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내 퍼트 딱 한번 놓친 하먼 "조용한 도살자"
성공률 98.3% 13언더 6타차 '압승'
6년만의 PGA 3승, 메이저선 처음
장타 순위 100위 훨씬 밖이지만
라운드당 평균퍼트 나흘간 26.5개
매킬로이 6위···임성재는 20위에
브라이언 하먼(36·미국)에게는 두 번의 큰 행운이 있었다. 첫 번째는 아버지의 혜안과 결단이었다. 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하던 10대의 어느 날 하먼의 아버지는 진지한 얼굴로 아들을 앉히고 이렇게 말했다. “프로 스포츠 선수가 되려면 야구는 아닌 것 같다, 아들아.” 다른 이유는 없었다. 키가 너무 작아서 야구로 성공하려면 남들보다 어려움이 더 클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하먼은 야구를 정말 좋아했지만 그날로 그만두고 야구에 쏟던 애정을 그대로 골프로 옮겼다. 마침 집 바로 옆이 골프 코스였다. 두 번째는 홀인원. 하먼은 2015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바클레이스 대회 4라운드에서 두 번이나 홀인원을 터뜨렸다. 한 라운드 두 차례 에이스는 투어 역대 세 번째인 진기록이었다.
올해 잉글랜드 호이레이크에서 열린 제151회 디 오픈의 2라운드는 세계 랭킹 26위 하먼에게 찾아온 세 번째 큰 행운 같았다. 4~8m 퍼트가 계속 들어가고 ‘칩인 파’까지 나오니 그럴 만했다. 6타나 줄이는 코스 레코드 타이 기록을 쓴 그는 5타 차 선두로 치고 나갔다. 거기서 끝났으면 단순한 행운이었겠지만 하먼은 3라운드에도, 최종 4라운드에도 거침없이 홀을 노려 타수를 줄여나갔다. 행운을 경외로 바꾼 6타 차의 압도적인 우승. 그에게 ‘호이레이크의 도살자(butcher)’라는 별명이 붙었다.
24일(한국 시간) 로열 리버풀GC(파71)에서 끝난 남자 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디 오픈에서 하먼은 13언더파 271타를 기록했다. 유일한 두 자릿수 언더파로 우승 상금은 300만 달러(약 38억 6000만 원). 2위 그룹 4명(김주형·제프 슈트라카·제이슨 데이·욘 람)을 6타 차로 제쳤다. 5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하먼은 첫 다섯 홀에서 보기만 2개를 적으며 흔들리나 했지만 이후 6·7번 홀(파3·파4) 연속 버디로 다시 5타 차를 회복했고 후반 역시 13번 홀(파3) 보기를 14·15번 홀(파4·파5) 연속 버디로 곧바로 지워 1타를 줄이며 코스를 떠났다. 14번 홀 12m 버디의 성공으로 추격자들의 의지를 일찌감치 꺾어버렸다.
20m 이글 퍼트 성공 등으로 기억되는 지난해 대회 캐머런 스미스(호주)의 우승처럼 하먼의 우승도 퍼터의 승리였다.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난코스를 도살한 것이다. 하먼은 이번 대회에서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OS CB’ 퍼터로 3m 이내 퍼트 성공률 98.3%를 기록했다. 59개 중 58개를 넣었다. 이 내용을 전한 PGA 투어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나는 59개 중 58개를 놓치는데···’라는 아마추어 골퍼의 댓글이 달려 릴레이로 동감을 얻었다.
170㎝로 키가 크지 않은 하먼은 드라이버 샷 거리가 290야드쯤이다. 장타자들에 비해 30야드나 뒤져 투어에서 100위 훨씬 밖에 처져 있다. 하지만 퍼트가 굴리는 족족 들어가니 짧은 샷 거리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흘간 라운드당 평균 퍼트가 단 26.5개로 최근 20년간 디 오픈 우승자 가운데 최소를 기록했다. 하먼은 “퍼트 연습을 그냥 하지 않고 거울로 확인하면서 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2014년 디 오픈 데뷔전을 치렀던 바로 그 로열 리버풀에서 하먼은 메이저 첫 승으로 6년 만의 PGA 투어 3승째를 장식했다. 2017년 US 오픈에서 3라운드 1타 차 단독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공동 2위에 만족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해 디 오픈 최고 성적(공동 6위)을 내면서 얻은 자신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먼은 왼손 골퍼다. 다른 것은 다 오른손으로 하고 골프만 왼손으로 한다. 왼손 골퍼의 디 오픈 우승은 세 번째다. 사냥에 ‘진심’이라 사냥 구역까지 소유하고 있는 하먼은 “사냥 구역의 잡풀을 걷어내는 일이 남았다.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얼마 전 산 트랙터에 올라탈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우승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긴 프리 샷 루틴 탓에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하먼은 열 번 넘게 왜글(긴장을 풀기 위해 클럽을 앞뒤로 까딱까딱 흔드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볼과 목표 지점을 계속 번갈아봤다. 어드레스 뒤 임팩트까지 30초 가까이 시간을 끌었다.
9년 만의 메이저 승수 추가를 노렸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6언더파 공동 6위에 멈췄다. 1타를 잃은 임성재는 1언더파 공동 20위, 디펜딩 챔피언 스미스는 1오버파 공동 33위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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