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비대면 북핵외교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 나타난 건 참 오랜만이다. 5년 반 만이다. 2018년 이후 미국과의 대화가 시작되면서 북한은 안보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굳이 유엔까지 나올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다. 그런 북한이 안보리에 다시 나타난 것은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여론전을 재개하기 위해서다. 아니나 다를까.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12일 북한 미사일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안보리 공개회의에 참석해 북핵은 자위권이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북한의 유엔 안보리 재등판은 한국이 내년부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과 무관치 않다. 북한 비확산 관련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나라는 통상 이사국을 제외하면 직접 이해당사국이라 불리는 한국·북한·일본 정도다. 일본은 올해 안보리 이사국 활동을 시작해 매번 발언해왔고, 이어 내년 우리나라가 이사국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 한·미·일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안보리엔 북한의 든든한 뒷배 중국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오랜만에 발언권을 신청하고 나선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을 것이다.
최근 한·미·일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주 일본에서 만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의 대화에서도 공동 주제는 중국이었다. 북한 문제에 "특별한 영향력과 책임을 지닌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독려한다"는 발언이 회의 모두 발언과 보도자료 등에 여러 번 등장했다.
하지만 정작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중 누구도 중국과 직접 마주 앉은 적은 없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물론이고 성 김 미국 대북 특별대표도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지난해 유선통화, 영상대화 정도 한 게 전부다. 반면 류 대표는 유럽을 돌며 선전전을 펼치고, 틈만 나면 러시아를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다. 한·미·일과 중국 간에만 만남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났지만 대중국 북핵외교는 여전히 비대면 시대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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