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린이'에서 '롯데의 유망주'로, 정재환 선수를 만나다[부산야구실록]
야구는 수비를 할 때 9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투입된다. 그 중에서도 단 한 명의 선수만이 8명의 팀원과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수비에 임한다. 바로 그라운드의 안방마님이라 일컬어지는 ‘포수’다. 팀원들을 바라보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포수’ 포지션에 매력을 느껴 ‘포수’로서 야구 인생을 차곡차곡 쌓아온 선수가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루키 ‘정재환’이다.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한 정재환은 현재 퓨처스 리그에서 프로선수로서의 기량을 가다듬고 있다. 출전 경기수와 타석수가 많지는 않지만 4할3푼8리(16타수 7안타)를 기록하는 등 프로 무대 적응에 순항 중이다. 퓨처스리그 특성 상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인 탓에 정재환이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본인의 강점을 ‘포수로서의 수비’로 자신 있게 언급한 만큼 수비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인다면 향후 1군 무대에서 충분히 만나 볼 수 있는 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상동야구장에서 만난 정재환은 아직은 언론과의 인터뷰가 조금은 낯설다고 말했다. ‘고교시절에 팀을 대표해 인터뷰를 한 경험들이 있지 않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 당시에는 3학년이었기 때문에 자신감에 넘쳐 있었지만 지금은 ‘막내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인터뷰가 조금 낯설어졌다’는 수줍은 답변을 건넸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야구에 대한 정재환의 욕심과 열정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선수로서의 꿈을 키워준 사직야구장 그라운드에 오르기 위해 정재환은 연일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아래는 정재환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부산야구실록]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정재환 선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사회인야구를 하시는 아버지를 종종 따라다녔는데 당시 아버지의 친구 분들이 저에게 야구 소질이 있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그 칭찬을 들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야구실록]
프로 생활을 시작한지도 어느새 반 시즌이 지났습니다. 아마추어 때랑 어떤 점이 다르게 느껴지나요.
[정재환 선수]
프로에 입단하고 나니 일단 몸 관리 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몸 푸는 것까지 모든 과정이 아마추어 때보다는 섬세하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런 점에서 프로 생활이 더 좋은 게 확실히 느껴집니다.
정재환이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사실은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가장 뜨거웠던 시절을 눈에 담으며 성장해온 소년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부산야구실록 취재진의 옷장 한 구석에도 여전히 강민호의 유니폼이 걸려있을 만큼 그 시절 강민호는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아이돌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재환의 롤모델은 누구일까.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였던 ‘강민호’일까 아니면 작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야디어 몰리나(前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일까.
[부산야구실록]
정재환 선수가 강민호 선수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사실은 꽤 유명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현시점 롤모델로 삼고있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정재환 선수]
지금은 유강남 선배님입니다. 같이 운동도 하고 대화도 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거든요. 그 뒤부터 롤모델을 유강남 선배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강남 선배님께서 나이가 어린 만큼 무엇이든 다 해보고 하면 후에 잘할 수 있다고 응원도 해주셨습니다.
[부산야구실록]
삼성으로 이적했지만 강민호 선수는 정말 많은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습니다.(웃음) 저 역시도 유니폼을 갖고 있을 만큼 강민호 선수를 좋아했어요. 유강남 선수를 롤모델로 생각하기 전까지 강민호 선수를 롤모델로 정했던 이유가 있나요.
[정재환 선수]
워낙 어릴 때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었기 때문에 사직야구장 직관을 자주 갔습니다. 당시 주전 포수였던 강민호 선배님이 혼자 야구장 반대편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것도 그렇고 포수라는 포지션에서 경기를 지휘하듯이 플레이 하는 게 너무 멋져 보였어요. 그때부터 강민호 선배님을 롤모델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웃음)
[부산야구실록]
강민호 선수와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은 있나요.
[정재환 선수]
네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중학생 때 강민호 선배님과 캐치볼을 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공을 잘 던진다고 칭찬도 해주셨고 스파이크도 선물로 주셨습니다. 당시엔 조금 부끄러워서 팬이라고 직접적으로 말씀은 드리지 못했어요.(웃음)
전국대회에서 부침을 겪고 있던 부산고등학교는 작년을 기점으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봉황대기 전국대회에서 강릉고등학교를 누르고 22년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올해도 황금사자기 전국대회에서 선린인터넷고를 누르고 우승컵을 차지하는 등 2년 연속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부산고다. 작년, 팀의 주전포수이자 중심으로서 22년만의 우승을 일구어냈던 정재환은 최근 부산고의 상승세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부산야구실록]
모교인 부산고등학교가 최근 전국대회에서 존재감이 뚜렷합니다. 졸업생으로서 어떤 기분이 드나요?
