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요?" 웃어보인 장현석, 14K 혼신의 불꽃투…마지막 청룡기 소감 [인터뷰]

김영록 2023. 7. 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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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임한 용마고 장현석. 김영록 기자

[목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감독님, 제가 끝까지 던져보겠습니다."

3회 1사부터 9회말까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책임졌다. 고교야구 투구수 제한(105구) 직전까지 어깨를 불살랐다. 하지만 아쉬운 패배에 직면했다.

24일 목동구장. '고교 최고 투수' 장현석(19)의 불꽃 투혼이 그라운드를 달궜다.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8강전, 장현석이 속한 마산용마고는 장충고와 혈투 끝에 2대3 1점차로 패했다.

용마고가 0-3으로 지고 있던 7회초, 장현석은 2사 후 볼넷을 내줬다. 이때까지 투구수는 75구였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결승전에 등판하려면 여기까지였다. 진민수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장현석의 생각은 달랐다. 고교야구 전국대회는 토너먼트다. 여기서 지면 용마고의 청룡기는 끝이었다. 용마고는 1963년 야구부를 재건한 이래 아직 전국대회 우승이 없다. 청룡기 결승전에 1번(1980년), 황금사자기 결승전에 5번 올랐다가 준우승한 게 전부였다. 언제 또 장현석만한 투수가 나타날지 모른다.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장충고와 마산용마고의 8강전. 6회를 무실점으로 마친 장현석이 포효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7.24/

2사 1루지만, 장충고의 타석에는 이날 3타점을 혼자 책임진 4번타자 류현준이 서 있었다. 장현석은 "끝까지 던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에이스의 마음을 헤아린 사령탑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의 10개째 삼진을 잡고 이닝을 마무리한 장현석은 뒤로 돌아섰다. 동료들을 바라보며 하늘을 향해 주먹을 들어올렸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하지 않는다면 전체 1순위 신인이 유력한 그다. 이날 6⅔이닝 동안 단 3안타 4사사구 무실점으로 역투, 장충고 타선을 꽁꽁 묶었다. 최고 155㎞ 직구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변화구도 인상적이었다. 장현석의 1구1구가 포수 이진성의 미트에 꽂힐 때마다 기자실에서도 탄성이 흘렀다. 3회 1사에서 등판한 이래 9회초까지, 총 19개의 아웃카운트 중 14개가 삼진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용마고의 편이 아니었다. 초반에 내준 3점이 뼈아팠다. 용마고는 8회말 김선엽의 안타를 시작으로 상대 수비 실수, 차승준의 적시타, 권희재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2점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끝내 역전에는 실패했다.

장충고의 견고한 마운드도 돋보였다. 선발 김윤하가 4⅔이닝을 3안타 무실점 8K로 지켰고, 두번째 투수 조동욱도 2⅓이닝 2안타 무실점 5K로 흐름을 이어갔다. 8회말 2점을 내주긴 했지만, 황준서도 2이닝 동안 역투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장충고의 팀 삼진도 13개에 달했다.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장충고와 마산용마고의 8강전. 장현석이 타자의 체크스윙을 지적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7.24/

경기를 마친 양팀 선수단은 고교야구다운 뜨거운 인사를 나눴다. 장현석은 장충고 선수단에게 박수를 보낸데 이어, 황준서와 손을 맞잡으며 우정을 나눴다.

경기 후 만난 장현석은 "대회 전에 '8강에서 보자'는 얘기를 했었거든요. 마침 만났고, 좋은 친구고, 우리 이겼으니까 이제 우승하라고 얘기했습니다. 재미있었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아쉬움과 더불어 자신의 몫을 다한 후련함이 엿보이는 미소였다.

7회 교체를 마다한데 대해서는 "장충고만큼은 제 손으로 한번 잡아보고 싶었습니다. 되는대로 끝까지 던지겠다, 오늘 경기를 제가 마무리짓겠다고 말씀드렸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구위는 좋았지만,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몇차례 수비 실책이 겹치며 흔들거리는 면모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6회초를 실점없이 마친 뒤 하늘을 향해 3차례 내지른 포효 덕분일까. 7~9회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던지는 포인트, 느낌을 조금 바꿨어요. 6~7회부터는 상체를 좀더 뒤로 잡아놓고 던진게 타이밍이 맞았던 거 같습니다. 손끝에서 공을 때리는 느낌이 좋았고, 제구도 되니까 더 자신있게 던졌습니다."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장충고와 마산용마고의 8강전. 장충고가 3대2로 승리한 가운데 용마고 장현석이 경기 후 장충고 황준서와 악수하며 승리를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이 사이좋게 포즈 취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7.24/

라이벌 황준서는 장현석의 투구를 어떻게 봤을까. 황준서는 "고교 최고의 투수와 대결한 것 자체로 영광입니다. 공 던지는 모습, 경기 운영능력까지 많이 배웠습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쇼케이스'는 끝났다. 청룡기 무대를 통해 사실상 다 보여줬다. 1m90의 큰키에 탄탄한 체격, 이날 100구를 넘긴 체력, 명불허전 구위, 국내 원톱으로 꼽히는 에이전트까지. 장현석에게 남은 건 미국 진출 여부에 대한 답변 뿐이다.

신청제로 바뀐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려면 오는 8월 15일까지 신청 절차를 마무리하면 된다. 심준석(피츠버그 파이어리츠)처럼 드래프트 참가 대신 미국 진출을 선언할 수 있다.

장현석은 "지금 당장은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신청 마감 직전까지 고민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목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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