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라이벌, 냉방시장서 자존심 싸움
국내 난방 시장의 양대 산맥인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냉방 시장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보일러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오는 데다 지구온난화 심화로 매해 여름철이 뜨거워지고 있어 두 회사 모두 냉방 시장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는 제2 사업모델로 냉방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올해 냉방과 제습이 가능한 '콘덴싱 에어컨 하이브리드'를 처음 공개하며 냉방 시장 진출을 알렸고, 연내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겨냥해 북미 지역에서 관련 시스템인 '콘덴싱 하이드로 퍼내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경동나비엔에 따르면 콘덴싱 에어컨 하이브리드는 전력 발전 과정에서 버려지던 배열을 활용해 냉방뿐만 아니라 제습과 청정 환기까지 구현한다. 여름철 지역난방 등에서 전기 생산 후 버려지던 열을 재활용하므로 환경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를 이용하는 시스템에어컨과 구동 방식이 달라 인증제도나 효율 측정 등에 관해 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가 에너지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의 장점을 알리고 실증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거쳐 제도적 기반과 소비자 인식부터 확보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경동나비엔은 2006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에어컨 시장에 진출했으나, 지금은 단순 에어컨에서 벗어나 공기청정 기능까지 담은 냉난방기로 방향을 틀었다. 에어컨을 넘어 HVAC 시장을 겨낭한 것인데, HVAC는 냉난방과 환기, 공조 설비를 하나로 합친 개념이다. 그동안 개별 기기로 관리해오던 보일러, 에어컨 등 냉난방 기능을 통합한 솔루션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연내 최신형 인버터 압축기를 적용한 '히트펌프'를 북미에 출시하고, 콘덴싱 하이드로 퍼내스와 연계해 냉난방 솔루션을 패키지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제 경동나비엔은 이를 위해 경기 평택 서탄공장을 증축해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생산량을 기존 연간 200만대에서 2026년 연간 439만대로 2배 이상 늘리고, 냉방 관련 신제품 생산라인을 구축해 10만평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경동나비엔이 냉방과 제습 등을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에 방점을 찍는다면, 귀뚜라미는 올해 창문형 에어컨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가정용 에어컨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귀뚜라미는 사업 초기 산업용·상업용 에어컨 중심이었던 데서 2020년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해 가정용 제품으로 범위를 넓혔다. 2003년 말 센추리 아산공장, 2006년 범양냉방공업(현 귀뚜라미범양냉방), 2008년 신성엔지니어링, 2009년 센추리와 대우일렉트로닉스 에어컨사업부 등을 인수하며 냉방사업을 강화해온 데 따른 행보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올해 4월 성능을 대폭 향상한 신제품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했다"며 "기존 제품보다 냉방 성능과 효율, 편의 기능, 디자인을 강화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귀뚜라미 창문형 에어컨은 2020년 처음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판매량 1만대를 돌파하는 등 꾸준히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올해 신제품의 경우 냉방 종료 후 5분간 내부를 자동 건조하기 때문에 곰팡이와 세균 증식이 억제된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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