[정재환 선수]
전국대회 시합 전 후배들과 전화통화를 하다보면 전부 다 자신감이 넘쳐있어요.(웃음) 저는 단순히 자신감만 있는 건 아닐까하고 걱정했는데 자신감만큼이나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너무 보기 좋습니다.
[부산야구실록]
사실 정재환 선수 역시 부산고등학교 야구부 상승세의 주역이기도 하잖아요. 작년에는 봉황대기 전국대회 우승까지 경험하기도 했고요. 당시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정재환 선수]
당시 투수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투수들이 너무 잘 도와줬기 때문에 시합을 운영해나가기가 무척 편했고 타자들도 짜임새가 있었어요. 타자 개개인마다 출루를 하기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그 덕분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2년 봉황대기 전국대회의 최우수 선수는 투수 원상현(당시 2학년)이었다. 1년 유급한 탓에 정재환과는 친구사이이며 지난해에는 드래프트 직후 함께 사직야구장 직관을 간 모습이 포착되기도 할 만큼 각별한 사이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상위지명이 예상될 만큼 원상현은 야구팬들에게도 핫한 선수다. 한 번씩 원상현과 전화 통화를 한다는 정재환은 ‘상현이는 워낙 잘하는 선수라 알아서 잘 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따로 조언할 필요가 없다’며 굳건한 신뢰감을 보여줬다.
[부산야구실록]
드래프트 이후 원상현 선수와 사직야구장을 방문했잖아요. 당시 관객석에서 파울볼을 맨손으로 잡은 게 화제가 되었었는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 좀 해주세요.
[정재환 선수]
드래프트 바로 다음날이었어요. 지인 분께서 티켓을 구해주셔서 2명의 친구들과 함께 사직야구장에 직관을 하러 갔습니다. 경기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파울볼이 날아왔고 엉겁결에 제 손 안에 공이 들어와 있더라고요. 공이 바로 날아온 게 아니라 바운드돼서 날아왔기 때문에 손이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잡기 쉬운공이었어요.(웃음)
[부산야구실록]
당시 공은 주변의 아이에게 선물을 했다고 들었어요.
[정재환 선수]
초등학생, 중학생 쯤 보이는 아이가 제 근처에 있어서 그 아이에게 공을 선물했습니다. 저는 야구공이 많으니까요.(웃음)
어릴 적부터 부산에서만 살았고, 변함없이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해왔던 정재환이다. 본인이 동경하던 구단에 지명을 받아 입단까지 하게 되는 것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야구를 업으로 삼지 않는 일반적인 팬의 입장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어려울 것이다. 부산야구실록 취재진은 정재환의 지명 당시 기분이 무척 궁금했다.
[부산야구실록]
정재환 선수가 ‘롯린이’ 출신인 건 꽤나 유명합니다. 본인이 오랫동안 팬이었던 구단에 지명을 받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정재환 선수]
사실 드래프트 당시에는 어떤 구단을 갈지 몰랐으니까 제가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롯데 자이언츠에서 저를 지명해주셨고 제가 쭉 부산에서 살아왔던지라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항상 롯데의 팬이었고 롯데만 좋아했으니 지명당시 기분이 더 좋았어요.
[부산야구실록]
드래프트를 앞둔 선수에게 선호하는 구단을 질문하면 대부분 ‘어떤 구단이든 지명해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답변을 합니다. 정재환 선수는 드래프트 당시 속으로 ‘롯데 자이언츠가 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없었나요.(웃음)
[정재환 선수]
사실 롯데가 저를 불러주길 기도하고 있었습니다.(웃음)
[부산야구실록]
드래프트장에서 ‘부산고등학교 포수 정재환’이라는 지명을 들었을 때 제일 처음 든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정재환 선수]
사실 지명 당시에는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저 멍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연락이 온 뒤로부터는 실감도 났고 기분이 조금씩 더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롯데 자이언츠의 1군 포수진은 견고하게 구성돼있다. FA를 통해 이적한 유강남과 상무를 전역하고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손성빈의 자리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1군 엔트리에 지시완과 이정훈도 있지만 두 선수가 주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퓨처스 팀에는 지난해 1군에서 활약했던 정보근, 강태율이 있고 올 시즌 불방망이를 선보이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대졸 신예 서동욱도 있는 만큼 출전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재환은 기회에 대한 간절함과 출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부산야구실록]
1군에 올라가게 된다면 어떤 선수와 상대를 해보고 싶나요.
