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대가도 몰랐다…포스코 급등에 워런 버핏 '씁쓸'

김사무엘 기자 2023. 7. 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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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투자의 귀재'들도 포스코 그룹이 급등할 줄 몰랐던 걸까. 올 들어 포스코 그룹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과거 워런 버핏과 그의 동업자 찰리 멍거가 포스코에 투자했던 사실이 재조명 받는다.

버핏은 2000년대 초반부터 포스코에 장기투자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멍거는 10년 장기투자 끝에 지난해 말 손절했는데 이후 주가는 2배 이상 뛰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POSCO(현 POSCO홀딩스)를 매수하기 시작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포스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건 2007년 초 공개된 버크셔 해서웨이의 2006년 연간보고서를 통해서였다.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는 2006년말 기준 포스코 주식 349만6006주(지분율 4%)를 보유했다고 밝혔다. 매입 가격은 5억7200만달러로 주당 평균 164달러였다. 평단가를 감안하면 2004년에 포스코 주식을 집중매수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원/달러 환율(1100원)을 고려한 원화 기준 평단가는 약 18만원이다.

버핏은 2007년10월 첫 방한 기자회견에서 "경제성장세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시장은 매력적"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저평가 된 기아, INI스틸(현 현대제철), 대한제분, 신영증권 등에 투자했으나 현재는 포스코만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포스코 주가는 주당 최고 76만50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던 시기였다. 시가총액은 67조원으로 삼성전자(당시 85조원)에 이은 2위였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포스코 사랑을 밝힌 버핏은 포스코 주가가 고점을 찍고 조정을 받던 2008년 추가 매수를 했다. 2008년말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스코 보유주식수는 394만7554주로 전년 대비 46만1548주 증가했고 지분율도 5.2%로 늘었다. 매입가격은 7억6800만달러, 평단가는 194.6달러로 높아졌다. 평균 매입 환율을 1100원으로 가정하면 원화 기준 평단가는 약 21만4000원이다.

하지만 곧 바로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와 전세계적인 저성장의 지속으로 포스코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8년 10월 중에는 최저 23만4500원까지 떨어지며 버크셔 해서웨이의 평단가를 위협했다. 2009년에는 60만원대를 회복하기도 했으나 이후 2015년까지 하락세가 지속됐다.

이 와중에 버크셔 해서웨이가 2014년 4~6월 사이 포스코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2013년과 2014년 연간보고서에도 보유주식 명단에 포스코는 없었다. 2015년3월 해당 보도가 나오고 약 한달 뒤 포스코는 해명 자료를 통해 "버크셔 해서웨이에 이메일을 보내 확인한 결과 '아직 포스코 주식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량 매도는 아니지만 이 기간 일부는 매도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4년2분기 포스코 평균 주가(약 30만원)와 버크셔 해서웨이의 평단가(21만4000원)를 감안하면 약 10년 보유 기간 동안 수익률은 40% 정도다. 배당수익까지 포함하면 수익률은 이보다 높아지지만 투자의 귀재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수익률이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에는 포스코를 포함해 한국 주식은 단 한주도 없다.

버핏은 그나마 낫다. 그의 동업자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인 멍거는 포스코 투자로 손해를 봤다. 금융통계 사이트 웨일즈위즈덤에 따르면 멍거가 운영하는 데일리저널은 보유하고 있던 POSCO홀딩스ADR(주식예탁증서) 잔여분 전량(9745주)을 지난해 4분기 주당 약 49달러에 매도했다. 앞서 데일리저널은 2013년4분기 POSCO홀딩스ADR 6만4600주를 주당 약 76달러에 매수했는데 1년 뒤인 2014년4분기 중에 5만4855주를 매도했다. 당시 주가는 60달러대였다.

10년간의 기다림 끝에 결국 손절로 마무리 했지만 공교롭게도 멍거가 매도한 이후 포스코 주가는 2배 이상 급등했다. 철강 기업에서 2차전지 종합기업으로 시장의 재평가를 받은 결과다. 이날 종가는 64만2000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32% 올랐다. 지난 21일 10.75% 급등한데 이어 이날도 16.52% 오르며 급등세를 이어갔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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