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J, 이번엔 뷰티서 전면전 … 유통업계 대혼란
쿠팡, 공정위에 올리브영 신고
CJ "협력사 입점 관여 안해"
두 기업 주요 사업영역 겹쳐
물류·OTT·식품 곳곳서 갈등
다른 유통사들도 추이 촉각
쿠팡과 CJ 간 경쟁이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쿠팡은 CJ대한통운과 물류 시장에서 경쟁을 이어왔는데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이 쿠팡에 햇반 납품을 중단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CJ올리브영이 화장품 납품업체에 독점 거래를 강요했다면서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날 쿠팡은 "CJ올리브영은 쿠팡이 화장품 판매 등을 본격적으로 개시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쿠팡을 경쟁상대로 여기고 뷰티 시장 진출 및 성장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납품업자가 쿠팡에 납품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거나, 쿠팡에 납품하면 거래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납품업자에 배타적 거래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거래를 방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 위반행위로 쿠팡은 납품업자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는 데 방해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신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매년 매출 2조원을 내는 CJ올리브영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CJ올리브영과 배타적 거래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행위가 경쟁사업자인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성장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쿠팡 측 의견이다.
쿠팡이 CJ올리브영을 정조준한 것은 최근 뷰티 부문 사업 강화와 관련이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쿠팡은 2019년 뷰티 시장에 진출한 뒤 점차 입점업체를 늘렸고 이달 들어 '로켓럭셔리'를 공식 론칭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섰다. 뷰티 부문은 최근 전자상거래 비중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지만 온라인 뷰티 시장에선 뚜렷한 절대 강자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선식품이나 의류에 비해 유통이 까다롭지 않아 물류 비용이 낮은 데다 수익성이 높아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이에 CJ올리브영은 "공정위 신고 여부 등에 대한 확인은 어렵다"며 "쿠팡을 포함해 어떠한 유통 채널에도 협력사의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추후 이 건과 관련해 공정위 조사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물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경쟁사업 부문이 겹치는 쿠팡과 CJ그룹 간 갈등이 확전하는 모습이다. CJ대한통운이 업계 1위인 물류 부문에선 쿠팡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2021년 택배 사업에 진출한 뒤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 CJ ENM은 자사 OTT 티빙을 육성하고 있는 반면, 쿠팡은 2020년 쿠팡플레이를 출시한 뒤 꾸준히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양측 갈등이 보다 두드러진 것은 지난해 11월 햇반, 비비고 만두 등 CJ제일제당 제품의 발주 중단 사태였다. 상품 마진율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쿠팡은 CJ제일제당 제품에 대한 발주를 중단했다. 이후 CJ제일제당은 신세계, 네이버, 컬리 등 다른 이커머스 사업자와 공동 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반쿠팡 연대'를 결성해 맞섰고, 쿠팡은 유명 브랜드 식품을 입점시키지 않자 중소업체와 만든 자체브랜드(PB) 상품 매출이 급증했다면서 맞서고 있다.
CJ올리브영이 협력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1년 4월에도 CJ올리브영의 협력사 한 곳이 '부당 반품, 악성 재고 매입' 등을 이유로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제소했으며 현재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는 CJ올리브영이 협력사에 경쟁 헬스앤드뷰티(H&B) 매장에 화장품을 납품하지 못하도록 압박해 경쟁사를 퇴출시켜 시장지배력을 확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법 제13조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자는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배타적 거래를 강요할 수 없다.
공정위는 다음달 전원회의에서 CJ올리브영에 대한 제재 수위를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의 쟁점은 CJ올리브영을 '시장지배적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다. 공정위는 CJ올리브영이 H&B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반면 CJ올리브영은 자사가 시장지배적사업자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화장품 유통 시장에는 온·오프라인상 수많은 사업자가 존재하며 H&B는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CJ올리브영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수천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지배력 남용은 매출의 6%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공정위에 신고한 것이 오히려 CJ올리브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은 그동안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님을 주장하며 뷰티시장 경쟁이 오프라인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피력해왔는데, 쿠팡이 H&B 시장을 온라인을 포함해 넓게 보고 판단했기 때문에 시장 획정에서 CJ올리브영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 김효혜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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