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다음 패권국은 AI가 결정한다?
전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핵심 통화를 꼽자면 단연 미국 달러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석유 거래가 미국 달러로 이뤄지는 현상을 빗댄 '석유 달러(Petro Dollar)'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달러 가치에 따라 휘청거리는 나라들이 많고, 미국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위상도 변하는 게 지금의 국제 정세다.
그렇다면 달러 패권은 얼마나 이어질까. 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프랑스·영국 등 그 이전 통화들이 짧게는 80년, 길어봤자 110년 남짓한 수명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192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달러 패권은 이제 마지막 종착지에 다다르고 있는 것일까. 결론을 단정 짓기는 어렵겠지만, 기자가 만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달러의 미래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바꿔 말하자면 AI를 우리가 잘만 활용한다면 새로운 패권국이 될 수 있는 행복 회로까지 돌려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내는 인사도 있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석유 달러에 이어 넷플릭스로 영화·드라마를 보는 것부터 아마존에서 쇼핑하는 것까지 미국 달러로 이뤄지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만약 미국이 생성형 AI 시장까지 장악하게 된다면 그 영향력은 가히 상상하는 것 이상의 전무후무한 막강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와 같은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일수록 산업을 넘어 경제부터 정치, 안보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삶 자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점차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이 AI 분야에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고 자국 빅테크를 부양해나가며 관련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역시 '패권국 지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항하듯 중국도 AI를 국가 기반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는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초대규모 AI 보유국이지만, 정부 대응에 있어선 여전히 후발 주자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언제까지 기업 혼자만의 싸움으로 치부할 텐가.
[고민서 디지털테크부 esms46@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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