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경찰 책임론 논란 속 "힘없는 경찰에 책임전가" 반발
검경 수사 중복 등 가능성 떠올라
경찰 "지자체 책임까지 우리가"…현장 불만 고조
[이데일리 손의연 이배운 기자] 충북에서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경찰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은 참사 전 112 신고를 받고도 출동을 하지 않는 등 미흡하게 대응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이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 등 오송 참사 수사에 전격 나서면서 경찰의 수사가 위축될 우려도 제기된다.
검찰, 오송 참사 관련 압색 진행…윤희근 청장 “수사 통해 책임 밝혀질 것”
‘오송 참사 부실대응’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은 이날 청주 흥덕경찰서, 충북경찰청 등 1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발생 1시간 전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를 받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감찰 과정에서 이를 숨기려 다른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것처럼 허위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1일 경찰에 대한 감찰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파악해 경찰관 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자체 감찰할 사안은 아니지만, 추후 조치가 필요하면 취하겠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기관에 책임이 있다면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예외 없이 똑같은 진상조사를 통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윤 청장은 참사 당일 교통 통제가 미흡했다는 비판에 대해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이 없었다고 적극 해명했다. 윤 청장은 “오송파출소 인근 다른 파출소들이 관내 유사 신고에 대응했던 걸 확인했다”며 “당일 자동차 전용도로에 산사태가 일어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유사 신고가 빗발쳤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가 지연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당시 피해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이후 합동감식을 진행했다”며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점 등 요인으로 늦어진 감이 있지만 절차에 따라 충분히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검찰이 전방위적으로 오송 참사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경찰의 입장이 애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 21일 오송 참사 수사전담본부 지휘부를 충북청에서 서울청으로 교체하면서 인원을 보강해 138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정비했다. 대검찰청은 관할 검찰청인 청주지검 배용원 검사장을 본부장으로, 대검 정희도 감찰1과장을 부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전격 구성했다.
현장 경찰관들 “근본 문제는 관리 업무하는 지자체”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위급재난 시 도로통제에 대한 권한을 경찰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윤 청장은 “도로통제는 요청이 있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하천 수위와 도로 구조, 시설물 현황 등을 종합 판단해 통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하도록 규정돼 있고, 지자체가 경찰과 협의해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업무와 경찰의 업무가 정확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현장 경찰관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대형 참사 때마다 일선 경찰관들이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오는 27일부터 세종정부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궁평 지하차도 참사 경찰 책임전가 규탄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직협은 “국가, 지자체의 책임을 현장경찰관에게 전가하다니, 이게 웬 말인가”라며 “궁평 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라”고 밝혔다.
경찰청 내부망인 폴넷에서 한 경찰관은 ‘총대는 늘 경찰이, 경찰은 동네북인가’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지하차도 인명사고가 112 신고 출동과 관련한 문제로 시작됐는지 한 번 따져 봐야 한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니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홍수에 취약한 지하차도가 침수되는 것에 대비한 계획이 있었는지, 지하차도에 대한 유지보수가 적절히 됐는지, 도로와 제방에 대한 관리가 철저했는지 등 지자체장과 관련 기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태원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또 힘없는 경찰관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손의연 (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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