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신뢰지수' 中·필리핀보다 낮아

英싱크탱크 번영지수 분석
개인간 신뢰·국가제도 신뢰
경쟁력 갉아먹는 요인 작용

◆ 신뢰 바닥난 대한민국 ◆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바가지, 사기, 주가조작 등의 문제는 사회적 자본인 신뢰가 떨어지면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다 보니 이에 따른 불신과 갈등이 커지고, 타인을 속여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3 레가툼 번영지수(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이 경제·사회적 자본 등 9가지 지표에 대해 순위를 매기는 세계 번영지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적 자본 지수는 세계에서 107위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 간 신뢰, 국가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 등을 나타낸다. 종합 순위는 29위로, 사회적 자본 지수가 종합 순위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이는 한국이 개인·사회 신뢰가 매우 낮은 상황임을 잘 보여준다.

사회적 자본 지수는 2013년 95위에서 2023년 107위를 기록하며 10년간 12계단 하락했다. 특히 동아시아·태평양 국가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 지수는 18개국 중 15위로 최하위권이었는데, 한국보다 종합 순위가 낮은 국가보다도 훨씬 떨어진 수치였다. 베트남(종합 73위)은 19위, 필리핀(종합 84위)은 22위, 태국(종합 64위)은 28위, 중국(종합 54위)은 31위였다. 한국과 사회적 신뢰가 비슷한 문화권의 다른 국가는 물론 동남아시아나 중국보다도 처참히 허물어져 있다는 의미다.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 분야 순위는 조사 대상 167개국 중 100위를 차지했다.

특히 개인 간 대인신뢰도도 떨어졌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사람 비율을 뜻하는 대인신뢰도는 2020년 50.3%로 1년 전보다 15.9%포인트 하락했다.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최저치다.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 비율을 의미하는 사회적 고립도 또한 2021년 34.1%로 2019년보다 6.4%포인트 늘었다. 이 역시 조사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최고치다.

[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