된다” “믿고 따라와 달라”고 했다.

24일 현재 이대표가 추천한 종목 9개 중 수익이 난 종목은 5개다. 수익이 난 5종목 수익률은 3~5% 정도인데, 이대표의 신호에 따라 보합권에서 ‘손절’한 1종목을 뺀 나머지 3종목은 한 달 전 이대표가 준 ‘매수 가격’보다 약 15~30% 하락했다.

◇리딩방 피해 4년 새 3배…투자 유의보

이런 리딩방을 운영하는 곳은 유사 투자 자문업체들이다. 유사 투자 자문업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정한 대가를 받고 간행물, 방송 등을 통해 투자 조언을 제공한다. 이 자체는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허가를 받고 운영하는 투자자문업체와 달리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유사 투자 자문업체는 일대일 상담을 못 하게 돼 있는데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유혹해 고액을 받고 투자 상담하는 등의 위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또 손실을 보고 나서 유료 회원 서비스를 해지해도 회원비 환불이 되지 않는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유사 투자 자문업자 수는 2019년 말 기준 861곳에서 현재 2100여 곳으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주식 리딩 관련 피해 민원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905건이던 접수 건수는 지난해 3배 이상 늘어 3070건 접수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딩방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라며 “투자자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한에서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금융감독원의 ‘유사 투자 자문업자 신고현황 조회’에서 업체명이 조회되지 않는 곳은 의심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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