[정재환 선수]
오승환 선배님과 대결을 펼쳐보고 싶어요. 예전부터 KBO리그를 시청하면 항상 강력한 구위로 삼진을 잡으며 경기를 마무리하셨거든요. 그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어 공이 얼마나 좋은지 타석에서 직접 체험해보고 싶습니다.
[부산야구실록]
그럼 질문을 조금 바꿔볼게요. 1군에 올라가게 된다면 공을 받아보고 싶은 롯데 투수가 있나요.
[정재환 선수]
김원중 선배님의 공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키도 엄청 크시고 공도 좋다는 소리를 워낙 많이 듣다보니 실제로 얼마나 좋을지 직접 손맛을 느껴보고 싶어요.
[부산야구실록]
현재 퓨처스리그에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나요.
[정재환 선수]
일단 수비에 집중하고 있어요. 제 포지션이 포수인 만큼 수비 연습을 제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포수로서 항상 안정적인 수비를 하고 싶거든요. 타격도 타격대로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어서 지금은 많이 좋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부산야구실록]
퓨처스리그 경기에 많이 나서지는 않았지만 4할3푼8리(16타수 7안타)의 좋은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좀 더 많은 경기에 참여하고 싶은 욕심은 없나요.
[정재환 선수]
경기 출전 욕심은 언제나 많습니다.(웃음) 조금이라도 기회가 온다면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더 간절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산야구실록]
포수로서 팬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롯데 투수가 있을까요.
[정재환 선수]
창훈이 형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일단 공을 받으면 구위가 너무 좋아요. 직구든 커브든 힘이 좋아서 포수로서 팬분들에게 추천을 드리고 싶어요.
[부산야구실록]
현재 롯데 자이언츠의 1군에서 활약 중인 포수들은 각자 본인만의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유강남 선수는 ‘프레이밍’, 손성빈 선수는 ‘뛰어난 송구능력’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정재환 선수는 본인만이 갖고 있는 포수로서의 차별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정재환 선수]
강한 송구능력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팝타임은 최근 재본 적이 없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1.9초 정도는 평균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어깨가 제일 자신있어요.
향후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싶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재환은 ‘팬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는 답변을 전했다. 팬들에게 팬서비스는 오히려 본인이 감사하며 하겠다고 답변할 정도로 팬들과의 만남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부산야구실록]
1군도 1군이지만 퓨처스 팀 역시 코치진이 변경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잖아요. 특히 배영수 총괄코치 부임 이후 퓨처스 팀의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해하시는 팬분들이 많습니다.
[정재환 선수]
저는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와 분위기는 비슷하고 시합할 때도 늘 그랬듯 비슷한 분위기에요. 다만 배영수 코치님께서 타자들에게는 풀 스윙을 요구하시는 등 전반적으로 맞추는 데에 급급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방망이를 돌릴 수 있도록 주문하고 계십니다. 포수들에게는 상대 타자와 빠르게 승부할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두고 계시고요.
롯데 자이언츠의 퓨처스팀의 현재 성적은 ‘38승 22패 1무’로 남부리그 2위에 랭크되어 있다. 리그 초반보다는 힘이 많이 떨어졌고 1위 상무와의 게임차도 8.5경기 차까지 벌어져있다. 하지만 상무라는 팀의 특성과 3위와의 게임차 역시 8.5경기라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여전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올 시즌 많은 관중들이 입장하고 있는 사직야구장은 퓨처스 선수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무대’다. 그 무대에 오르기 위한 기회를 잡기위해 퓨처스 선수들은 여전히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그 무대의 뜨거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정재환은 팬들에게 아래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재환 선수]
퓨처스 리그에서 열심히 해서 향후 사직야구장에서 자주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교시절 경남고 김범석(LG 트윈스)과 함께 부산권 우수 포수자원으로 평가받던 정재환이다. 과거 부산고의 김태군(기아 타이거즈), 경남고의 장성우(KT 위즈)가 부산권 최고의 포수자리를 두고 자웅을 겨루던 것이 연상 된다. 현재 두 선수 모두 팀의 주축선수로서 활약하고 있다. 정재환과 김범석 역시 잠재력과 기량이 뛰어난 선수인 만큼 향후 1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신인 포수 강민호’가 ‘베테랑 포수 최기문’을 만나 큰 성장을 이루어낸 만큼 2023년의 신인 포수 정재환 역시 유강남을 비롯한 경험 많은 선배 포수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재환과의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위의 영상 또는 국제신문 유튜브 채널 ‘비디토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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