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수출길 또 봉쇄…금가루 된 밀가루에 밥상 물가 또 '빨간불'

유예림 기자 2023. 7. 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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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종료하고 인도가 쌀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내 밥상 물가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재료로 쓰는 국내 식품 기업은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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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정부가 주요 제분사에 국제 밀 가격 하락에 따른 밀가루 가격 인하 등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진 25일 서울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밀가루를 살펴보고 있다. 제분사들은 정부의 요청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밀가루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3.6.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가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종료하고 인도가 쌀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내 밥상 물가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재료로 쓰는 국내 식품 기업은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 선언한 이후 공급 불안 우려로 국제 곡물가가 뛰고 있다. 20일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은 7.27달러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8.5% 오른 수치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일일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 21일 쌀 최대 수출국인 인도 정부가 비 바스마티 백미를 허가 없이 수출하는 것을 금지한 조치도 국제 곡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오데사 로이터=뉴스1) 김성식 기자 = 흑해와 맞닿은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항구에 곡물 저장 시설과 대형 선박이 자리한 모습. 2023.4.10.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쌀은 국내 식품업체들이 대부분 국산을 사용하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하지만 밀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 밀 자급률이 낮아 국제 밀 가격 변동이 국내 식품 가격에 미치는 타격도 크다. 국내 밀 자급률은 2020년 기준 0.8%로 1%가 채 되지 않는다. 밀은 면, 빵, 과자, 부침가루 등 각종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쓰이는 대표 품목으로 국내 밥상 물가를 다시 부채질할 수 있다.

식품업계는 밀 가격 변동에 취약한 만큼 출고가 결정에 고심하면서도 사면초가 상태다. 최근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에 발맞춰 식품 기업들은 연이어 각종 제품의 가격을 낮췄다. 지난달 농심을 시작으로 오뚜기, 삼양라면, 팔도를 비롯한 라면 업체는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이어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해태제과, SPC 등 제과·제빵 업체도 도미노로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없지만 인상 요인이 더 생긴 셈"이라며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출고가를 낮췄는데 이번엔 가격이 다시 올라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밀을 쓰는 업체는 흑해곡물협정 종료에 따른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고 내다봤다. 길면 6개월에서 1년 치, 짧으면 3개월 분량의 재고를 확보해 두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가격 인상 압박은 버텨낼 수 있단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현재 흐름이 몇 달 뒤 가격 결정에 반영된다면 올해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남아 있는 셈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한 탓에 전보다 계약을 여유롭게 하기도 했다"면서도 "지금 가격 변동이 쭉 이어지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가격 결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전쟁 발발 직후 국제 밀 가격이 직전 한 달보다 6.38% 올랐고 환율 불안정, 운임 상승 등의 악재가 겹치며 라면, 제과, 제빵을 비롯한 식품업계가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봄에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수입 밀가루 가격이 1t당 400달러를 넘으면서 금가루라고 불렀다. 서민 물가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소폭 인상할 수밖에 없는 기업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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