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中 '두리안 외교'와 반도체
'수출 허가증' 당근 내세워
동남아국가 中의존도 키워
기업은 시장없이 존재 못해
韓, 對中반도체전략 다시짜야
'과일의 왕'으로 불리는 두리안과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평가받는 반도체.
직접적인 연관이 크게 없어 보이는 두리안과 반도체를 중국이라는 홍색실로 엮으면 공통점이 눈에 들어온다. 두 상품 모두 14억 인구와 세계 2위 경제 규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국의 거대한 구매력에 압도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일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에서도 두리안 가격은 만만치 않다. 요즘 4㎏짜리 한 통이 300위안(약 5만3000원)이다. 그래도 중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 베이징 주요 마트 과일 코너의 가장 좋은 자리는 대부분 두리안이 차지하고 있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이 예비 배우자 부모 집에 결혼 허락을 받으러 갈 때 들고 가는 과일도 두리안이다.
중국은 두리안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중국이 지난해 사들인 두리안은 82만4000t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약 5조원 규모다. 중국이 전 세계 두리안 소비의 80%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처럼 거대한 중국의 두리안 시장은 '두리안 외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중국이 두리안 수출 허가증이라는 당근을 이용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습을 빗댄 것이다. 실제 중국은 미국과 가까워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베트남과 필리핀에 두리안 수입문을 개방해주는 조치를 취했다.
시장의 힘은 예상보다 셌다.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다른 농작물을 베고 두리안을 심는 농가가 급증했다. 너도나도 돈이 되는 두리안을 키우겠다고 하자 오히려 정부가 경고를 하고 나섰다. 자국 농촌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반도체 역시 거대한 중국 시장의 힘을 보여주는 품목 중 하나다. 반도체는 미·중 패권전쟁의 최전선이다. 치열하고 숨 막히는 전투다. 백악관이 모든 화력을 반도체에 집중하는 이유다.
이런 전쟁통에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백악관에 반기를 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텔,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이 회원사로 있는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대중국 수출 규제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기업들의 속내는 간단하다.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 계속 돈을 벌게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구매액은 1800억달러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33%를 차지한다.
요즘 디커플링부터 디리스킹까지 많은 용어들이 등장하면서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중요성은 그대로다. 시장이 없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휴대폰, 배터리 시장이다. 우리의 대중 정책도 항상 중국이라는 시장을 핵심 변수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손일선 베이징 특파원 iss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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