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이어 배터리 달구는 포스코 "투자금 46% 쏟아붓겠다"
◆ 포스코그룹 변신 ◆
포스코홀딩스 시가총액이 4위로 약진한 것은 친환경 철강 생산과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양대 축으로 삼은 포스코그룹의 미래 전략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은 탈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적극 대응해 그린수소로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소 구축에 명운을 걸고 있다. 포스코그룹 계획대로라면 2050년부터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철강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아울러 2차전지 소재 분야에 2030년까지 60조원가량을 투자해 광물 생산부터 운송·가공·생산까지 '통합 가치사슬'을 구축하기로 했다. 중국이 장악해온 2차전지 소재 공급망에서 벗어나려는 국내외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포스코홀딩스·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퓨처엠 등 포스코그룹 주요 상장사들은 24일 올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매출 20조1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6%, 영업이익은 38.1% 줄어든 것이지만 중국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부진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종합상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같은 기간 매출이 19.9% 감소한 8조8654억원, 영업이익은 11.4% 늘어난 357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차전지 소재 회사인 포스코퓨처엠은 매출이 48.5% 증가한 1조1930억원, 영업이익은 5.6% 줄어든 52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반적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실적이 감소했지만 직전 분기인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실적 개선 추세가 뚜렷했다. 실제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은 직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85.7%, 157.3% 급증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7.8% 늘었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CSO) 사장은 이날 2분기 실적과 관련해 증권사를 대상으로 열린 설명회에서 "포항시 침수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철강 부문에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빠르게 회복했다"며 "포스코그룹 핵심 사업인 철강 부문에서 이익 회복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 부문의 세계적 경쟁력이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성장 전략과 함께 가동되면 기업가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포스코홀딩스의 100% 자회사이자 그룹 주력사인 포스코는 이달 초 비전선포식을 열고 10년 만에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해 조강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매출 100조원, 조강 생산능력 연 5200만t을 달성해 세계 5위 철강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포스코의 조강 생산능력은 지난 10년간 4300만t 수준에서 동결됐지만 향후 7년여에 걸쳐 조강 생산능력을 1000만t가량 늘린다는 전례 없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시황이 저점을 지나고 있다"며 "중국 철강사 감산 영향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산량 증가와 더불어 시장의 관심은 미래 제철로 주목받는 수소환원제철에 쏠려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여서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 수소를 주입해 순수한 철인 직접환원철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고로 방식과 달리 순수한 물이 부산물로 발생한다.
다만 수소 기술 개발에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탄을 대체할 환원제인 수소는 재생에너지로 물을 수전(수소와 산소를 분리)해 생산하는 그린수소여야 하는데, 이 같은 그린수소 확보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데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이를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해낼 수 있겠냐는 의문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환원제철을 떠나 수소경제 자체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이 상당하다"며 "포스코의 수소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확신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철강업에서 2차전지 소재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도 포스코그룹에 대한 시장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호주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하고 이를 국내로 들여와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구축된 2차전지 소재 클러스터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는 공급망을 구축한 상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전기차용 2차전지에 쓰이는 핵심 광물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채굴·가공된 경우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포스코가 발 빠르게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한 것이다. IRA는 중국을 2차전지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게 목적이다.
정 사장은 "2030년까지 투자 예정액 121조원 중 2차전지 소재 분야가 46%에 달한다"며 "그동안 염수 리튬에 주력했지만 칠레와 볼리비아 등에서 리튬 염호를 국유화하고 있어 광석 리튬으로도 확장해 리튬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포스코그룹 전체 매출에서 비철강 부문 비중은 2018년 53%에서 2022년 58%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앞서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상반기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얼티엄셀즈 등 국내외 배터리사와 총 83조원의 대규모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오수현 기자 / 정유정 기자 /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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