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법원, ‘동성 결혼’ 인정 판결…동성결혼 확대되는 중남미
페루 법원이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다수의 중남미 국가들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페루도 동성 결혼 합법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페루 리마 고등법원은 21일(현지시간) 동성 커플이 국민등록청(Reniec)에 혼인증명서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페루에서 국민등록청은 출생, 혼인 및 이혼 기록 등을 관리하는 곳이다.
이번 판결은 2019년 해외에서 결혼한 게이 커플이 혼인증명서 등록을 거부당하자 평등권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1984년 제정된 페루 민법의 가족에 관한 조항이 동성 커플의 법적 인정을 거부하는데 사용돼선 안된다면서 “(다양한) 가족관계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소수자가 차별과 고통 없이 동등한 조건에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민주적 관용이 있는 국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페루에서 동성애가 불법은 아니지만, 동성 결혼은 그동안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페루 국민은 동성 결혼 합법화에 찬성하고 있다. 2021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페루 국민의 68%는 동성 커플의 법적 혼인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루 이외의 많은 중남미 국가들에선 이미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에서 2010년 중남미 국가 중 최초로 동성 결혼 허용 법안이 통과됐고 이후 브라질, 우루과이, 콜롬비아 등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칠레에선 2022년 제3의 성에 대한 신분증도 발급된 바 있다.
하지만 중남미 국가 다수가 전통적인 가톨릭 문화권인 만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콜롬비아는 동성 결혼 허용 후 약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회적으로는 동성 결혼에 대해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이 많이 남아 있다. 실제로 콜롬비아는 성소수자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히며, 성소수자 혐오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난 나라 중 하나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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