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IAL TIMES 제휴사 칼럼] 인도 향한 서양의 '이유있는 도박'

2023. 7. 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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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적은 동지라 하였다. 그렇다면 서방 세계와 인도 간 긴밀해진 관계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한때 미국의 입국 금지 대상이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제 중요한 정치적 인사가 되었다. 중국과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잠재적 국가와의 연대를 형성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모디 총리를 극진히 환대했다. 실로 서구 강대국에 유리한 도박이다. 인도는 신흥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며, 이해관계 역시 서방과 일치한다. 한편 이들이 공유하는 가치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두고 볼 문제로 남아 있다.

중국의 강력한 잠재적 라이벌

오늘날 인도는 국내총생산(시장 가격) 기준으로 세계 5위,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는 3위에 이르는 경제 대국이다. 인도 인구는 현재 14억3000만명으로 중국과 맞먹는다. 2050년이면 인도가 13억1000만명의 중국을 앞지르고 인구 16억7000만명을 달성할 것으로 유엔은 전망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구매력 기준 인도의 1인당 GDP는 중국의 40% 수준이다. 1990년 당시 인도와 중국은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가 각각 미국의 4.6%와 4.1%에 불과한 빈곤국이었다. 자타 공인으로 역사상 가장 괄목할 만한 경제 발전을 이룬 중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미국의 28%에 달했지만, 인도는 11%에 그쳤다. 중국의 성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압도적이었던 반면, 인도는 세계 7대 신흥 국가 중 2위였을 뿐이다.

대규모 투자와 급속한 산업화, 수출 제조업의 혁신적 고도화는 현대에 들어 가장 성공적인 성장 전략이다. 이를 달성한 극단적 예시는 바로 중국이었다. 동시에 일본이 걸어온 발자취이기도 하다. 반면 인도의 노선은 이들 국가와는 매우 다르다. 2014년부터 2023년 사이 인도의 GDP 대비 투자율은 31%에 불과했으나, 중국은 44%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인도의 국민저축률은 평균 30%로, 중국의 45% 대비 낮은 수준이다.

양국 간 더욱 극명한 차이는 유사한 경제 발전 수준에서 통상적으로 상승하는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인도에서는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2년 기준 인도의 제조업 비중은 GDP의 13%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28%였다. 중국과 인도의 (실질) GDP 대비 무역 비중은 비슷한 수준이나, 중국은 인도보다 훨씬 거대한 수출국이다.

만성 부실에서 벗어나는 인도

우선 펀더멘털부터 살펴보자.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인도의 저축률은 잠재적인 자본 유입을 고려할 때 최소 5~6% 성장률을 충분히 담보할 만큼 높다. 인도의 거시경제는 안정적이다. 기업가 정신은 고양돼 있고, 산업 인프라는 개선 중이다. 노동력 부족은 인도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 풍부한 노동력이 문제다. 프린스턴대학의 경제학자 아쇼카 모디가 지적한 바와 같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 건 큰 실패다. 교육을 통한 인적 자원의 질적 개선 부재는 또 다른 실패다. 인적 자원은 실물 자원보다 더 강력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 경제로의 공급망 다변화, 즉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지향하는 기업들에 인도는 확실한 투자처다. 큰 규모의 자국 시장을 가진 경쟁국 대비 강점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인도는 지난 75년간 무역 개방을 둘러싼 이견에 가로막혀 수출 제조업의 빠른 성장 기회를 창출하지 못했다.

여타 다수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도 역시 세계 금융위기 이후 만성 부실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권 부실 자산 및 기업 부채 증가라는 일명 '쌍둥이 부실'은 인도의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올해 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비은행권 부채와 기업 부채는 지난 10년에 걸쳐 30%포인트 가까이 감소했다. 은행 재정건전성 역시 회복되고 있다. 신용등급을 견인하는 재정건전성이 양호세로 돌아선 것이다.

IMF는 2023~2028년 인도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6%를 소폭 상회하나, 1인당 GDP 성장률은 약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전망치는 지난 30년 평균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도가 국내외 경제 충격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면, 실현할 수 있고 심지어 타당해 보이는 전망치다. 그렇다면 장기적 전망은 어떠할까?

인도 경제규모가 美 앞지를수도

인도는 발전 가능성이 아직도 무궁무진한 경제임을 명심하라. 막대한 불완전취업자(underemployed)와 노동력의 질적 향상 가능성, 높은 저축률, 더 큰 번영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한 젊은 국가다. 탄소 배출량 감소에 실패한 세계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상당한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 같은 에너지 전환은 인도에 큰 기회로 작용한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필자는 인도가 연 5% 수준의 1인당 GDP 성장률을 2050년까지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나은 정책은 이보다 더욱 높은 성장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그랬듯이 인도의 1인당 GDP가 연 5% 성장률을 유지하고, 미국은 1.4%씩 성장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가정대로라면 2050년 인도의 1인당 GDP는 미국의 30% 수준에 육박할 것이며, 오늘날의 중국과 유사할 것이다. 유엔 전망치에 따르면 향후 인도의 인구는 미국의 4.4배에 이를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도의 경제 규모는 미국보다 약 30% 더 커질 것이다. 즉, 인도가 강대국으로 부상한다는 가정은 상당히 합리적이다. 2050년이면 인도가 미국의 경제 규모와 유사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서방 세계의 지도자들은 인도와 편익 동맹을 창출하기 위해 합리적인 도박을 하는 셈이다.

한편 인도가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부상할지 여부는 다음 칼럼에서 다루겠다.

※이 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마틴 울프의 칼럼 'Western Leaders are making a sensible bet on India'를 매일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마틴 울프 FT 수석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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