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의 꿈' 부풀었던 극우 복스…스페인 총선 최대 패자[디브리핑]

2023. 7. 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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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보다 적은 33석 그쳐…국민당과 연정 불확실
성평등 철폐, 민족주의 발언으로 좌파·중도 위기감↑
‘정체성 갈등’ 분리주의 정당 비토에 집권 가능성↓
지난 23일 스페인 총선 직후 극우 정당 복스의 지지자들이 파시스트 식 경례를 하며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우파 연합의 압승으로 끝날 것 같았던 스페인 총선이 좌우 진영 모두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박빙의 승부로 일단락되면서 연합정부 구성이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당초 우파 국민당과의 연합으로 집권을 꿈꿨던 극우 정당 복스는 강력한 비토에 직면할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 결과 중도 우파 국민당이 146석, 집권 좌파 사회당은 122석을 차지했다. 극우 정당 복스는 33석, 좌파 연합 수마르는 31석을 차지했다.

투표에 앞서 국민당 당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는 복스와 연립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당과 복스의 의석을 합쳐도 169석에 그쳐 총리 지명에 필요한 176석에 못 미쳤다.

좌파 연합 수마르와 손을 잡은 집권 사회당 역시 정부 구성을 위한 임계치를 넘기지 못한 만큼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 됐다.

새로운 의회 회기가 시작된 이후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이 자르수엘라 궁전에서 각당 지도자들을 만나 정부 구성을 위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게 된다.

페이호 국민당 당수는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당의 리더인 자신이 차기 총리로 지명돼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펠리페 6세의 지명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카를로스3세대학의 정치학자 파블로 시몬은 “의회의 주요 취임 투표를 통과할 수 있는 지지를 획득한 정당 지도자에게 정부 구성을 맡기는 것이 왕의 책임”이라며 각 정당의 명확한 지지를 받는 지도자가 후보로 지명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당은 지난 5월 지방선거 우파 바람을 등에 업은 복스와 손을 잡고 승리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복스가 국민당의 발목을 잡았다.

복스는 이민 제한과 여성이나 성소수자 등에 대한 성평등 제도 폐지 등 우파 정책을 내걸고 우파 세력의 지지를 얻어왔다. 바스크나 카탈루냐 지역의 분리독립 세력에 대해서는 ‘테러리스트’로 지목하며 강한 비난을 가해왔다.

그러나 복스가 극단적인 주장을 이어가면서 좌파와 중도세력에게 강한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좌파와 중도 진영에서 “독재자 프랑코의 귀환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복스는 지난 2019년 총선에 확보한 52석보다 크게 적은 33석에 그쳤다.

복스의 당수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명백히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의 득표를 망쳤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연합 정부 구성 과정에서도 복스는 다른 정당의 비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복스가 강하게 비난했던 카탈루냐 지역 정당들이 킹메이커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 지역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카탈루냐공화당(ERC)와 카탈루냐연대당(Junts per Cat)는 이번 총선에서 각각 7석의 의석을 얻어 소수 지역 정당의 존재감을 이어갔다. 바스크 민족주의당과 바스크지역연합 등 바스크 지역 정당도 각각 5석과 6석을 얻었다.

복스가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국민당의 유화적인 태도에 반기를 들고 창설된 만큼 이들 지역 분리주의 정당이 복스와의 연정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오히려 이들이 사회당과 수마르의 연합에 참여하면 총 178석으로 집권 사회당과 좌파연합의 연정이 구성된다.

이런 이유로 이코노미스트 지는 연정 참여를 꿈꿨던 복스에 대해 “이번 총선의 최대 패배자”라고 평가했다.

다만 사회당이 분리주의 정당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카탈루냐 정부에서 탈퇴한 카탈루냐연대당은 마드리드 중앙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카탈루냐공화당의 노선에 반대하고 있다. 2017년 불법 국민투표 주도해 반역을 꾀했다는 혐의를 받은 뒤 벨기에로 망명했던 카를레스 푸이그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산체스는 카탈루냐연대당의 표를 받아 총리가 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말한 바 있다. 푸이그데몬 전 수반은 카탈루냐연대당을 설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다만 현직 소속 하원의원인 미리암 노게라스가 “선거 결과를 잘 이해했으며 기회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카탈루냐연대당이 협상 결과에 따라 연정의 향배를 결정할 킹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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