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코 독재 겪은 스페인, ‘극우 연정’ 우려에 우파 과반 확보 실패

노지원 2023. 7. 24. 17:4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승자는 없었다.

23일 스페인 총선에서 보수·진보 어느 진영도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과반 의석(총 350석 가운데 176석)을 얻지 못하면서 정국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됐다.

그와 동시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독재에서 벗어난 1975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 스페인 연정에 극우가 참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는 복스를 포함한 스페인 우파 연정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이번 선거 결과가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유럽연합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짚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총선 결과
23일 열린 스페인 총선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한 우파 성향 국민당(PP) 인사들이 당사 밖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승자는 없었다. 23일 스페인 총선에서 보수·진보 어느 진영도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과반 의석(총 350석 가운데 176석)을 얻지 못하면서 정국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됐다. 애초 여론조사에선 우파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극우 정당에 대한 스페인 시민들의 견제 심리가 작동했다.

스페인 내무부가 이날 발표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중도 우파 성향의 제1야당 국민당(PP)은 득표율 33.05%로 1위를 기록하며 136석을 확보했다. 중도 좌파 성향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사회노동당(PSOE)은 득표율 31.70%를 기록하며 122석을 얻었다. 극우 정당 복스(VOX)는 득표율 12.39%로 33석을 얻어 지난 선거(52석) 때보다 19석이 줄었고, 15개 좌파 정당 연합 수마르(Sumar)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따르며 득표율 12.31%로 31석을 얻었다. 그 밖의 지역 정당들이 28석을 얻었다.

앞서 여론조사에선 국민당이 사회노동당을 제치고 압승을 거둘 것이란 예상이 나오며 이탈리아·스웨덴·핀란드·그리스에 이어 스페인에도 보수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그와 동시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독재에서 벗어난 1975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 스페인 연정에 극우가 참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스페인 국민들이 극단주의 정당을 거부하면서 극우 복스와 손잡고 정부를 구성하려 했던 정당의 지지도가 급락했다”고 짚었다.

원내 1당의 지위에 오른 국민당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는 이날 저녁 승리를 선언하며 “지금 우리의 의무는 스페인에서 불확실성의 시대가 열리는 것을 막는 일”이라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당의 대표로서 가능한 한 빨리 대화를 시작하고 선거 결과에 따라 나라를 통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정부를 구성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극우 정당 복스와 연정을 꾸리는 한 다른 정당의 지지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복스는 여성·성소수자에 대한 성평등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이민과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반대한다. 국민당은 유럽연합(EU)에 우호적이지만 복스는 유럽연합에도 반대한다. 스페인은 유럽연합에서 경제 규모가 네번째로 크고 올해 하반기에는 순회 의장국을 맡기로 돼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복스를 포함한 스페인 우파 연정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이번 선거 결과가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유럽연합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짚었다.

산체스 총리 역시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는 4년 전보다 많은 표, 의석, 득표율을 얻었다”며 “지난 4년 동안의 진보를 되돌리려는 퇴행적이고 반동적인 (우파) 진영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좌파 수마르와 함께 2019년 자신을 지지했던 군소 정당들, 그리고 7석을 확보한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 ‘모두가 함께 카탈루냐를 위해’(Junts) 등과 협상을 이어가며 과반 의석을 얻으려 노력할 전망이다. 결국 앞으로 수주 동안 연정 구성을 위한 정당 간의 지난한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협상은 다음달 17일 새 의회가 소집된 뒤 시작된다. 법적으로 협상엔 시간제한이 없지만 결론이 나지 않으면 재선거를 치러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선거는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사회노동당이 국민당과 복스 등 우파 야당 연합에 참패한 뒤 의회를 해산하면서 애초 계획보다 일찍 치러졌다. 휴가철 치러진 이번 총선 투표율은 70.33%로 직전 총선인 2019년 11월 당시보다 4%포인트 높았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